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이 떠난 겨울여행] 다시 간 강원도 원주 3편 : 한지테마파크


온통 하얀색이다. 설국(雪國)이란 말을 이런 때 쓰는 게 아닐까.

강원도 여행 둘째 날은 '하얀색'으로 채웠다, 전날(12월 29일) 밤에 내린 눈으로 어느 때보다 눈부신 아침을 맞았다. 애초 계획은 눈놀이를 위해 바로 스키장으로 가는 것이었으나 멀리 원주까지 와서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번쯤 가볼 만한 곳을 전날 밤에 지도를 펴놓고 찾아보았다.

그래서 택한 곳이 바로 '원주한지테마파크'. 쉽게 말해 한지박물관이다. 원주가 한지로 유명한 곳이란 것을 들은 바 있어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딸 아이(해님공주)에게 뭔가 배움을 주기 위해 첫 번째 목적지를 그곳으로 정했다. 아이도 흔쾌히 따랐고, 무엇보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시간적으로 쫓기는 여행이 아닌 가족이 함께 즐기는 여행이기에 선뜻 결정을 내렸다.

우리 숙소인 문막에서 원주까지는 30분도 걸리지 않는 곳이었으나 눈길이려니와 초행길이라 느긋한 마음으로 원주한지테마파크로 향했다. 그곳은 원주 시내에 위치해 있었다.

천년의 숨결을 느끼다


紙千年絹五百(지천년견오백) : 종이는 천년, 비단은 오백년 동안 남아 있는다

원주한지테마파크 문을 열고 들어가서 우리 한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글귀다. 처음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의아했지만, 몇 걸음 안으로 들어놓으면서 전시된 물건들과 안내글을 차분히 읽어가다 보면, "아~ 정말 그렇구나" 하는 탄성을 나도 모르게 내뱉게 된다.

미리 말하자면, 평소 종이의 수명이 짧다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깨주는 문구다. 잘 찢어지고, 물에 젖으면 쓰지 못하는 그런 특성 때문에 '종이=약하다'란 생각을 이곳 원주한지테마파크에 가보면 말끔히 떨쳐버릴 수 있다.

인류 문명의 기록의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전시해놓은 물건들. 갑골문자부터 파피루스 등 문명의 발전의 요체가 결국은 '종이'란 것을 알 수 있게 보여준다.


우선, 인류 문명의 획기적인, 아니 '혁명적인' 변화를 이끄는데 단초가 된 것이 바로 '종이의 탄생'부터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즉 종이의 주된 기능인 '기록'의 본체로써 역할이 우리 인간 문명을 발전시키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다시금 이곳에서 확인했다. 잊고 있던 깨달음이었다.


특히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만든 종이 중에서 우리 고유의 종이 '한지'가 가진 우수성을 알려주는 시청각 영상물을 아이들과 함께 보고 나니, 그 느낌이 새롭다. 먼저 영상을 본 후 전시물을 둘러보니, 딸아이도 눈에 쏙쏙 들어오는지 전시물을 쉽게 지나치지 않고 꼼꼼히 보게 된다.

한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다


전시관 전반부에서 한지가 '종이'로써 쓰임새를 볼 수 있다면, 후반부에는 단순한 종이의 기능을 넘어서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한지를 만나볼 수 있다.

글쎄, 한지가 옷이 되기도 하고, 신발이 되기도 하고, 모자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한지 위에 무엇이 기록되느냐에 따라 그 쓰임이 매우 중요할 수도 있고, 호롱박을 깎아놓은 것 같은 등불도, 고운 새색시의 머리 위에 얹어지는 화관도, 나무로 깎아놓은 듯한 인상 좋은 할아버지 인형도, 물건을 담아놓는 문갑도, 물을 뜨는 표주박도, 단단해야 할 안경집도 모두 우리네 한지로 만든 물건들이란 것을 눈으로 확인해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외에 여기서 소개하지 않은 참으로 다양한 물건들이 이곳 원주한지테마파크에 가면 볼 수 있다. 전시물 하나하나 보다보면,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지 않을 수 없다.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지혜를 모아 개발해 낸 한지 제조법에 따라 만들어진 그 종이. 이로써 생활에서 참으로 다양한 쓰임새로 쓰여지는 것을 보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이곳을 둘러보면 한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처음에 그냥 둘러보기 시작한 딸아이도, 전시관을 다 둘러보고 난 후 처음에 봤던 "지천년견오백"이란 문구 앞에 서서 기념 사진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한다. 우리 종이 '한지'가 지닌 우수성을 마음에 새기려는 듯...

한지가 품은 천년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입장료는 무료로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귀한 우리 조상의 지혜와 문화를 배워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