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그대를 강하게 하리라
한겨레
금이 간 거울

때론 상처받지만 그 상처를 이겨내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섬세한 시각으로 포착한 중편 동화집이다. 소심한 오빠가 애정을 갖고 키우던 닭을 몰래 잡아먹은 뒤 죄책감에 시달리는 동생 이야기 ‘오빠와 닭’, 친구와 다투고 난 뒤 어설프게 화해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묘사한 ‘오늘은, 메리 크리스마스’, 운동회 날 가족들이 올 수 없는 주인공이 아빠를 원망하다 이해하게 되는 ‘삼등짜리 운동회 날’ 등, 아이들이라면 공감 100%, 어른들이라면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릴만한 짧은 이야기 다섯 편이 담겨 있다.

표제작 ‘금이 간 거울’은 집과 학교에서 받는 억압과 상처로 사람들 속에 자연스럽게 섞이지 못하는 소심한 여자 아이가 도벽에 빠지게 되는 심리를 깊이 있게 그리고 있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문제될 만큼 못하는 것도 없고,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지만 아이들한테 왕따를 당한 적도 없는 소현이.어느날 문구점에서 자기도 모르게 작은 거울 하나를 훔치게 되는데…. 짜릿한 긴장, 공포와 함께 뻔하지 않은 결말이 신선하다.

방미진 글, 정문주 그림. 창비/8500원.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