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돌집의 창의적 해석 '제주 스테이 눈먼고래'

heney

2016. 5. 10.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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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난 관광지로만 여겼던 제주에서의 1년은 전혀 예상 밖의 것들로 가득 채워진 시간이었다.

그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제주 돌집의 변신을 함께 한 일.

작업을 시작하기 전, 제주의 오래된 돌집을 매만진 카페나 숙소, 주택 등을 두루 구경하고 다양한 사례들을 마주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들이 쌓여 제주 스테이 ‘눈먼고래(blind whale)’가 세상에 태어났다.

지난 가을, 재밌는 제주 돌집을 만났다. 다양한 돌집을 보았지만 바다로 곧바로 이어진 형태의 집은 처음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족히 백년은 버텨온 집이라고 귀띔했다. 바다도 바다이지만 병풍과 같이 둘러진 오름과 조천 마을의 아기자기한 모습, 그리고 한라산까지 훤히 보이는 멋진 곳이었다. 제주인의 삶이 녹아 있는 집이자 제주다움을 간직한 중요한 유산이라 여겨졌다. 조천 앞바다에 떠오른 고래의 등처럼, 서로 마주한 두 채의 돌집에 ‘지랩(Z_Lab)’ 멤버들은 ‘눈먼고래’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이곳이 갖는 장소성과 돌집이 지닌 잠재력을 이끌어내 제주 돌집의 원형을 살리기로 했다. 그러나 매만지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철저한 계획, 그러나 언제나 변수
오래된 공간을 고치는 것은 지켜야 할 것과 변화시켜야 할 것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돌집의 배치, 그리고 마당과 돌담을 지키는 것은 당연지사. 역시 가장 어려운 것은 둥근 지붕과 현무암 벽, 그리고 내부 고재를 어디까지 재해석해 되살려낼 수 있는지의 여부였다. 또한 돌집의 매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전기, 통신, 상하수도, 오폐수 처리 등에 대한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관건이었다. 무엇보다 기획이 중요했다. 사전 실측을 통해 현황 도면을 그리고 집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약 5일 간에 걸쳐 철거에 들어갔다. 썩은 서까래와 기둥은 제주 삼나무를 활용해 자연스러움을 더했고, 철거 과정에서 나타난 뜻밖의 멋진 고재 구조목을 살리기 벽 없는 ‘오픈 플랜(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게 칸막이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제주 돌집은 층고가 낮기에 바닥을 파서 높이를 확보해야 했는데 바닥에 나타난 단단한 현무암 암반이 큰 변수였다. 암반이 없는 곳으로 화장실 및 욕조를 옮겨 배관을 설치하기 위해 땅을 파는 수고스러움을 최소화했다. 층고를 위해 땅을 파낸 만큼 내부 바닥이 지표보다 낮아졌기에 방수 턱을 만들고 방수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돌집의 매력 중 하나는 ‘벽’이다. 최대한 원래의 벽을 유지하자는 계획이었지만 18평, 12평이란 작은 공간에 있던 기존의 벽은 너무 좁고 외부의 조망을 막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벽을 허물고 대신 그 자리에 실내 돌담을 쌓았다. 현무암 돌담을 실내에 쌓는 것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돌담이 자연스럽게 연결됨으로써 제주다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내었다. 실내에서도 제주의 풍경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바다로 면한 돌집의 벽을 일부 허물었다. 이때 나온 돌은 재활용하여 시멘트블록으로 수리했던 부분을 다시 원래의 돌집으로 복원하는 데에 이용했다.

 

 

돌집의 현대적 재해석
다음으로 가장 큰 문제는 고래의 등을 닮은 지붕을 살려내는 것. 역시 제주 전통의 둥근 이엉지붕을 살리는 것은 예상보다 큰 예산이 들었다. 공사 기간 단축 및 비용 절감을 위해 지붕 골조를 인근 공터에서 짜서 크레인으로 올렸고 단가를 낮추기 위해 디테일도 최소화했다. 대신 지붕의 곡면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현장 작업자와 상의했고 태풍과 해충을 고려해 방수시트와 알루미늄징크, 평이음 시공에 있어서 기밀성(氣密性) 확보와 기존 목구조와의 결속, 물끊기 등 완성도 높은 시공을 위해 힘썼다.

마지막으로 눈먼고래의 톤앤매너(tone&manner)를 결정하는 일이 남았다. 눈먼고래엔 이미 지붕의 색감부터 돌담, 고재 등 재료가 주는 묵직한 느낌이 있었다. 외부는 물론 내부까지도 시간의 흔적을 머금은 재료의 특징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고벽돌, 현무암, 삼나무 등 재료의 물성을 고려해 바닥은 에폭시 라이닝을 적용해 질감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마감했다. 기존 대문, 마루의 고재를 활용하여 가구 디자이너 ‘매터앤매터(matter&matter)’가 멋진 테이블, 침대를 만들었고, 구조미와 공간감을 살려낸 ‘라이마스(Limas)’ 조명과의 협업은 눈먼고래가 갖는 정체성 지키면서 기능성과 편의성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조화롭게 완성시킬 수 있었다.

옛 것을 지키고 재해석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내고 새로운 가치를 더해 완성해냈을 때의 보람은 참으로 크다. 육지에서 건너와 제주집을 매만진다는 것에 부담이 많았지만 조천 마을 이웃들이 과정마다 좋은 의견을 주시고 완성된 모습을 보고 “우리집도 이렇게 맹글 수 있수꽈?” 칭찬을 건넸을 때는 감동을 받기도 했다. 제주다움을 지키며 돌집을 새롭게 재해석한 눈먼고래 프로젝트는 ‘지랩(Z_Lab)’에게도 매우 특별한


 

 

돌집 매만지기
1. 철저한 사전 체크 필수! 옛집은 지적 관계부터 전기, 통신, 상하수도, 오폐수 처리시설 확인이 필요하다.

2. 구조보강을 하며 철거를 실시한다. 임시 지지대를 되도록 많이 설치하여 구조보강을 하고, 새로 설치하는 구조재는 제주 삼나무와 같이 이질감 없는 재료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

3. 건물 주변에 방수 턱을 만들고 바닥방수에 최대한 신경을 써서 내부 기밀성을 확보한다.

4. 기존 주택은 거의 모든 벽이 수직, 수평이 맞지 않기에 창호 및 가구 공사는 반드시 사전에 정확한 실측이 필요하다.

5. 지붕이 최대변수다. 돌집 유형 및 예산을 고려하여 공법 및 재료를 선택한다.

 

눈먼고래는
제로플레이스, 창신기지, 토리코티지x크리스토프초이에 이어 크리에이터그룹 ‘지랩(Z_Lab)’에서 4번째로 선보이는 렌트하우스. 제주시 조천읍의 100년 된 제주 돌집의 원형을 살리며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리모델링하여 독특한 스타일의 스테이 공간 두 채를 갖췄다. 알루미늄징크로 재현한 둥근 지붕과 실내 돌담, 바다를 향해 열린 마당과 대나무 숲, 노천 욕조 등이 어우러져 근사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위     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조천7길 19-12 자세히보기

​전화번호 : 010-7136-5550

​홈페이지 : www.blindwhale.co.kr

 

 

[출처]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2861&contents_id=71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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