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성급하게 확대
수험생 “시간 없었다”
14일 마감된 주요 대학의 2010학년도 수시모집 원서 접수 결과 입학사정관 전형의 인기가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험생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에 준비할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교육 당국이 제도 확대에 지나치게 가속을 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입학사정관제가 무사히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기 없는 입학사정관제=15일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 경쟁률은 상대적으로 크게 낮았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제외한 나머지 전형들의 경쟁률이 대부분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고려대는 입학사정관 전형인 '학생부우수자' 전형이 4.4대 1에 그쳤다. 논술과 학교생활기록부를 주요 전형요소로 삼는 일반전형의 경쟁률(46.3대 1)에 비해 턱없이 낮다. 연세대 입학사정관 전형인 '진리자유전형' 역시 15.5대 1로 일반전형 경쟁률 46.2대 1을 크게 밑돌았다. 한양대의 경우 '입학사정관전형'은 40.6대 1로 다른 대학에 비해 비교적 높게 나타났지만 일반전형 경쟁률(60.8대 1)에는 미치지 못했다.
수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만을 실시하는 서울대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지역균형선발전형'의 경쟁률은 2.9대 1로 지난해 3.4대 1보다 하락했다.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입시 전문가나 일선 고교 교사들은 입학사정관 전형의 인기가 낮았던 1차적인 이유로 수험생들이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 제출서류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들었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입학사정관 전형은 서류전형의 비중이 커 학생들이 몇 개월 만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경쟁률이 낮게 나타난 것 같다"며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준비 기간이 충분한 내년부터는 경쟁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영등포여고 최병기(45) 진학담당교사도 "시간이 촉박해서 준비할 시간이 없었지만 현재 고2 학생들부터는 준비기간이 꽤 되기 때문에 내년 입시부터는 지원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경쟁률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입학사정관제를 성급하게 확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0학년도 입학사정관 전형 선발 인원은 지난해(4555명)보다 4.5배 이상 늘어난 2만695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제도의 안착 자체를 우려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엄민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내신이나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 것에 매진해온 학생들에게 입학사정관 전형이 인기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교육 여건과 맞지 않는 입학사정관제를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안착은커녕 유야무야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권지혜 기자 lucidfall@kmib.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