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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어른 여러분 그림책을 봅시다 | |
|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
![]() | 김은형 기자 |
이 이야기는 <인간극장>도 아니고 눈물 나는 드라마나 영화도 아니다. 할머니와 손녀는 돼지다. 그림책 <할머니가 남긴 선물>이다. 포동포동한 돼지가 인생을 정리한다는 걸 말로 하거나 글로 쓴다면 썰렁한 농담 같지만 그림책을 한장 한장 넘기다 보면 이상하게도, 쑥스럽게도 가슴이 미어진다. 이게 끝이 아니다. 마지막 밤의 장을 넘기면 빛과 빛이 만나 흩어지는 노을 아래서 손녀 돼지와 거위 친구가 하늘을 바라보는 그림이 책의 마지막 장에 펼쳐진다. 남은 자의 슬픔인 듯, 다시 시작되는 삶의 축복인 듯 도무지 설명할 길 없이 무작정 가슴속으로 성큼 들어오는 이 한 컷의 그림은 경이롭다. 소설과도, 영화와도 판이하게 다른 질감으로 그림책이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다. 그림책은 오해 받는 책이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인 유리 슐레비츠는 이야기책(story book)과 그림책(picture book)을 비교하면서 그림책은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의미 앞에 ‘글자를 못 읽는 유아 시절에 보는’ 이라는 수식어를 암묵적으로 붙인다. 오래된 오해 속에서 그림책은 어떤 책보다도 빠르게 책장에서 사라지는 책들이다. 하지만 그림책의 세계는 우리가 기억하거나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활하고 깊다. 밝고 사랑스러운 꿈과 모험과 희망의 세계뿐 아니라 두려움과 쓸쓸함과 연민과 위로의 세계가 그곳에 있다. 도톰하고 매끄러운 종이를 만져가며 한장 한장 넘기는 그 세계 안으로 들어가보기를 권한다. 어른들이 더 매혹당하는 그림책의 신대륙 탐험을 〈Esc〉가 안내한다.
성인 독자층 놓고 고민하는 출판사들 “독립된 장르로 키워야” 한 목소리
<돼지책>, 오히려 주부독자를 끌어모으다
그림책을 독립된 책 장르나 예술 형식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그림책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90년대 후반 이후 국내에 꾸준히 번역돼 온 외국 걸작 그림책들과 작가들의 공이 크다. 예컨대 2005년 성곡미술관에서 그림책 원화전을 열어 큰 관심을 모았던 인기 작가 앤서니 브라운과 존 버닝햄을 꼽을 수 있다. 직장과 가사 노동, 그리고 늘 ‘돼지처럼’ 받아먹기만 하는 남편과 아이들에 지쳐 엄마가 사라져버리는 이야기를 다룬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은 어린이보다 주부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이 밖에도 복잡하고 섬세한 인간의 감성을 다뤄 온 모리스 센닥, 찰스 키핑, 로버트 잉펜, 유리 슐레비츠, 가브리엘 뱅상 등의 작품이 대부분 번역되면서, 아이들에게 줄 책을 고르려고 그림책을 뒤적거리던 어른들이 예술작품으로서의 그림책이라는 새로운 대륙에 우연히 도착하게 된 경우가 많다. 92년부터 40∼50년대 이래 외국 걸작 그림책을 출간해온 시공사의 김문정 주간은 그림책을 사는 세대의 변화가 그림책을 보는 시각의 변화와 맞물린다며 “교육 수준이 높은 ‘386세대’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동 전집물보다는 단행본을 찾게 됐다”면서 “이들은 검증받은 작가나 작품을 선호했고, 작가주의적인 외국 그림책을 사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텔레비전과 영화 등 대중 영상매체의 세례를 받으며 자란 세대의 이미지에 대한 민감한 반응도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개방성은 아직 초기 단계다. 보림출판사의 최정선 주간은 은자와 도둑이 만나 삶의 진리를 찾아 나간다는 사색적인 그림책 <보름달의 전설>을 3년 전 출간했는데, 이 까다로운 책이 출판 직후 유아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라간 걸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 인기 좋은 미하엘 엔데가 쓴 그림책이라, ‘어른과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고 적힌 띠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모들이 어린아이들에게 읽어주려고 샀기 때문이다. 결국 ‘다섯살 아이에게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라는 하소연을 심심찮게 들었다. 올 초 창간된 계간지 <그림책 상상>은 그림책을 어린이책의 하위 장르로부터 독립시키려는 출판기획자의 소망이 담긴 그림책 전문지다. 창작 그림책을 주로 출간해 온 상출판사의 천상현 대표는 “그림책을 교육이 아닌 문화로 즐기는 기반을 다지기 위해 계간지를 창간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의 좋은 그림책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 못지않게 국내 작가들이 자신의 그림책 언어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최근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일러스트레이션 학교 등에서 작가 훈련을 받는 사람이 늘지만 기술적 숙련도에 비해 자신의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건 힘에 부친다는 게 천 대표와 많은 출판기획자들의 말이다.
