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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컨설팅의 주체
황 흥 진
(동해중앙초 교사)
* 발표에 앞서
솔직히 말해서 ‘무엇을 사례로 말할까?’ 원고마감 전날까지도 떠올리지 못했다. 더군다나 많은 다른 팀들 중에서 또 이렇게 교감선생님과 쟁쟁한 선배동료들이 계신데 하필이면 초보인 내가 이 자리에 서게 된 이유를 알 수 없다. 또 특별히 모델로 보여줄 우리 팀의 실적이나 다른 팀과 차별화된 진행이었다고 말할 그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것을 판단하고 보는 눈이 아직 없다. 이런 내가 감히 이 자리에 서게 되어 송구하고 죄송스럽다. 그래서 컨설팅의 성과와 모범의 사례는 아니고, 이번 컨설팅에 참가한 초보 컨설턴트의 생각과 느낌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이 과정을 우리 새내기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을 먼저 말씀드린다.
* 첫 만남-카페에서
업무출장을 묵호등대로 냈다. 구체적인 장소는 등대 아래의 **카페였다. 장학사님이 먼저와 기다리고 계셨다. 지원청에 다른 일로 갔다가 몇 번 스치며 인사드린 적은 있지만, 이렇게 공식 업무로 마주하기는 처음이다. 또 함께 모인 컨설턴트님들은 같은 동해중앙초의 동료교사지만 공식 업무로 카페에서에서 만난 일은 없었다.
‘컨설턴트!’ 다른 말로 ‘장학지도위원’이다. 이런 일이 나에게 맡겨졌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첫 공식협의를 위해 묵호등대의 **카페에서 만났다.
장학사님은 일일이 우리 모두의 주문을 받고 또 커피를 배달 해주셨다.
“와 전망이 너무 좋네요”
바다가 멋있었다. 저 멀리 조금만 배가 동쪽으로 동쪽으로 점이 되어 사라지고 있었고 나는 핸드폰으로 1컷을 찍는데 이 때 장학사님께서 천천히 가방에서 무엇을 꺼내셨다. 노란 파일에 첨부된 깨끗한 인쇄물의 첫 페이지는 바로 ‘의뢰교사 프로필’이었다. 우리에게 한부씩 나누어 주셨다. 내가 즐겨 쓰는 사라사 볼펜도 선물로 주셨다. 그리고 우리의 시선은 바다에서 바로 컨설팅 의뢰서로 돌려졌다. 장학사님께서 조용조용 몇 가지 말씀 하셨는데 ‘잘 부탁드립니다.’만 기억난다. 아무튼 우리는 이렇게 첫날 묵호등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의뢰서’라는 것을 받았다. 술술 잘 나오는 볼펜과 함께.
* ‘어떻게 해요?’
컨설턴티 선생님들과 처음 만났다. 지난번 다른 출장으로 못 오신 팀장님께서도 오셨다. 의뢰자는 모두 세분이다. 그런데 좀 특별한 인연이었다. 세분 모두 새내기 선생님이셨는데 모두 동기로 컨설턴트 3분과 함께 근무하고 계신다. 그리고 우리학교가 똑같이 모교라는 사실도 특이했다. 그런데 좀 굳은 표정이다. 무슨 심각한 문제가 있을까? 의뢰서를 미리 확인은 했지만, 오늘 은 의뢰를 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조언하는 자리다. 팀장님께서
“오늘은 의뢰하신 선생님의 의견을 먼저 들어 볼까요”
이때 바로 한분이 주저 없이 먼저 열었다. 4학년 선생님으로 아주 순하게 생기셨는데 거의 쏟아내는 표현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못 읽겠다 / 조용히 하라고 소리만 치고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습 활동과 생활지도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재밌으면서도 효과적으로 학생을 통제하고 수업하는 방법이 없는가?
또 한분이 즉시 이어갔다. 영어전담과 도덕전담을 동시에 맡고 계신 선생님의 더욱 노골적인 하소연에는 답답한 심정이 매우 진하게 묻어 있다.
영어수업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 도덕 수업이라기보다 좋은 글 읽기 시간 같다. / 도덕의 가치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수업이 힘들다 / 학생들이 진심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도덕 수업을 하고 싶다 / 아이들의 도덕적이지 않는 답변이 당황스럽다 / 도덕 수업을 피하고 싶다
마지막 6학년 담임선생님의 의뢰다.
학습 부진아가 많다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가진 학생도 있다 / ‘평균적인’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어 수업하기가 힘들다 / 선별적으로 무시해야 할 부분에 있어서도 학생이 차별대우가 염려스러워 고민이다 /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싶다. / 전체에게 도움을 줄 수 생활지도 및 수업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요?
