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제목에 ‘혹’ 하지 말고 수준별 전략 ‘딱’ 짚은 책을
공부법 책, 잘 고르려면
한겨레
» 공부 방법을 다룬 책들
독서지도사로 활동하며 평소 책을 많이 접하는 서순옥(36)씨는 얼마 전 여러 가문의 교육법을 한데 엮은 책을 샀다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거창한 제목에 끌려 책을 샀지만 정작 책에 담긴 내용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서씨는 “평소 도서관 등에서 책을 빌려보는데, 그 책은 제목이 하도 그럴싸해 직접 서점에 가 사봤다”며 “무척 일반적인 얘기를 나열해 묶어 놓고 마치 대단한 것인양 포장을 해 놓아 실망이 컸다”고 말했다.

안양 성문고등학교 1학년 김하나(17)양. 이른바 ‘공부 천재’들이 쓴 <○○○의 공부법> 등 한 개인의 공부 요령과 성공담 등을 담은 책을 많이 봤지만 요즘은 잘 보지 않는다. 그런 책들이 유능하고 특별한 사람들의 개인적 경험담일 뿐 모두에게 적용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양은 “중3 때 ‘공부는 테크닉’이라고 외치며 등장했던 <공부○○>라는 책도 반 얘들이 돌려볼 정도로 인기였지만, 볼 때만 조금 자극됐을 뿐 실제로 적용은 거의 못했다”고 말했다.

개인의 경험담 늘어놓은 책
학원강사·원장들이 쓴 책
똑같이 적용 한계…“피해야”
“공부는 의지가 제일 중요
인성 키워주는 책이 더 도움”

공부 방법을 다룬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교보문고에서 집계한 2006년 출판 현황을 보면, 지난 한해 동안 공부 방법만 전문적으로 다룬 책은 32권 출간됐다. 범위를 ‘특목고 진학’으로 넓히면 61권이 출간됐다. 네이버에서 책 검색을 해보면 <○○공부법>이라는 제목을 단 책만 2000년 이후 39권 출간됐다. 책 전문 사이트 알라딘에서 ‘공부’라는 단어를 쳐넣으면 1800권의 책이 검색된다.

공부법 책의 대중적 성공은 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대학 수석 합격생이 쓴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이 책은 1996년 출간돼 현재까지 80만부 정도 팔렸다. 그전까지 공부법 책들이 주로 유아 교육에 머물렀음에 견줘 이 책은 책의 일부나마 저자의 대입 준비 방법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런 식으로 개인적 성공담과 공부 비법 등을 담은 책은 지금도 꾸준히 출간되고 있지만, 성공의 범위는 ‘외국어고’나 ‘하버드대’ 등으로 연령대는 낮아지고 지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99년 출간된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는 200만부나 팔리며 문학류에 한정돼던 베스트셀러의 범위를 공부법 책으로도 넓혔다. 이 책의 성공은 영어학습에서 ‘듣기’를 강조한 신선한 시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어가 과도한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만의 왜곡된 사회 현상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4년에는 전직 여성지 기자가 쓴 <대치동 엄마들의 입시전략>이라는 책이 나왔다. 사교육 시장 규모가 공교육과 맞먹고,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거는 우리 현실에서,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대치동 학부모들의 비밀스런 ‘학교 밖 교육’을 다룬 이 책은 판을 거듭하며 전국의 대치동화에 일조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성공한 뒤 ‘대치동 엄마’ 시리즈를 두 권이나 더 출간했고, 뒤질세라 다른 출판사들도 ‘목동 엄마들’과 ‘민사고 부모들’을 공부법 시장으로 불러들였다.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해 좋은 성적을 내거나, 유명 대학에 합격했다는 식의 공부법 책은 고전적인 경우고 사례도 무척 많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하버드대학에 입학한 경우나 학원 선생님의 면박을 오기로 극복했다는 학생 등이 그것이다. ‘대치동 엄마들’이 성공한 뒤로는 적극적 자녀 관리로 성과를 낸 억척 학부모들이 공부법 저자군에서 빠지지 않는다. 눈에 띄는 것은 학원 강사나 원장들이 공부법 책의 저자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학생의 성적을 올려줬다”거나 “한 반에서 서울대를 8명이나 보냈다”는 식의 경험을 내세워 책을 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런 책들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프로필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이런 책들은 대개 경력을 포장하기 위한 홍보용 수단으로 쓰여진 것”이라며 “내용이 부실해 성공하기도 힘들지만, 어쨌든 제목만 보고 책을 집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말한다.

