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사대]
입력: 2007년 08월 22일 21:05:29
주영훈, 최수종(왼쪽부터)

동생이 나온 학교를 졸업했다고 하질 않나, 어학연수 과정을 학위 이수로 꾸미지 않나. 또 입학을 했으나 졸업은 못했다는 변명부터, ‘구차한 실토’를 ‘당당한 고백’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위 조작 이후 불거진 학력위조 파문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깔수록 알맹이는 없고 눈물만 흐르는 양파 속 형국이다. 전 분야에 걸쳐 학력 조작 의혹이 들썩대자 출신학교에 대해 허풍을 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은 다들 오금이 저렸을 게다. 그 와중에 ‘자진 고백’으로 무마하려는 경우도 있으나, 학력도 믿지 못하는 마당에 ‘해명’ 역시 의도가 불손하다.

작곡가 겸 가수 주영훈(왼쪽 사진)이 미국 조지메이슨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다고 대중을 속여왔던 사실이 21일 밝혀졌다. 웃지 못할 해프닝은 ‘스포츠칸’의 최초 보도 직후 연이어 보도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영훈은 ‘당당한(?) 고백’이라며 읍소했다. 심지어 연예인 최초의 학력위조 인정과 수정 요구라며 ‘미화’하려는 의도까지 드러냈다. ‘스포츠칸’은 앞서 지난 19일부터 학력 의혹과 관련해 주영훈 측에 확인을 요청했다. 거짓말이 드러나기 전, 주영훈 측은 당당했다. 오히려 그의 매니저는 “조사하려면 해 보라”고 큰소리까지 쳤다. 하지만 이미 재미교포 정보공유 사이트 등에는 ‘주영훈의 학력위조’에 관한 증언 및 어학연수 도중 그의 미국 생활에 대한 목격담이 게시됐다. 더불어 언론의 취재가 가속되자 주영훈은 돌연 입장을 바꿔 ‘학력 인정과 수정 요청’을 주장했다. 그러나 한발 늦었다.

같은 날 탤런트 최수종의 학력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고 알려진 것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 최수종 측은 “한국외대에 합격한 것은 사실이나 집안 사정으로 등록하지 못했다”고 즉시 해명했다. 최수종의 공식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던 프로필의 학력란은 삭제됐다. 최수종을 ‘심정적 동문’으로 생각해 왔다는 한국외대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수종의 합격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현재 남아 있지 않으나, 지난 2000년과 2004년 학교 측이 외대방송인상과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겠다고 제안한 것을 최수종이 고사했다고 추가로 밝혔다. 그의 고등학교 은사도 최수종이 한국외국어대에 합격했던 사실을 공개하고 나섰다.

같은 날 벌어진 두 사람의 학력 위조를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은 첨예하게 갈라섰다. ‘비호감’ 연예인으로 불리던 주영훈에게는 “그럴 줄 알았다”는 비난이 격렬한 반면 ‘호감 연예인’ 최수종에 대해서는 “실망했다” 정도로 그친다. 이른바 ‘미운털 현상’이다.

주영훈은 자진해서 학력 수정을 요청했다고 변명했지만 네티즌들은 그의 최근 방송분 UCC를 통해 주영훈의 허풍을 꼬집었다. 특히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5월24일 MBC FM4U ‘박명수의 FunFun라디오’에 출연해 자신 있게 미국 유학 시절에 대해 얘기한 것은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진행자 박명수가 “조지메이슨대학교를 졸업했는가” 묻자 “예, 미국에”라고 대답하고 “(학교는) 버지니아주 페어펙스시티에 있다. 당시 음대와 여러 학교를 다녀 솔직히 성적은 안 좋았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유쾌하게 웃은 내용이다. 학위 위조에 대한 배신감에 이어 위선적인 ‘거짓 해명’에 대중의 비난은 극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신정아 파문에 이은 최악의 위조”라고 할 정도다. 결국 주영훈은 TV와 라디오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동일한 사안의 최수종은 조용히 KBS1 ‘대조영’ 촬영을 진행 중이다. 최수종이 잘했다는 뜻은 아니다. 본인이 “외대 졸업했다”고 얘기하고 다니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학력에 대한 암묵적 동조 역시 그의 책임이다. 하지만 백마디의 구차한 변명보다 겸허한 침묵의 수용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한편 이번 학력 파문에 포털사이트의 책임도 생각해 볼 문제다. 방송인 강석의 학력위조와 관련해 MBC 라디오 정찬형 본부장은 “대형포털사이트가 개인프로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본인의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 장미희를 비롯해 이번 주영훈, 최수종 등은 공통적으로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학력에 관해 ‘확인 요청이 없었다, 영문을 모른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홍보팀은 “개인 정보는 조인스닷컴의 DB를 제공받아 구축됐다”면서 “이슈 사항에 대해서는 신뢰 있는 기관이 공개하는 무료 DB를 사용하고 연예인의 경우는 소속사가 제공하는 프로필이나 관련 뉴스의 내용을 참조한다”고 밝혔다.

요즘은 인물정보가 궁금해지면 검색창에 이름부터 넣어보는 게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마치 단어를 찾기 위해 사전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지식검색’을 표방하는 포털사이트가 네티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일이다. 더불어 대중의 사랑에 기반하는 연예인 역시 더 이상 믿는 도끼에 발등찍히는 일을 만들지 않길 바란다.

〈조상인기자 ccs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