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II] [배우고 즐기고] 부모가 책 읽어준 집에서 '독서왕' 나온다

입력 : 2010.01.11 02:43

성남시도서관 선정 '책 읽는 가족'
도서관을 집처럼 여겨 다독보다 정독이 중요 가족화합에도 큰 도움

성남시의 5개 공공도서관은 매년 상·하반기 2회에 걸쳐 '책 읽는 가족'을 선정한다. 한국도서관협회와 공공도서관이 가족독서운동 캠페인의 일환으로 독서량 등 도서관 이용이 우수한 가족을 시상한다.

작년 12월 선정된 2009년 하반기 성남시 '책 읽는 가족'들에게 도서관 이용에 대해 물었다. 이들에게 독서는 습관이자 생활이었다. 도서관을 제 집 드나들듯 했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하도록 했고, 자녀교육에 도서관을 십분 활용하고 있었다.

지난 8일 오전 성남시 수정도서관이 선정한‘책 읽는 가족’인 이익재씨·박선희씨·이윤서군(오른쪽부터) 가족이 윤서군이 다니는 상원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 이석호 기자 yoytu@chosun.com

책으로 호기심 키우는 윤서네 가족

박선희(41·주부)씨 가족은 다독(多讀)보다는 "활발하고 현명한 도서관 이용"(구미도서관) 덕분에 '책 읽는 가족'에 선정됐다.

박씨는 외아들 윤서(9·상원초2)군과 함께 주 3회 정도 수정도서관을 찾는다. 다른 '책 읽는 가족'보다 대출 권수(106권)는 많지 않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도서관을 배움터로 활용한다. 윤서군은 작년 하반기 또래들과 함께 '독서회'에 참여했다. 작품 전후 예상해 보기, 낱말 퍼즐 등 독후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도전 독서왕' 행사에서도 2번이나 독서왕을 거머쥐었다. 박씨의 경우는 동화구연을 배웠다. 새해엔 유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봉사모임에 참여할 계획이다.

박씨는 윤서에게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줬다. 언젠가부터 윤서 스스로 책을 보기 시작했고,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엄마를 찾았다고 한다. 한글도 그림책을 보며 배웠다. 스스로 책을 보며 호기심을 키운 것이다. 학교도서관, 이동도서관, 주민센터 도서관까지 이용하는 윤서는 1주일에 30권 정도, 박씨는 아동도서를 포함해 7~8권을 읽는다.

"윤서는 한번 책을 잡으면 중간에 놓는 걸 싫어해요. 밥 안 먹고 책 보고, 외출해야 할 때도 준비 안 하고 읽어서 사실 고민이죠. 책을 볼 땐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윤서가 책에 빠지면 집중을 잘 하는 탓에, 박씨가 "3학년 올라가면 시간을 조절하면서 책 읽는 습관을 길러야겠어요"라고 걱정할 정도다.

박씨는 새해 첫 도서로 '5가지 사랑의 언어'란 책을 골랐다. "부부 대화법에 관한 책이에요. 지난 1년을 남편과 아이와 나눈 대화를 돌이켜보며 빌렸어요."

"토·일요일은 도서관이 우리집"

이진(40·주부)씨 가족은 매주 토·일요일 구미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한다. 오전 9시쯤 남편 김광진(42·회사원)씨, 아들 김남효(9·미금초2)군, 딸 김지효(8·미금초1)양과 함께 도서관에 가면 저녁식사 전까지 내내 책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주말 스케줄'도 벌써 3년째다.

"남효가 5살 때부터 곤충에 푹 빠졌는데, 도서관에서 곤충에 관한 책은 전부 빌려다 줬어요. 워낙 책을 좋아해서 지겨워하지도 않아요."

아직 어린 지효는 얇은 동화책 위주로 1주일에 30~40권을, 남효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두꺼운 중학생 서적 등 1주일에 10권 정도를 소화한다. 이씨는 "학원에서 배울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해 학원은 다니지 않는다"며 "한글부터 직접 가르쳤고 아이의 관심거리 중심으로 책으로만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 김씨도 '독서 애호가'다. 일찍 퇴근한 날은 저녁을 먹고 구미도서관에서 2~3시간 책을 읽은 뒤 밤 10시쯤 집에 오곤 한다. '책 읽는 아버지'로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이씨 가족 4명이 지난 6~11월 대출한 책만 520여권. 구미도서관 여은미씨는 "국내도서와 외국도서의 이용이 매우 균형적이고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는 점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책을 통해 아이가 변화한다"

손승엽(15·샛별중2)·손승준(13·초림초6)군, 손유진(8·초림초1)양 등 2남1녀를 거느린 윤경란(42·주부)·손원우(42·치과의사)씨 부부는 주말에 온 가족이 분당도서관에 놀러가 1인당 6권씩(자녀 2명 이하는 대출 한도가 4권) 총 30권을 한꺼번에 빌린다. "무겁지 않냐"는 질문에 "한꺼번에 빌리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윤씨는 책을 빌릴 때 '권장도서' 목록을 주로 참고한다. 학교와 인터넷을 통해 얻은 목록을 중심으로 대출해 읽어본 뒤 자녀에게 추천한다. 재미있는 내용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동생들에게도 추천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작품을 직접 빌려다주기도 한다.

윤씨는 "아이들은 책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변화한다"고 말했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라는 환경 도서를 읽은 아이들이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는 날 스스로 "분리수거를 잘 해야겠다"며 앞장서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수내동 집에서 분당도서관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가족 5명이 운동삼아 걸어가곤 한다. 아이들의 운동시간이자, 얼굴 보는 시간이 적은 남편과 아이들의 대화시간이기도 하다.

윤씨는 자녀들에게 읽는 책을 목록으로 정리하도록 했다. 맏이 승엽이는 학교에서 준 독서노트를, 승준이와 유진이는 통장 모양으로 생긴 '독서 통장'을 이용해 책 제목과 완독 여부를 표시한다.

"처음엔 애들 데리고 도서관 가서 책 빌리고 읽고 하는 게 쉽진 않은데, 계속 하다보면 놀러간다는 생각이 들고 습관이 되더라고요. 도서관이 가까이 있어서 너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