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사진기’로 찍는 세상?
경기도미술관 여름미술학교



특별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예술영재’들이 있다.
경기 안산시 경기도미술관에서는 4일부터 도내 초등학교 3, 4학년 어린이 25명을 대상으로 ‘2009 현대미술체험 어린이 여름미술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이 시각 예술영재 발굴을 위해 올해 처음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경기도교육청의 협조로 초교 학교장에게서 ‘미술 분야에 재능 있는 어린이’를 추천받아 25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8일까지 ‘동굴 벽화에서 미디어아트까지 미술을 통한 소통’을 주제로 현대미술작가 5명의 지도로 다양한 미술창작 과정을 체험한다. 미디어아티스트 후루가와 기요시 도쿄예술대 교수와 함께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작품을 만들어보고, 설치미술가 고금산 씨와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만든다.
어린이들의 창작품은 8∼31일 미술관 1층에 전시된다.
첫 수업 날인 4일 오후 ‘카메라로 소통하는 세상’과 ‘카툰의 세계’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미술 영재’ 25명 선발… 톡톡 튀는 문자그림-캐리커처도

○ “사진에 마음을 담아 찍었어요”
‘바늘구멍 사진기’가 찍은 세상은 어떨까.
“빛의 투과와 상이 맺히는 원리 등 카메라의 기본 원리를 배워 볼까요?”(사진작가 한성필 씨)
어린이들은 깜깜한 실내에서 ‘바늘구멍 사진기’ 속에 인화지를 넣은 뒤 사진기의 뚜껑을 닫았다. 건물 밖으로 나간 어린이들은 무엇을 찍을지 잠시 고민한 뒤 자리를 잡았다. 구멍을 막은 테이프를 조심스레 떼어 사진기 속에 넣은 인화지를 빛에 노출시켰다. 1분여가 지났을까. 테이프로 다시 구멍을 막은 뒤 어린이들은 암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와∼ 상이 뜬다, 떠∼. 이건 나무, 이건 건물….”
인화용액에 담긴 인화지에 상이 나타나자 어린이들은 신기해했다.
“상이 상하좌우 거꾸로 맺혔고 실제 밝은 부분은 검게, 어두운 부분은 밝게 나오는 ‘반전’이 일어났어요.”(한 씨)
5일에는 자신이 상상한 것을 그리거나 지점토로 만든 뒤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 하나의 스토리로 완성하는 수업이 진행됐다.


○ “그림으로 표현해볼까요?”
“문자를 그림으로 표현해 볼까요?”(만화가 김동범 씨)
김 씨는 칠판에 ‘야구’라고 쓴 뒤 시범을 보였다. 자음 ‘ㅇ’은 폭죽과 야구공이, 모음 ‘ㅑ’는 야구방망이가, ‘ㄱ’은 야구글러브 그림이 됐다.
어린이들은 흰 종이 위에 연필로 자신의 이름이나 좋아하는 것을 적었다.
한 어린이는 ‘만화’라고 쓴 뒤 ‘ㅁ’은 만화책으로, 모음은 붓과 연필로 변신시켰다. ‘ㅎ’에는 눈 코 입 모자를 그려 넣어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만들었다.
한 어린이는 도넛 딸기 수박 등의 그림으로 ‘요리왕’이라는 단어를 완성했다.
네임펜으로 덧그린 뒤 크레파스 사인펜 등으로 색칠하자 멋진 ‘문자 그림’이 탄생했다.
또 어린이들은 나무판 위에 자신의 캐리커처를 그렸다. 큰 머리, 붉은 입술, 큰 눈 등 자신의 특징이 강조된 개성 있는 작품들이 나왔다.
김 씨는 “어린시절 사고력의 작은 차이가 어른이 된 뒤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인 사고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준우 군(경기 오산시 원일초 4)은 “다양한 미술체험 활동을 하면서 배우니 신난다”고 말했다.
< 안산=임선영 기자 sylim@donga.com >

○ 어떤 선발심사 거쳤나 선발심사에서는 창의력 협응력 발표력 등이 주요 기준이었다.
눈에 띄는 시험 종목은 ‘연필 깎기’.
양원모 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은 “요즘 칼로 연필을 깎아본 아이들이 적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참가자들 중 연필을 한 번이라도 깎아본 아이는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고. 연필을 예쁘게 깎는지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끈기가 있는지 등이 심사대상이 됐다.
발표력과 논리력 평가를 위한 프레젠테이션 테스트도 있었다. 양 팀장은 “미술학원 선생님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기획부터 완성까지 아이 스스로 즐거워하며 만든 작품인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의력은 도형이 그려진 종이를 나눠주고 떠오르는 형상을 완성하게 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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