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엽 작가의 'seed'
빛의 삼원색인 빨강(Red), 초록(Green), 파랑(Blue). 세 가지 빛을 겹쳐 비출 때 가장 많은 수의 색깔을 만들 수 있고, 섞으면 섞을수록 밝아지는 특징도 있다. 후텁지근한 여름 날씨로 온 몸이 끈적이는 요즘, 삼원색을 주색으로 한 작품을 통해 색이 주는 청명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드로잉보다 색이 먼저 시야에 펼쳐짐으로써 때론 청량감을 맛보고, 때론 여름 열기를 날려버릴 열정을 얻게 된다.

소울아트스페이스(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마련한 RGB전은 빨강, 초록, 파랑을 주로 사용한 작품전이다. 1, 2층으로 나눠진 세 개 전시실을 각각의 주제에 맞는 작품 40여점으로 꾸몄다. 참여 작가는 초록의 정정엽, 반미령, 김민정 등, 파랑의 김선형, 이창헌, 박다애 등, 빨강의 홍지윤, 정창기, 김현식 등 17명이다.

   
김선형 작가의 '가든 블루'
초록 전시실의 대표작가인 정정엽은 오랫동안 팥을 그려왔다. 셀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숫자의 팥을 대신해 이번 전시에서는 녹색 콩이 그득하다. 새끼 손톱보다 작은 콩들이 대형 캔버스에 흩어져 있어 싱그러운 내음이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꿈'을 그리는 반미령의 작품도 한 공간에 있다. 창을 통해 보여지는 하늘과 바다, 화병 꽃 등 현실의 오브제가 꿈같은 환상주의를 만들어 낸다. 창밖으로 펼쳐 보이는 푸른색과 바닥의 녹색 기운이 어우러져 몽환적 느낌을 더해준다.

   
홍지윤 작가의 '보헤미안 풍의 눈부신 햇빛과 별빛'
풀이나 나무, 새, 연못 등의 정원을 푸른색으로 그리는 김선형의 작품은 파랑방에서 볼 수 있다. 블루의 단색으로 통일된 '가든 블루' 시리즈를 통해 깊은 숲에 들어온 듯한 청량감과 신선하고 생기 넘치는 기운을 얻게 된다. 이창헌 작가는 공상 속 동물의 형상을 통해 내면을 표현한다.

1층 전시장은 붉은 기운이 충만하다. 퓨전동양화가, 꽃의 화가로 불리는 홍지윤 작가의 대형 작품들이 걸려 있다. 현실의 꽃보다도 훨씬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의 꽃들은 수묵화의 번짐과 유화의 임팩트가 강렬하다. 평면과 입체가 어우러진 머리카락 작품으로 알려진 김현식 작가의 초기 작품도 전시돼 있다.

전은미 큐레이터는 "색은 평면 미술이 사용하는 가장 중요 요소인 동시에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감동을 만드는 요인"이라면서 "색으로 구분된 작품전으로 각 색상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을 되짚어보며 작가들이 색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작품으로 만들어내는가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8일까지. (051)731-5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