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북고 한교실에 교사 7명 전공별로 주제풀이 ■ 서울 중동고 수준별 강좌 ■ 일산 대진고 정규수업에 논리학 ■ 서울 성남고 논술교사만 2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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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7시20분 서울 중계동 재현고 1학년 15반. 학생 32명이 일제히 신문과 두툼한 노트를 꺼냈다. 매일 아침 정규수업 시작 전 20분간 진행되는 ‘사설(社說) 노트 수업’ 시간이다. 학생들은 노트에 스크랩된 일간지 사설을 읽고 단답형 질문에 답을 적은 뒤 ‘600자 논술’을 작성했다. 1·2학년 전교생을 상대로 한 수업은 이 학교 논술교육의 한 축이다.
다른 한 축은 교사 8명으로 구성된 ‘파워논술팀’. 이들은 올 초에 사설 학원과의 ‘경쟁’을 선언하고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논술·구술·심층면접은 이제 학원이 아니라 학교 논술팀에서 준비하십시오.’ 이 팀이 개발한 ‘5단계 논술교육 시스템’도 소개했다. 이들의 경쟁 상대는 ‘은행사거리’로 알려진 인근 학원가. 학원 밀집지역 때문에 이곳은 ‘강북 8학군’이라고 불린다.
교사들이 파워논술팀을 만들려고 할 즈음 “그냥 외부 강사를 초청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김양휘 교장이 나서 “논술을 잘 준비해 명문고로 도약해보자”며 설득했다. 김 교장은 “논술까지 학생을 사교육에 뺏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의 지도방식은 2명의 교사가 교대로 난상토론, 면담, 첨삭 지도, 논술문 완성의 단계를 밟아 가며 7~8명의 학생들을 지도하는 식이다. 학교는 1·2학년 각각 네 그룹의 학생군(群)을 모집했다.
◆동북고, 통합 논술수업 전도사로
서울 둔촌동 동북고의 통합논술 수업은 재현고와 다른 방식이다. 매주 금요일 논술 수업 때마다 최대 7명의 교사들이 한 교실에 ‘우르르’ 들어가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경제, 철학, 물리, 국어, 윤리 등 통합논술팀의 교사들은 한 주제를 각자 전공에 연결시켜 분야를 넘나드는 릴레이식 수업을 펼친다.
작년에 역량을 집중한 인문·사회 논술에 이어 올해는 수리과학팀에서 2학년생 65명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2008년 입시안이 발표되기 전인 작년 2학기 때부터 시작돼 이제는 완전히 정착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논술팀을 이끌고 있는 권영부 교사의 설명이다.
이제 이 학교의 논술 수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는 학교들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경문·선덕·목동·숭의여고는 물론 전남의 창평·장성고에서도 교사들이 다녀갔다. 동북고 교사들은 광주, 목포와 제주도로 직접 ‘출장 컨설팅’을 떠나기도 한다. 권 교사는 “공교육도 의지를 갖고 제대로 준비하면 논술교육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학교에서는 이미 교사들 간에 독서토론회가 조직돼 있어서 이것이 통합논술팀을 발족시키고 지속시키는 데 밑거름이 됐다.
◆중동고, 각자의 노하우를 심화
기존에 진행해온 논술 수업방식을 더욱 심화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한 학교들도 눈에 띈다.
서울 중동고는 조만간 수준별 논술 강좌를 실시하기로 했다. 선행 학습도가 낮은 학생은 기초반을 이수해야만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초반에서는 문장 작법(作法)에서부터 아예 다시 가르칠 계획이다.
5년 전부터 1학년 정규 수업에 논리학을 포함시켜 논술 시험에 대비해온 일산 대진고는 현재 전 교과서를 대상으로 논술과 연관된 부분을 분석, 발췌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 성남고의 경우 최근까지 20여명에 이르는 논술교사를 확보해 언제든지 강의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이다. 이 학교는 논술교사의 수준을 더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