그럼에도 <나의 사직동>이나 <영이와 비닐우산> 등 그리움이나 연민같은 정서를 담고서 어른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창작그림책이 움튼다. 서울의 오래된 동네의 재개발 과정을 다룬 <나의 사직동>은 유년의 골목을 잃어버린 세대에게 아련한 향수를 남긴다. 특히 연필선과 수채화로 부드러우면서도 애잔하게 펼쳐진 풍경과 사람들은 이 감정을 시각적 질감으로 전한다. 그림책에서 좁은 의미의 교육성을 떼는 데 기여한 작가로 꼽히는 모리스 센닥은 자신이 처음 그림책을 읽은 느낌을 시각과 냄새와 촉감을 차례로 경험했던 ‘의식’으로 기억한다. 센닥처럼 그림책을 앞에 두고 “뚫어지게” 보다가 냄새를 맡아보고 종이의 질감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뒤 조심스럽게 책장을 펼치는 의식을 치러 보면 어떨까. 활자에 치여 살면서 잊고 있던 세계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는 경험을 할 것이다.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
| “내용이나 교훈만 생각하지 마세요” | |
|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작가 겸 기획자 이호백 재미마주 대표… 그림책은 심미안과 취향이 싹트는 체험 | |
![]() | 김은형 기자 |
2005년부터 파주어린이책잔치 집행위원장을 맡아온 이 대표는 지난해 50~60년대 어린이책의 자료집을 엮으며 애를 먹었다. 남아 있는 자료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보존 가치를 알지 못한 탓이고, 아동문학이 문학의 한 갈래로 인정받는 최근에도 그림에 대한 이해나 관심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이 대표의 우려다. “매일 다양한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 현상만 보면 어린이책, 또는 그림책 시장의 외양은 풍요롭지만 그 겉모습을 떠받치는 하부구조는 여전히 부실하다고 봐요. 그림책 자료가 굉장히 소홀하게 다뤄진다는 점을 비롯해 여전히 출판사에서 글을 던져주고 그림을 끼워맞추는 식의 기획도 많죠.” 그림책이 공공의 문화적 자산으로 다뤄지지 않으니 다양한 그림책을 수시로 즐길 수 있는 도서관이나 갤러리 같은 정서적 공간이 부족하다. 이러다 보니 독자도 그림책을 제대로 보는 습관을 기르지 못하고 그림책에서 글보다 풍부한 의미를 담아야 할 그림은 언어를 치장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 대표는 대학 때 토미 웅게러의 화집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는 토미 웅게러가 누구인지, 그림책이 뭔지도 몰랐을 때였어요. 나중에 웅게러의 <크릭터>를 보고서 이런 게 이야기가 될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랐죠” 산업미술을 전공하면서도 “열심히 나이키 로고만 그렸지, 당대 최고인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름 한번 들어볼 수 없었던” 교육 시스템도 문제라고 본다. 졸업 후 프랑스 유힉을 마치고 온 그는 길벗출판사에서 어린이책을 기획하며 어린이책 전문 브랜드인 ‘길벗어린이’를 만들었고,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인 재미마주를 설립한 뒤 그린 토끼 이야기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는 2003년 뉴욕타임스 우수 그림책으로 선정됐다. “그림책은 체험”이라고 이 대표는 말한다. “그림책을 보는 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합니다. 같은 책이라도 지난해 봤을 때의 느낌이 다르고, 지금 볼 때 느낌이 다르죠. 화집처럼 책꽂이에서 꺼내 보고 또 보면서 심미안과 취향이 싹트는 건데 많은 독자들이 글의 내용이나 교훈만을 생각하면서 한번 보면 그냥 덮어 버립니다. 결국 소모품처럼 소비되는 거지요.” 재미마주 도서목록 안내책자 앞장에는 프랑스 아동문학 평론가인 소리아노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예술은 따로 없다. 다만 예술이 있을 뿐이다. 어린이를 위한 색상과 그래픽은 따로 없다. 다만 색과 그래픽이 있을 뿐이다. 어린이를 위한 문학은 없다. 다만 문학이 있을 뿐이다.” 어떤 책이 아이들에게 좋을지를 고민하기에 앞서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림책을 올바로 바라보고 제대로 선택하자면 그 앞에 어린이라는 모자를 떼놓고 먼저 좋은 책을 스스로 보고자 하는 호기심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글 김은형 기자, 사진 박미향 기자 | ||||||||||
| 칼데콧·안데르센… 맹신은 말아야 | |
|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그림책 상 뭐가 있을까 | |
