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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산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호!" 건너편에서 똑같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야호!" 이번에는 이렇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 바보야!" 그러자 저 쪽에서 똑같은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아이는 화가 나서 산을 내려왔습니다. 어머니께 산에 아주 나쁜 아이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산에는 좋은 친구도 있단다. 좋은 친구를 사귀고 싶으면 네가 먼저 친구가 되자고 말해 보렴." 아이는 다시 산에 올라가 외쳤습니다. "좋은 친구가 되자." "좋은 친구가 되자." "나는 네가 좋아." "나는 네가 좋아." 어머니 말씀이 옳았습니다. 아이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2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최근 들어 이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은 분들이 있어 꺼내보았다. 손학규 전 경기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자 여기저기서 여러 말들이 터져 나왔다. 잘 나왔다는 소리, 철새라는 소리 등등 말이 많다. 그 중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집중시킨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상당히 직설적으로 손학규 전 경기 지사를 비판했다. 이에 발끈한 손학규 전 경기 지사도 노무현 대통령도 '대통령을 만들어 준 민주당을 버리고 신당을 창당하지 않았냐', '무능한 진보의 대표'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퍼부었다.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지 떠나서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는 순간 한숨이 절로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잘 녹아 있지 않은가 싶다. 2학년 국어 교과서 <메아리>라는 이야기에서 아이가 '바보야'를 외치자 '바보야'라는 말이 돌아온 것처럼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서로 부정적인 말을 주고 받는데만 익숙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과 손학규 전 경기 지사의 설전은 보수를 지향하든 진보를 지향하든 정치인들이 서로 간에 좋은 말보다 안 좋은 말을 주고받는 데 훨씬 능숙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 서로 주고받는 말싸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얼마 전에 한나라당의 강력한 두 대권 주자 이명박 전 서울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설전이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다. 박근혜 대표가 끊임없이 검증론을 주장했고, 묵묵부답이던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은 기어이 '아이를 낳아봐야 교육이나 보육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 반격을 가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이 군에 다녀오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군 통수권자 자격이 있냐'고 다시 되받아치는 등 가시 돋친 말을 빠르게 주고받았다.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으로 대권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는 보수 진영들을 지금까지도 가장 긴장시키는 부분이다. 서로 간에 힘을 합치기보다 서로를 공격해 힘을 뺏고자 하니 걱정이 될 수밖에. '무능한 진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현 여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뚜렷이 부각되고 있는 대권 주자를 가지고 있는 보수 진영에 비해 진보 성향 쪽의 여권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집단 탈당 등을 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결국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한나라당 내 강력한 대권 주자들이 지난 97 대선 때의 이회창, 이인제때처럼 사분오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손학규 전 경기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으로 이른바 진보 성향쪽이라는 여권쪽도 향후 표의 향방에 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게 되었다. 한나라당 내에 있을 때부터 한나라당 지지자보다 여권 성향 지지자들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았던 인물이 바로 손학규 전 경기 지사다. 현 정권과 권력을 함께 누렸던 정동영, 김근태 카드가 힘을 발휘하기 힘들고, 고건 카드는 오래 전에 판에서 사라졌다. 진대제, 정운찬 카드는 아무래도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카드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 한나라당은 죽어도 싫지만, 현 정권에 실망한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손학규 전 경기 지사는 범여권 단일 후보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예상을 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노무현 대통령의 손 전 경기 지사에 대한 비판은 그래서 한나라당 내 이명박 전 서울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벌였던 설전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많은 이들의 눈을 찌푸리게 하는 건, 정치인들이 용케도 남의 나쁜 점을 귀신같이 잘 찾아내어 공격한다는 것이다. 산에 올라가 '바보야'를 외치는 아이처럼 나쁜 말만 상대방에게 던지니 서로 간에 좋은 말이 오고 갈 리가 없다. 그 말인즉슨 서로 나쁜 말이 오고 갈 만큼 서로 간에 올바른 행실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것이 이미 습관이 되었는지 안 그러던 이들도 정치인의 길을 걷기만 하면 어떤 이가 무슨 일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비판과 비난을 쏟아낸다. 서로 간에 좋은 말이나 행동을 주고받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으니 국회에 들어가서도 자기 할 말만 하고 사소한 것으로 말꼬리를 잡아 싸우는 행동을 고칠 수 없는지도 모른다. 하긴 무엇보다도 서로 간에 좋은 말이 오고 갈 수 없는 것은 서로 간에 좋은 행동을 먼저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권 도전을 위해 쉽게 탈당하고, 창당하고, 새로운 역사와 정치를 만든다며 창당하고, 여당이고 야당이고 할 것 없이 이런 모습을 끊임없이 반복하니 서로 간에 안 좋은 말만 던질 꼬투리가 생긴다. 그것은 곧 그러한 행위 자체가 비판받을 요소가 다분하다는 얘기다. 이제는 제발 좀 "넌 나쁜 아이야!" 라고 메아리를 외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당신은 노력하면 좋아질 수 있어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라고 메아리를 외치는 정치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메아리가 많이 울려 퍼질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존경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는 습관도 좀 기르기 바란다. 하긴 우리나라 정치인이라면 좋은 메아리를 외치는 대신 새롭게 이런 메아리를 만들어낼지도 모르지만. "넌 나쁜 아이야! 난 좋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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