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노는 30분 창의력도 인성도 ‘쑥쑥’
  • ◇진드기 놀이
    적어도 내 아이에게만은 최고가 되고 싶은 게 아버지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아이들은 더 이상 야근이나 회식 후 늦게 귀가해 잠든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빠에게 만족하지 않는다. 아빠가 “회사와 사회활동을 위해 발휘하는 능력의 1%만 아이에게 쏟아도 아이는 10% 변할 것”이라고 자녀양육 전문가 권오진 ‘아빠와 추억 만들기’(www.swdad.com) 단장은 강조한다.

    #취학 전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중요

    그렇지만 아빠가 아이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권 단장은 ‘49’ 법칙으로 설명한다. 요즘 아빠들은 아내와 함께 태교·육아에 동참하는 등 의욕을 보이지만 이는 대개 아이가 4살이 될 때까지만 지속된다.

    그 이후 아이 양육과 교육은 아내에게 떠넘긴다. 평일에는 거의 볼 수 없고 주말에는 TV를 켠 채 잠들어 있는 아빠의 모습에 익숙해진 아이도 9살이 되면 아빠 품을 떠난다. 아빠가 함께하지 않아도 원망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귀찮아하기도 한다. 컴퓨터 게임이 훨씬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하루 30분간 소중한 아이와 함께하겠다고 결심하더라도 고민은 남는다. 목말 태우는 것 외에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 것이다. 어떻게 놀아줘야 하나. 권 단장은 시작이 반이라고 조언한다. 아이와 함께 아침을 먹는 것, 하루 1분 업어주는 것이 아이의 인성 발달과 교육에 미치는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또 아이와 함께할 수 있고 아이가 좋아한다는 전제가 있다면 굳이 거창한 놀이기구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

    다만 ▲아이가 놀아 달라고 하면 절대 “안 돼”라고 말하지 말고 ▲아이가 다칠 경우를 충분히 고려한 뒤 놀아주고 ▲함께하는 놀이에서 아이의 승률이 60%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고 ▲아이가 자존감과 성취감을 느낄 정도의 연기 액션을 연출하고 ▲‘지옥탈출’ 놀이 도중 “우리 ○○이, 힘이 최고네”라는 식으로 칭찬을 해주고 ▲놀이 후 아이가 스스로 정리정돈하도록 하는 등의 놀이 기본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각종 놀이를 개성 있게 꾸리면 된다.
    ◇진드기 놀이

    #신문지, 페트병, 베개… 뭐든지 놀이도구로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 모두가 훌륭한 놀이기구가 될 수 있다. 권 단장은 신문지 한 장으로 할 수 있는 놀이가 80여가지나 된다고 말한다. 다만 3세까지는 되도록 많이 업어주고 안아주는 신체놀이를 위주로 하고, 6세까지는 이불이나 베개, 페트병 등을 활용한 도구놀이를 활용하면 된다. 9세까지는 고구마 심기, 송사리 잡기 등 가정을 벗어난 체험놀이 중심으로 놀아주면 된다.

    권 단장이 아이 두뇌와 인성을 키우는 생활 놀이 1700가지를 담아 최근 펴낸 책 ‘아빠 놀이학교’(포북)와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달 31일 선유도공원에서 주최한 ‘제1회 아빠 놀이왕 대회’에서 소개된 실내 놀이들을 알아봤다.
    ◇터널놀이

    터널놀이는 아무런 도구가 필요 없다. 그저 아빠의 근력과 자상한 목소리만 있으면 된다. 아빠가 엎드린 자세를 취하고 아이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통로를 만든다. 아빠가 “30까지 세면 잡히는 거야”라고 말한 뒤 숫자를 세면 아이는 아빠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아빠 몸을 통과하고, 정해진 숫자에 도달하면 아빠는 몸을 숙여 아이를 잡는 놀이다. 아이가 숫자 공부를 하는 동시에 근력, 지구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진드기 놀이 역시 아빠의 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놀이다. 하지만 힘이 드는 만큼 아이들의 함박웃음은 늘어난다. 아빠의 다리에 아이가 매달리게 한다. 다리를 들어 올리며 “진드기야 떨어져!”라고 다리를 흔든다.

    ‘놀이왕 대회’에 참가한 홍성태씨는 축구 동작을 응용했는데, 그 아이들은 ‘원숭이 끼끼’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아이가 떨어지지 않고 잘 버티면 “우리 공주님은 아빠랑 떨어지기가 그렇게 싫어?”라고 한마디 한다. 아이가 둘이라면 양쪽 다리에 각각 매달리게 한 뒤 경쟁을 시키는 것도 괜찮다.

    흥부네 대형 이불은 전래동화를 놀이에 응용한 것이다. 신문지마다 사람 머리가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낸 뒤 스카치 테이프 등으로 구멍 주위를 붙여 튼튼하게 한다. 이어 똑같은 방식으로 만든 신문지 여러 장을 이어 붙여 대형 이불을 완성한다.

    각 가족 모두 신문지를 덮고 머리를 내놓은 뒤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해주거나 끝말잇기, 쿵쿵따, 나무 이름 대기 놀이를 하면 된다. 이불 위로 고개만 쏙 내민 서로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거니와, 한 이불을 덮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족간 유대감은 깊어진다.

    박스집 만들기는 대형마트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형박스를 이용해 아이가 직접 집을 만드는 놀이다. 아이가 충분히 들어갈 크기의 박스를 구한 뒤 겉면에 아기자기한 그림을 그리도록 유도한다. 또 “창문은 어디야?”라고 묻는 식으로 아이 스스로 집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 아이는 자신의 집을 직접 만들었다는 뿌듯함에 그 박스집에서 자겠다고 할 텐데, 무리하게 말리지 않는 게 좋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사진:보건복지가족부〉
  • 기사입력 2008.06.05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