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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시인 최영미의 서양미술 감상서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시인 최영미(41)씨가 미술 에세이 「화가의 우연한 시선」(돌베개刊)을 냈다. 이집트 초상 조각에서 1960년대 미국 회화까지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시대순으로 훑은 이 책은 '최영미식 미술감상법'의 진미를 선사한다. 최씨는 영국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예술세계를 다룬 번역서 「화가의 잔인한 손-프란시스 베이컨」과 산문집 「시대의 우울-최영미의 유럽일기」 등을 통해 미술사가의 꼼꼼한 관찰력과 시적 감수성을 결합한 미술감상법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책은 여성적 자의식의 확장을 통하지 않고는 포착해내기 어려운 예술적 진경을 제시하고 있어서 미술비평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수록된 글 가운데 이탈리아 여성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1593-1651)에 대한 최씨의 해설은 웅변조에 가깝다. 아시리아 장군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해 살해한 유대의 과부 유디트의 일화는 바로크 시대에 인기있던 그림 소재였다. 최씨는 "유디트는 남성 욕망의 비극적 희생자가 아니라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남자를 희생시킨 여인인데도 남성 화가들은 그녀를 달콤하고 감각적으로만 묘사했다"면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그린 근육질 넘치는 여전사는 예전의 서양미술에서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여성상이자 남성의 욕망을 거세하는 새로운 타입의 여성상"이라고 말한다. 이탈리아 화가 폰토르모(1494-1557)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에 대한 글은 최씨의 예술적 심미안이 원작자의 붓끝을 거쳐 영혼까지 닿아있음을 보여준다. 최씨가 이 그림에 대해 "분홍빛 피부와 대조를 이루는 목덜미와 어깨 등에 칠해진 바랜 듯한 파란 빛은 어디서 온 걸까?"라고 진술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세심한 관찰자라도 그림 속의 '파란 빛'을 쉽게 발견해내지 못할 것이다. 샤르댕(1699-1779)의 「시장에서 돌아와서」, 들라크루아(1798-1863)의 「제니의 초상」 등 기존 미술 교양서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숨은 명작들에 대한 해설도 좋은 읽을거리다. 216쪽. 1만원. ckchung@yna.co.kr(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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