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무엇이 문제인가? | 입력: 2006년 06월 21일 18:10:04 | | 외국어고등학교가 설립취지와 달리 명문대 입학과 유학을 위한 발판으로 전락하고 있다.
외고는 전문 통역인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91년 특목고로 지정됐다.
하지만 외고가 명문대 입학과 유학으로 이어지는 지름길로 여겨지면서 중학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까지 ‘외고 입시 열풍’이 이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동일계열 진학률을 보면 외고의 설립취지가 얼마나 변질돼 있는지 잘 드러난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외고 졸업생 중 동일계열로 진학하는 비율은 31%에 불과하다. 과학고가 이공계열 등 동일계열로 75% 이상 진학하는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반면 외고 출신자 중 이공계 및 치·의예학과로 진학하는 비율은 2004학년도 16.2%, 2005학년도 21.6%에 이어 2006학년도는 23.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법대나 상경계열까지 포함하면 70%가 어문계열이 아닌 이른바 인기 학과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외고가 유학을 위한 사전 준비단계로 변질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원외고는 올해부터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국제반을 정규학급으로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정규 교과 과정에는 SAT시험 준비 요령을 가르치는 수업도 포함돼 있다. 경기 용인의 한 외고도 해외유학반을 편성해 정규 교과시간에 유학대비 교육을 하고, 심지어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인 도덕과목까지도 미국 역사를 다룬 미국 교재를 중심으로 수업하고 있다(경향신문 3월10일자 보도).
요즘은 한술 더떠서 유학을 염두에 두고 입학 이전에 제2외국어 과외를 받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외고가 명문대 진학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외고 입시를 위한 사교육 열풍도 거세지고 있다.
목동의 한 외고입시전문학원 관계자는 “요즘은 보통 초등학교 4학년부터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게 대세”라면서 “다음달부터 외고 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초·중등 연계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만중 전교조 전 정책위원장은 “외고는 이미 명문대 입시기구이자 유학 준비통로로 이용되는 등 예전 입시명문고 형태로 변질됐다”면서 “외고 교육 과정 자체도 취지에 맞도록 일관적이고 심층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고은·김유진기자 freetr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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