![]() | 김은형 기자 |
일반적으로 그림책은 구매자와 독자가 다르다. 본인이 읽을 책이 아닐 때가 많아 자신의 취향을 고집하기도 그렇고 무슨 책이 좋은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이럴 때 가장 손쉽게 따지는 선택의 지표가 바로 칼데콧상, 안데르센상 등 외국 유명 수상작들이다. 그래서 상받은 그림책들은 대부분 반짝반짝 빛나는 메달 스티커를 훈장처럼 붙이고 있다. 이 가운데 그림책 상으로 가장 유명한 칼데콧상은 ‘근대 그림책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영국 그림책 작가 랜돌프 칼데콧(1846~1886)을 기념하고자 1938년 만들어졌다.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전년도에 미국에서 출판된 그림책 가운데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주는 상이다. 칼데콧상이 최고상이라면 칼데콧 아너상은 우수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1~5권에 동시에 주어진다.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는 별명을 지닌 국제안데르센상도 권위 있는 상 가운데 하나다. 1956년에 안데르센의 탄생 150돌을 기념해 만들어졌으며, 초창기에는 글 쓰는 작가들에게만 주어졌으나 66년부터 화가에게까지 문호가 개방돼 모리스 센닥을 비롯해 토미 웅게러, 앤서니 브라운, 퀜틴 블레이크 등 많은 그림책의 거장들이 이 상을 받았다. 칼데콧상이 뛰어난 작품 한 편에 주어지는 상이라면 안데르센상은 큰 업적을 남긴 작가들의 공로를 기리는 상이다.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한 해 동안 전세계에서 나온 아동 책 가운데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는 라가치상에는 한국 그림책인 <팥죽할멈과 호랑이> <지하철은 달려온다> <마법에 걸린 병> 등이 받기도 했다. 이런 상을 받은 그림책들은 구매자들에게 안도감을 주지만 그림책 시장에서 순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다. 수상 여부가 마케팅의 주요 잣대가 되면서 출판사들의 판권 구매 경쟁이 치열해져 판권료를 턱없이 올려놨기 때문이다. 한 그림책 기획자는 “시장 반응이 성인도서보다 훨씬 느린 그림책 시장의 체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덜컥 고가의 판권료를 주고 수상작을 사온 출판사들이 판매에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예를 들어 같은 라가치상 타이틀이 붙어도 본상과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은 성격과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수상작이라고 무조건 믿고 선택하는 경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은형 기자 |
| ‘회사인간’ 들이여, 퍼뜩 곰을 보라 | |
|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좋은 어린이책으로 소문난 출판사 그림책 전문 편집자들의 강추 퍼레이드 | |
![]() | 김은형 기자 |
할머니의 이야기가 가슴에 파고들어요 ◎사계절 그림책팀 김장성 주간 <할머니가 남긴 선물> 론 브룩스 그림·마거릿 와일드 글 (시공주니어) 죽음을 앞둔 할머니 돼지와 손녀 돼지의 이별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낸 그림책.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가르쳐주고 떠나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가슴을 파고들며 생을 마감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빛과 빛이 만나서 이뤄지는 색채의 감각을 인상주의적으로 남긴 그림과 함께 문학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췄다. <눈 오는 날> 애즈라 잭 키츠 그림·글 (비룡소)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곽영권 그림·이상희 글(사계절) 서울시립대 곽영권 교수가 어머니의 팔순을 기념해 선물한 아티스트북을 그림책으로 제작했다. 불교 경전 ‘부모은중경’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으로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효사상이 아니라 애틋한 사랑으로 부모 자식의 관계를 바라본다. 볼수록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그림도 아름답다. 