나는 너무 놀랬다. 문제는 제각각 달랐지만 의뢰가 대단히 구체적이고 거침과 망설임이 없었다. 새내기 선생님들이시지만 자신의 모습에 대한 진단과 그것에 대한 솔직한 표현이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답까지도 스스로 말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능력과 자신감이 충분하게 보였다. 트와 티의 차이가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 ‘이렇게 해 보세요’
역시 우리 팀장님이 먼저 시작 하셨다. 이미 준비해 오신 자료를 1부씩 돌리셨다. ‘PCK수업설계(내용 교수 지식)’ 난 솔직히 처음 보는 내용이다. 말씀의 요지는 교실의 문제 해결책에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교사는 역시 수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본이라 말씀하셨고 수업의 화려한 기법에서 소홀하기 쉬운 학습내용을 중요시하는 모형을 소개하셨다. 출발하는 우리 새내기 선생님들께 교수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또 우리컨설턴트 선생님들은 수업 진행에서 소외되고 집중이 흐려지는 아이들을 위한 대한 수업집중기법과 활동중심도덕 수업사례, 다양한 악기지도를 활용한 아이들과의 상호소통사례와 ADHD학생의 학부모와 연계한 지도 등을 주문하였고 나는 학교생활규정과 학급규칙을 통한 생활지도를 조언하였다. 그러고 보니 수업모형, 교수기법, 학부모상담, 소통기법, 생활지도 등의 입체적 조언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이날은 우리 의뢰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진지하게 해결책을 요구하는 우리 티 선생님의 진심이 시종일관 컨설팅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의 감이 잡혔다.
그리고 나의 신규시절을 돌아보았다. 수업공개도 했었고 누구에게 무어라 조언도 들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아무 기억이 없다. 더 분명한 것은 나의 문제에 관하여 이렇게 분석하고, 공개적으로 의뢰해 본적은 확실하게 없다. 또 그런 기회가 주어진 기억도 없다. 오늘은 우리 새내기 선생님들의 거침없는 자신의 진단에 감동하였고, 그것은 완전 나에 대한 컨설팅이었다.
* ‘이렇게 변하고 있어요’
다음은 약 한달 후 우리 3분의 컨설턴티 선생님들의 자신의 변화를 직접 기록한 글의 일부를 옮겨왔다. 한마디로 감동이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교사로서 처음 부딪히는 난감한 상황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컨설턴트 선생님들과 깊게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학부모와의 접촉과 상담이 두려웠던지라, 제 자신이 기피하는 일들을 학부모의 기피현상으로 원인을 돌리려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컨설팅 후 편지로나마 이루어진 학부모와의 소통을 통해 아이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었고, 학교와 가정이 연계 지도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교육의 방법과 그 효능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의 주체가 학생, 교사, 학부모로 구성된 만큼 교육에 있어서 1인자는 제 자신일 수 없기에, 학생 지도를 위한 바람직한 소통의 과정과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또, 아이에게 학습적인 측면에서만 향상을 시켜줄 것이 아니라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아이가 학습할 수 있는 사회성과 역할에 대해 초점을 맞추자 더욱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부과된 교실 내에서의 1인 1역이 ‘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해야한다’는 책임감을 형성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왜 이리 말을 안 듣고 떠들고 장난칠까’에만 생각하였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아이들한테 기회를 거의 주지 않은 것 같았다. 또한 수업에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를 수업에 넣지 않고 진도 나가기에 바빴던 것 같았다. 그래서 컨설턴트의 이야기를 듣고 그 중에서 다양한 발표 기법을 활용해보기도 하였으며 수업 중에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캐릭터 등을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산만하게 행동하지도 않고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처럼 화를 내기보다는 먼저 웃어주는 식으로 내가 바뀌니까 아이들도 바뀌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고 느꼈다.
처음 3월 한 달 동안 수업을 하면서 ‘이러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어딘가에 털어놓기가 참 부끄러웠다. 같이 발령받은 동기들에게 털어놓자니 나만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에게도 차마 말씀드리기가 어려웠다. 혼자서 고민을 해보아도 그 자리에서 맴돌기만 할 뿐이었다. 한참 고민하고 있던 때에, 어려운 점이 있으면 컨설팅 장학에 의뢰해보라고 하셔서 의뢰하게 되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된 컨설팅에서 많은 조언을 듣고 수업에 적용해보았더니 수업이 그 전보다 재미있어졌고 재미있어지니 아이들의 수업 집중도가 같이 높아졌다. 컨설팅을 받으며 직접적인 위로의 말은 아니었지만 컨설턴트의 격려와 조언 속에서 위로 받기도 하였고 수업이 더 나아지는 과정을 보며 나는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 ‘표정이 달라 졌네요.’
마지막 날이다. 팀장님이 말씀하셨다.“우리 선생님들 표정이 많이 달라졌네요” 그러고 보니 오늘은 모두 웃고 계신다. 끝났다가 아니라 이제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그 실마리란 의뢰 내용에 대한 처방과 적용후의 직접적인 효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 새내기 선생님들의 지금 웃음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처방이란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 이 원고를 위해 부탁드린 티님과 트님의 마지막 한마디 멘트로 대신 해본다.
‘컨설턴트와 컨설턴티의 가감 없는 현재의 문제공유와 신뢰감 형성이 바람직하다.’
‘고민이나 의문점을 밖으로 터놓게 되면 문제 접근에 힘이 생긴다.’
‘동학년 선생님과의 지속적인 협의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해결방법을 같이 이야기 해보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컨설턴티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더 필요하다’
‘동기들에게도 말하기 힘들었지만 이렇게 하소연 하고나니--’
문제에 대한 처방이란 정말 중요하지만, 아픈 곳을 말할 수 있을 때 만 가능하다. 이번 과정에서 보여준 우리 새내기 선생님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컨설팅의 진정한 주체라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선생님들의 교실을 향한 열정과 정성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 동해 지원청 모든 새내기 선생님들께. 진심으로.(2013.6.25 동해중앙초 황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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