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과 뜻 틀린 글자 수두룩
- 市, 2년 넘게 문제 인식 못해

부산의 대표적인 도심하천인 온천천 보행로에 엉터리 한자 조형물이 버젓이 설치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가 설치한 이 조형물에 새겨진 일부 한자의 획·음이 틀린 것은 물론이고 뜻이 다른 한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시가 공공장소에 엉터리 조형물을 설치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13일 도시철도 명륜역 2~4번 출구 아래 온천천. 이곳에는 한자와 뜻·음이 함께 적힌 타일 1748장이 바닥에 설치돼 있었다. 타일 하나의 크기는 가로 20㎝, 세로 15㎝가량으로 조형물은 전체 가로 15m, 세로 3m가량의 부채꼴 형태로 조성돼 있다.

언뜻 보면 왼쪽부터 하늘 천(天), 땅 지(地) 등 익숙한 천자문이 적혀 있어 천자문을 표기한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약 200자 이후부터는 천자문이 아닌 다른 한자들이 기준 없이 무작위로 섞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글자가 여러 번 반복되는 경우도 많았다.

문제는 이들 글자 중 상당수가 엉터리라는 것. 본지가 이날 고전문학 전문가인 동서대 하강진 교수와 함께 현장을 찾아 점검한 결과 잘못 표기된 한자가 20자가 넘었다. 일단 '술 주(酒)' 자의 경우 음과 뜻은 맞지만 '酉'의 한 획이 빠져 있었다. 음이 잘못된 것도 있어 그 예로 '향기 형(馨)'은 '향기 향'으로 표시돼 있다. 특히 '때 시(時)'의 경우는 더 심각해 뜻과 음, 글자까지 모두 맞는 타일도 있고 음과 뜻이 '시문 시'로 표기돼 있는 것도 있었으며 한 획이 아예 누락돼 글자 자체가 틀린 경우도 있었다.

뜻이 잘못된 한자가 많았다. '제기 찬(瓚)'이 '기릴 찬'으로 표기돼 있고, '벨 주(誅)'는 '달릴 주'로, '오동나무 오(梧)'는 '푸를 오'로, '베낄 사(寫)'는 뜻을 잘 알 수도 없는 '쓸그릴 사'로 표기돼 있었다. 이처럼 뜻이 잘못된 한자는 이 외에도 10여 개가 더 발견됐다. 음과 뜻은 맞지만 대표적으로 쓰지 않는 뜻을 표기해 혼란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보통 '更' 자는 '고칠 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타일에는 '번갈을 경'으로 표기돼 있었다.

시가 이 조형물을 설치한 것은 2009~2010년 온천천 종합정비공사를 진행하면서다. 이곳은 주변에 아파트와 주거지가 많아 저녁시간이면 많은 시민들이 방문하고, 특히 한자 타일을 깔아놓은 곳은 이곳이 유일해 보행자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다는 것이 인근 주민들의 설명이다. 하 교수는 "공공장소에 설치돼 있어 청소년이나 어린이 등이 틀린 글자를 보고 잘못 배워갈 수 있는데도 오자가 너무 많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동래구 관계자는 "구는 시에서 공사를 다한 조형물을 넘겨받아 관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몇 년이 지나 정확한 자료를 찾기 힘들어 현재로서는 어느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