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누드 사진 파문’ 신문의 두 얼굴
한겨레 구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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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문화일보>의 ‘신정아 알몸사진’ 보도는 선정성에 사로잡힌 반인격적 언론 보도로 한국언론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사건이다. 14일 대부분의 신문들도 문화일보의 기사가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했는지 동업자 의식을 벗어나 매서운 비판을 가했다. 하지만 일부 신문들은 ‘오프라인 비판, 온라인 문화일보 베끼기’의 얄팍한 상술을 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인터넷 사이트는 13일 오후 문제가 된 문화일보 기사와 사진을 베끼다시피 해서 전했다. 세 신문 모두 문화일보 지면을 사진 찍어서 머릿기사로 올렸다. “‘신정아 올누드’ 사진 나왔다”(조선), “문화계 인사 집서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중앙), “문화계 유력인사 집서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동아) 문화일보 사이트는 다운됐지만 그 사진과 기사는 조·중·동에서 확대·유포했다. 한 곳에서만 30만이 넘는 접속 수를 기록했다. 아예 한 곳은 문화일보 기사와 사진을 동영상 뉴스로 만들어 서비스했다. ‘신정아 누드 동영상’을 검색하면 이 동영상이 떴다.

하지만 누리꾼의 비난이 아우성치자 조·중·동 사이트는 몇 시간 뒤 기사를 크게 수정했다. 조선은 머릿기사 제목을 “신정아 누드사진 보도, 선정성 지나쳐”로 180도 바꿨다. 기사 안에 실었던 누드사진도 삭제했다. 동영상 뉴스도 없앴다.

신문사들의 선정적 뉴스와 사진에 당황한 쪽은 계약사의 뉴스를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하는 포털이었다. 네이버와 다음이 먼저 언론사에 연락을 해 알몸사진을 삭제하겠다고 요청한 이후에야 신문사들도 문제의 사진을 지우기 시작했다. 이날은 한국 언론의 야수성을 마구 드러낸 날이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 조선일보 인터넷 사이트는 문화일보를 인용해, 신정아씨의 누드 사진과 기사를 톱 기사로 처리했다.
» 병 주고, 약 주는 보도? 조선일보 사이트는 신정아씨의 누드사진이 실린 문화일보의 사진을 찍어 올리고, 초기 화면에도 누드 사진을 걸었다가, 비판이 제기되자 애초 실은 사진을 제거하는 등 기사를 대폭 수정했다. 신정아씨의 누드 사진이 발견됐다고 톱기사로 보도하며 ‘선정성‘을 조장했던 이 신문 사이트는 이후에 머릿기사로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