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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승종기자 |
기업들의 하반기 공개채용이 시작된 가운데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은 일자리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형화된 자기소개서와 빼곡히 채워야 하는 이력서 공백란 앞에 취준생들은 4년, 적게는 2~3년 간의 대학시절을 뒤돌아 보느라 정신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토익과 토플점수는 기본, 각종 자격증까지 섭렵해야 하는 그들에게 단비같은 취업정보가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어점수 0.1점 차이로 서류 탈락을 결정하는 공개 채용은 이제 그만, 직무의 역량에 맞게 흥미로운 자격조건을 내세우며 취준생들의 열정을 불타오르게 하는 기업에 대해 알아봤다.
'이게 취업전형 조건이라고?'…이색채용 눈길
주로 중소기업에서 스펙위주보다 능력위주로 인재 채용하는 경우가 잦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에서도 열린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사무직 이외 전문직의 경우에는 직무와 관련된 전공을 이수해야 하는 조건이 '필수'였다면 이제는 우대조건일 뿐 실질적인 '능력'을 위주로 인재를 발굴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천연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 러쉬코리아는 올해 1월 대대적인 공개채용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러쉬가 선보인 채용공고는 취준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음과 동시 이색적인 채용조건으로 눈길을 끌었다.
당시 러쉬는 '無스펙'이라는 타이틀로 말 그대로 스펙이 전혀 필요없는 조건과 접수 방식으로 취준생들의 관심을 받았다. 전형절차도 평균적인 '서류전형-1차면접-2차임원면접-최종면접' 형식이 아닌 '나를 뽐내봐-인성 살피기-막내러쉬-능력발휘'라는 표현으로 무거운 느낌을 내려놓았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자기소개서(자소서) 역시 취준생들이 써야할 말이 없어 지어낸 '자소설'이라는 오해를 벗기 위해 개인이 직접 촬영한 100초 내의 셀프동영상을 올리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러쉬의 채용절차를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자신의 역량에 맞춘 시스템에 일의 효율성과 행복도가 높다고 전했다.
러쉬 관계자는 "기업의 혁신은 조직도나 시스템 등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태도와 그들을 찾기 위한 방법부터 바꾸는 것이다"며 "러쉬는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비누를 만든다'는 기업 모토를 믿고 이와 같은 기업의 소신에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하여 공개채용 방식부터 혁신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도 관련 직무에 관심도가 높은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시장조사 관련 인턴 모집 시 '화장품 관련 블로그 또는 커뮤니티 운영 경력자'를 우대했다. 이처럼 블로그를 방문해 접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파워블로거들의 영향력을 활용한 것이다.
게임을 잘해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기업도 있다. 바로 국민 모바일 게임으로 자리잡은 다음카카오다.
카카오는2016 썸머 인턴십을 통해 카카오게임 전략·마케팅, 사업기획, 서비스 기획 등의 직원 선발에서 '프렌즈런 for kakao 20레벨 이상 또는 200만점 이상 달성자(스샷 첨부)'라는 우대 조건을 내세웠다. 게임하면 부모님께 잔소리를 듣던 일이 관련 회사에서 만큼은 우수한 인재로 능력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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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코리아 공개채용 현장 / 사진=러쉬코리아 |
대기업 '열린채용'…취준생 도전기회 폭 넓어져
이동통신3사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일제히 진행하며 스펙보다 지원자의 잠재력에 중점을 두었다.
KT는 직무전문성 중심 채용에 특징을 두어 '스타오디션', '달인채용'등을 통해 서류부터 면접까지 모든 채용전형을 직무능력 중심 평가로 진행해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스타오디션'의 경우 지원자의 열정을 5분간 자유롭게 표현하는 차별화된 탈스펙 전형이다. 해당 전형에서 선발된 인원은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달인채용'은 지원 직무와 관련된 특이한 경험 또는 역량을 보유했거나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지원자의 경우 스펙에 관계없이 선발하는 전형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스펙이 아닌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인재가 'KT스타오디션'과 '달인채용'에 많이 지원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KT는 학력과 배경에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참신하고 열정적인 인재를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스펙초월 채용으로 '바이킹챌린지 전형'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킹챌린지 전형은 2013년 창의적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그룹의 지침 아래 신설된 채용 전형으로, 이 전형의 이력서에는 학교, 성별, 나이, 학점, 어학 점수 대신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 최종학력, 졸업연도 등 4개 항목만 존재한다.
LG유플러스의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려 계층을 우선 채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서울시와 보육시설 퇴소아동 채용확대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처럼 기업의 열린채용으로 뽑힌 사원들은 취준생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어주고 있다.
무스펙 조건과 직무역량 중심으로 모 기업의 문을 뚫은 김 사원은 "기약없는 취업을 위해 지금 겪고 있는 작은 경험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기억하고 도전해야 한다"며 "나도 3~4년 전만해도 불가능할 것 같던 이 회사에 지금 이렇게 직원이 되어 있다.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열린 채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다양한 탈스펙 조건을 내놓음에도 여전히 취업의 벽은 높기만 하다. 취준생이라면 한번쯤 근무하고 싶은 대기업의 채용조건을 만족하기에는 치열한 경쟁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취업 전문가와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은 점점 치열해지는 취업난에 자신만의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유통 대기업의 취업 인사 담당자는 "이력서나 자소서를 자세히 읽지도 않고 자의적으로 당락을 판단한다는 것은 최근 인사시스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기업에 지원할수록 서류전형에서 더 꼼꼼하게 확인하기 때문에 직무에 관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변상이 기자 bse10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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