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른바 ‘특목고’의 신설을 더 이상 인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같은 특목고들은 당분간 신설할 수 없게 되었다. 특목고가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길러 내겠다는 애초의 취지를 벗어나 대학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급기야 신설 불허라는 철퇴까지 맞게 된 것은 그만큼 우리 교육의 파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일깨워 준다.
그러나 그동안 특목고 신설을 추진해온 경기도 교육청이나 해당 지자체들은 교육부의 방침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목고 운영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개선해야지 학교의 설립 자체를 막는 것은 더 큰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반발의 배경에는 요즘 심심찮게 거론되는 특정한 주장이 깔려 있다. 바로 ‘엘리트 교육론’이다. 즉, 현행 평준화 교육은 시대의 요구에 더 이상 맞지 않으므로 우리 교육의 기조를 한시 바삐 엘리트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말의 순수한 의미에서 본다면 ‘엘리트 교육’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엘리트 교육은 본디 특정 분야에서 능력과 소질이 뛰어난 학생에게 특성화, 전문화 교육을 실시하여 우수 인재로 길러내는 교육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 일각에서 거론되는 엘리트 교육론은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사이비’엘리트 교육론의 냄새가 짙다. 왜냐하면 그것은 겉으로는 전문화, 특성화를 외치면서도 실은 획일적 교육을 전제한 상태에서 오로지 등급화, 서열화 교육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엘리트 교육론’은 그저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 더 유리한 공부 환경을 조성하고, 그래서 이른바 명문대학에 더 용이하게 진학하게 하려는 목적밖에 없다. 요컨대 학벌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더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부유층 또는 기득권층의 위장된 논리인 것이다. 그것은 교육 기회의 균등 원리를 부정하고 사회경제적 특혜의 세습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봉건적 ‘귀족 교육’의 한 변형일 뿐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평준화 교육이 특성화 교육, 전문화 교육과 결코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평준화’란 교육 내용과 질의 평준화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교육 기회의 평등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특목고의 파행 운영에서 드러났듯이 평준화 교육과 특성화 교육을 접목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특성화 교육을 귀족적 특권 교육으로 변질시키거나, 더 나아가 평준화 교육의 원칙까지 무력화시키려는 시도가 더 이상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우철(한우리 독서논술연구소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