환상적인 그림책에 여행하는 착각마저 ◎시공주니어 김문정 주간 <세 개의 황금 열쇠> 피터 시스 그림·글(사계절)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의 체코 프라하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이민자 예술가인 저자가, 뉴욕에서 태어난 딸에게 자신의 조국과 자신이 성장한 도시를 보여주기 위한 그린 책이다. 환상적이면서도 정밀한 그림체를 따라 도시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데, 유태인 묘지를 지나는 장면에서는 카프카가 떠오르기도 한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출판 편집장 시절 기획했던 책이다.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 요르크 슈타이너 글·요르크 뮐러 그림(비룡소) 직장 생활을 오래 하면서 나의 본질은 사라지고 직급이나 업무로 내가 분류되어지는 ‘회사인간’이 돼가는 듯한 기분이 들 때, 퍼뜩 지금의 나, 진짜 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책. 환경 문제 등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이 가능하면서도 획일화되고 소외되는 현실을 날카롭게 짚어내는 안목이 놀랍다. <새벽> 유리 슐레비츠 그림·글 (시공주니어) 새벽의 그 고요하고 순식간인 세계를 한시처럼 그림으로 표현했다. 실제 작가는 중국 한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데, 여백과 수채화가 주는 색채의 맑음과 손자와 할아버지의 고요한 움직임이 두고두고 여운을 남긴다. 마음이 각박해질 때마다 들추게 되는 쉼표 같은 그림책이다. 단 한 줄의 지문에 신랄한 풍자와 품위가 … ◎보림출판사 최정선 편집주간 <내가 함께 있을게>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글(웅진주니어) 죽음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도 슬프기보다는 읽으면 이상하게 큰 위로를 얻게 되는 그림책. 늘 군더더기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이 정갈하고 성찰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작가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돼 있다. 독자에게도 자기 성찰과 깊이 있는 사유를 요구하면서도 아주 따뜻하다. <창 너머> 할스 키핑 그림·글(시공주니어) 그림책이라는 게 참으로 매혹적이면서도 진지한 장르라는 걸 깨닫게 해준 책. 책 전체가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그리고 있는데 그 풍경을 보는 사람은 어쩐지 방 안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내아이다. 작가가 쓴 풍부한 상징과 은유를 온전히 이해하게 될 날이 올까 싶지만 그래도 늘 좋은 그림책. <햄릿> 프리드리히 카를 베히터 그림·글(보림)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대담하고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그림책. 곰돌이와 어릿광대 캐릭터를 활용해 원전의 다양한 인물들을 간결하게 축약하면서도 그림책이 가진 연극성과 원전 희곡이 가진 연극성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다. 페이지마다 그림 위에 단 한 줄의 지문을 쓰면서도 신랄한 풍자성과 고전의 품위가 빛을 발한다. 개를 키워봤다면 눈물 나고 말거야 ◎도서출판 마루벌 이명희 이사 <개들도 하늘나라에 가요> 신시아 라일런트 그림·글 (보물창고) 개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특히 개를 키우다가 하늘 나라에 보내본 사람이라면 어른 아이할 것 없이 절절하게 공감하며 눈물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그림책. 기능적으로 잘 된 그림은 아니지만 진심이 담긴 꼬마들의 학예회가 감동적이듯 아마추어적 그림체의 진지함과 진심이 마음을 움직인다. <책읽기가 싫어> 에티엔 들레세르 그림·리타 마샬 글 (미래아이) 세계적인 명성의 화가 에티엔 들레세르의 환상적인 파스텔 톤의 그림과 그의 아내인 북아티스트 리타 마샬의 섬세하고 놀라운 상상력이 찰떡궁합으로 만났다. 어린이와 어른이 좋아할 스타일을 적당하게 조화돼 있어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 무엇보다 큰 책. <할아버지의 긴 여행> 앨런 세이 그림·글 (도서출판 마루벌) 젊은 시절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갔다가 노년에 돌아온 할아버지가 평생 느꼈던 향수를 손자가 나이 들면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린 책으로 3세대의 인생 여정을 통해 변함없는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고향에 대한 애틋함과 성장하면서 얻게 되는 이해와 연민의 감정이 따뜻하고 뭉클하게 그려졌다.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
