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논술 가이드]스포츠 정신과 경기장 폭력
[경향신문] 2006-07-18 10:05
월드컵대회 결승전, 프랑스의 지단 선수의 돌출행동과 퇴장, 은퇴경기를 불미스럽게 마친 그에 대한 동정, 돌출행동을 유발한 이탈리아의 마테라치 선수에 대한 비난. 이탈리아의 우승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지단의 퇴장에 관한 이야기가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지단 본인에 의하면 마테라치가 지단의 어머니와 누이에 관한 욕설을 퍼부었기 때문에 돌출행동을 했다고 한다.

격렬한 몸싸움을 기본으로 하는 축구이니만큼 선수 보호를 위해서 도를 넘어선 몸싸움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한 벌칙을 부과하는 규칙을 마련해두고 있다. 그런데 지단의 행동은 공을 다투는 과정에서 빚어진 과도한 행동이 아니라 폭력에 해당한다. 마테라치의 언어적 폭력에 맞대응한 것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단의 물리적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다. 따라서 지단은 퇴장 혹은 그 이상의 제재를 받아 마땅하다. 물론 돌출행동으로 퇴장을 당했고, 따라서 그 이상의 제재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월드컵 축구대회는 단순한 운동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보다 엄정한 제재를 해야 한다.

국가 대항 축구, 특히 월드컵 축구대회가 갖는 의미는 각별한 점이 있다. 그 까닭이 어디에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많지만, 중요한 것은 대회 참가와 경기 승패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찍이 2002년 사상 유례가 없는 거리 응원문화를 선보였고, 한 밤중에 열린 이번 독일월드컵대회에서도 상상을 초월한 야간 길거리 응원문화가 펼쳐졌다. 이런 정도의 자발적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 축구말고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격렬한 몸싸움을 전제로 하고 이를 규제하는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축구경기는 흥미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경쟁사회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러기 때문에 축구경기를 관전하는 것은 관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사회적 학습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아직 사회화가 진행중인 어린 사람들에게 축구경기 관전은 그 의미가 각별한 것이다.

그런 만큼 축구경기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보는 태도, 그것을 다루는 태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 축구경기 관전의 학습효과 등을 고려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언론과 방송매체는 축구경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 중립적이고 객관적 태도를 갖춰야 함은 물론이고, 절제와 조절의 미덕을 지녀야 한다. 축구경기는 경기를 지배하는 규칙이 있건만 이를 다루는 우리나라 대중매체들에게는 규칙은 물론이고 어떠한 윤리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측면을 가장 극적인 드러내보인 것이 우리나라 축구팀이 스위스팀에게 진 후 벌어진 오심 논란에 대한 태도다. 주심의 판단에 대해서 ‘사기에요, 사기!’라고 한 방송 해설자에 대해선 흥미 위주로 다루면서, 주심의 판정이 옳다고 해설한 모 방송국 해설자를 중도하차시킨 일은 우리나라 대중매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언론매체가 단순한 영리기업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공기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대표팀 축구경기가 미치는 사회적 효과에 대해서 좀더 숙고해서 다루어야 한다. 언론매체는 있는 사실을 여과없이 보도하는 것이 사명이므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보도라는 것도 선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실제로 그러하다. 사실보도를 가장하여 극단적 애국주의를 조장해온 것이 사실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강요하기 전에 언론매체들이 보다 성숙한 태도를 갖출 것을 촉구한다.

(1)지단의 돌출행동을 교육적 관점에서 비판해보라.

(2)월드컵대회에 관한 방송사의 행태를 비판해보라.

(3)스위스전 오심 논란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의해보라.

〈최윤재/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klogica@hanmail.net)〉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미디어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