» 공부 방법을 다룬 책들
출판사들이 이렇게 공부법 책을 쏟아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장은 “나이 18살에 공부로 인생이 결정되는 대한민국 사회 구조 탓”이라며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인데, 일류대를 보냈다거나, 유명한 사람이 썼다는 등 임상 결과만 확실하면 어느 정도 기본은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으로 대변되는 ‘공부 시장’이 커지면서 그 반사 효과를 얻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출판사 실장은 “전반적 불황 속에서 출판계가 문학보다는 실용서 위주로 재편되는 추세”라며 “특히 교육에 관해서는 엄마들이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특이한 소재에 그럴듯한 제목만 붙이면 성공이 어렵지 않고,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2,3판 정도는 쉽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혹하는 제목을 달고 하루에도 몇 권씩 쏟아지는 공부법 책들,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교육 전문가들은 되도록이면 공부법 책을 사지 말 것을 당부한다. 정여름 대구 용계초등학교 교사는 “공부도 결국 의지인데, 기술적인 방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의지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어릴 때부터 다양한 기회를 주고 부모가 함께 적극적으로 관심을 쏟는 게 공부법 책 한 권을 사 읽히는 것보다 더 낫다”고 말했다. 살 때 사더라도 옥석은 가릴 것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동혁 아주대 학습능력개발실장은 “공부에서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우선 그런 기대를 버리고, 지나치게 개인적인 경험담이나 어려운 이론서 등은 피하고 구체적이고 보편적 전략들이 제공되는 책을 선택하라”고 말했다.

성적을 올려 준다는 공부법 책보다 학생의 인성이나 자질 등을 키워주는 책을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행히 최근에 이런 책들이 많이 출간돼 읽히고 있는데, 2003년 출간돼 15만부 가까이 팔린 <부모와 아이 사이> 같은 책들이 그것이다. <엄마 학교>처럼 공부보다 부모의 올바른 역할을 통해 아이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책 등도 많이 나와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공부법 책 구입 5계명

1. 자극적 제목을 피하라!
출판 시장은 전쟁터다. 출판사들은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끌기 위해 ‘대한민국 1%’ ‘전교 1등’ ‘비밀노트’ ‘지존’ 등의 자극적이고 튀는 제목을 거침없이 붙인다. ‘가르치는 대신 묻고 기다려라’는 소박한 주제로 자녀 교육서를 쓰면, 제목은 <내 자식, 국제 우등생으로 키우는 해법> 식으로 붙는다.

2. 특별한 것은 특별한 것일 뿐!
공부 천재들의 경험담은 그들만의 특별한 경험담일 뿐이다. 노력까지 폄하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은 특수한 상황에서 특별한 조건을 갖고 성과를 얻은 것 뿐이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왜 안맞느냐’고 자책하기보다 자신만의 장점을 찾아 나가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3. 한 걸음 늦춰라!
사고 싶은 마음이 아무리 굴뚝같아도 한 템포만 늦추고 기다려라. 출판사나 서점에서 하는 대대적 선전보다 더 믿을 만한 것은 입소문과 서평이다. 서둘러 책을 구입하기보다 주위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고, 아이에게 더 주목하라.

4. 공부 실력보다 인성을 키워라!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인성이다. 공부는 못해도 잘 살 수 있지만 인성이 나쁘면 결코 잘 살 수 없다. 안타깝게도 인성은 지식처럼 주입할 수 없다.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고 자식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도록 해라.

5. 왕도는 본인이 안다!
공부에는 정해진 기술도, 왕도도 없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아야 한다. 눈이 번쩍 뜨이는 단기적 성과를 찾기보다 꾸준히 실천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라.

» 여러가지 공부법을 다룬 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개인적인 특성에 맞춰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 한 서점에서 한 학부모가 아이와 같이 학습지도서를 살펴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표지 이야기

공부법을 다룬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유혹하는 제목을 달고.

방학을 맞아 시 한 편, 소설 한 권 읽으려고 서점에 갔다가도 초입에 잔뜩 쌓인 공부법 책 코너에 발걸음이 멈춰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대~충 훑어보다 맘에 쏘~옥 드는 제목의 책을 한 권 사서 돌아와 펼쳐보면…, 이게 왠일? 화려한 제목은 온데간데 없고, 공자왈~ 맹자왈~, 수업 열심히 듣고, 예복습 철저히 하란다.

이런 경험 있으신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공부법 책, 웬만하면 사지말고 살 때는 꼭 옥석을 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