| 그윽한 원화들의 향연 | |
|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파주 헤이리의 그림책 전문 ‘네버랜드픽처북뮤지엄’ | |
![]() | 김은형 기자 |
이 미술관은 세계적 규모의 그림책 미술관인 일본의 지히로 미술관을 모델 삼아 세워졌다. 그림책으로 인쇄되는 순간 폐지가 돼버리던 그림책 원화들의 예술적 가치를 되살려 연구·보존하고 일반인들에게도 그림책 감상의 심미적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게 이 미술관의 설립 취지다. 물론 아직까지도 그림책 미술관이라면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어린이 관련 박물관이 대부분 체험관이기 때문에 감상 중심의 전시 구성을 관람객이 낯설어하기도 하고, 홍성찬 작가전 기획 때는 옛 원화들이 대부분 소실돼 아쉬움이 많았다”는 게 오영주 큐레이터의 이야기다. 하지만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전에는 평소보다 두 배 정도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찾았고 이 중 80% 이상이 성인 관람객으로 그림책의 미술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권혁도, 이태수 등 자연생태 그림책 전문 작가 4인의 일러스트 원화를 전시 중이며 인형작가 정양희의 인형 전시, 이솝우화전 등을 계획하고 있다. 미술관에 찾아오면 그림책과 동화책 4천여 권을 자유롭게 보는 북라운지도 즐길 수 있다. 문의 (031)948-6685 김은형 기자 | ||||||||||
| ‘금붕어 2마리’에 뒤통수를 맞았죠 | |
|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그림책 열혈독자 이정향씨 “남들도 진가 발견할 때 너무 기뻐” | |
![]() | 김은형 기자 |
올해로 초등학교 6학년, 3학년이 되는 딸과 아들을 둔 이씨는 자타공인 그림책 열혈 독자다. 수순은 평범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아이들보다 더 그림책에 빠진 어른이다. 둘째 아이마저 또래 친구들처럼 이제 그림책보다 글씨 많은 동화책을 더 찾게 됐지만 지금도 좋은 그림책이 나오면 안 사고는 못 배긴다. 소파도 티브이도 없는 집 거실의 한쪽 벽은 동화나 과학·역사책으로, 다른 한 벽은 그림책으로 빼곡하게 꽂혀 있다. 그림책만 어림잡아 1천권이 넘는다. 전산 관련 일을 하면서 책에 별다른 관심도 흥미도 없던 첫아이 때만 해도 남들처럼 아이에게 방문판매하는 전집 그림책을 사주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그가 사준 전집 목록에는 지금까지도 후회가 가시지 않는 ‘명작 애니메이션’류 따위가 있었다. 둘째를 낳고 직장을 그만두면서 그림책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둘째가 갓난쟁이일 때 큰아이를 데리고 느티나무 도서관을 다녔어요. 그러면서 그림책에 대한 흥미가 생기고 좀 제대로 읽어줘야겠다는 마음에서 동화읽는어른모임에 가입하게 됐죠“ 이정향씨는 동화읽는어른모임 수원지회의 그림책 분과에서 3년 동안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집이 멀어 도서관 이용이 불편한 둘째 아이의 반 아이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 시간씩 그림책을 읽어줬다. “그림책은 누군가 읽어주는 게 중요해요. 모임에서도 회원들끼리 서로 읽어주면서 그림책 감상하는 법을 배우게 됐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주만지>, <폴라 익스프레스> 등 영화화된 그림책으로도 유명한 크리스 반 알스버그. 또 닐 게이먼의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처럼 아이의 눈높이에서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제가 어릴 때 봤던 책은 무조건 부모를 공경하라고 했는데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림과 글의 상상력 모두 상투성이나 정해진 틀을 뛰어넘는 게 좋은 그림책의 특징인 것 같아요.” 사계절출판사의 <도착>은 근래 만난 그림책 중 최고작이었다고. 그림책의 구석구석을 뜯어보다 보니 원작과 번역서의 질감 차이도 알게 되면서 사 모은 원서만도 120권이 넘는다. 이씨는 남편과 남동생, 동료 학부모 등 오래전 그림책을 졸업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권유로 그림책의 진가를 재발견할 때 본인의 일처럼 기쁘다고 한다.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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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