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선생님·학부모 힘 합쳐 모두 즐거운 학교 만들겁니다”

인터뷰, 문종국, 서울성내초, 즐거운 학교

중학교 마치고 무작정 상경

주경야독 거듭 검정고시 합격

대학 두 곳, 대학원 세 곳서 학위

누구나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아련히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당장은 느끼지 못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분의 말씀이 오늘날 내 현재를 만들어줬다고 느끼게 된다. 스승의 날을 맞이해 참스승의 길을 걸어오신 선생님을 소개하는 지면을 마련했다.

서울성내초등학교는 지난해 교장 공모제도로 임용한 문종국 교장선생님이 부임한 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학교·선생님·학부모가 모두 즐거운 학교’를 만든다는 신념 아래 학생들의 인성교육(나눔과 배려), 창의력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 학생들의 창의력 배양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생각을 펼쳤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믿는 문 교장은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선생님들은 수업에 필요한 부분을 위해 자발적으로 협의를 만들어 나가고, 모인 의견을 따르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는 다시 아이들에게 이어진다. 구호를 외치고, 강요되는 ‘자율’과 ‘창의력’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도록 이끄는 것이다.

문 교장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인터뷰에서 느낄 수 있었던 해답은 ‘배움의 열정’이었다.

문 교장은 1978년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교직생활 33년 동안 낮에는 학생을 가르치고, 밤에는 공부와 봉사하는 생활을 이어왔다. 서울에 있는 대학 두 곳을 더 다니며 법학·영문학을 공부했고, 대학원도 세 곳을 다니며 윤리교육·상담교육·통일교육으로 학위를 더했다. 마지막 석사학위를 받은 것이 지난 2007년이니 최근까지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은 셈이다.

이뿐 아니다. 교사 연수는 열 일 제치고 반드시 찾아 들었다. 이렇게 배움에 집착한 이유는 초등학교에서는 한 선생님이 전 과목을 가르치니 어느 분야라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자기검열 때문이다.

그가 요즘 주력하는 것은 교사교육이다. 학생을 잘 가르치려면 선생님이 먼저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수많은 교사용 도서를 펴냈고, 교사교육을 위한 강의도 숱하게 진행했다. 교육용 도서를 연구하고 심의·집필한 것을 따지면 지금까지 100권이 넘는다. 현재는 20여 년 동안 함께 해온 교과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1991년부터 21년째 참여하고 있는 야학은 불우한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다. 불우한 환경에서 배움을 이어가지 못하는 학생을 붙잡고 운 일도 많다.

1955년 궁벽한 섬마을에서 태어난 문 교장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밖에 다니지 못했다. 친구 주소 달랑 하나 들고 서울에 올라와 구로공단의 재봉틀 만드는 공장에 취직한 문 교장은 독한 마음을 품고 공부에 열중했다. 하루 종일 고된 노동으로 모두 곯아떨어지는 한밤에 불을 켜고 공부를 하다가 맞기도 많이 맞았다.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2년쯤 힘든 시기를 보내고 마침내 대입 검정고시를 합격한 것은 문 교장의 일생에 새로운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넉넉지 못한 형편 탓에 학비가 지원되는 교육대학을 진학했고, 이후 33년을 이어 온 교직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문종국 교장은 일생을 배움과 봉사의 정신으로 살았다. 선생님에게 재충전의 기회로 허용되는 방학과 방과후 휴식은 문 교장에게 먼 일일 수밖에 없었다. 가족의 원망도 많았을 터. 예전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가족들이 더 지지하고 염려해줘 고마운 마음이라고 문 교장은 말한다.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마음껏 공부하지 못했던 소년. 주변 선생님들의 사랑과 물질적인 도움으로 간신히 중학교까지 마친 시골의 소년은 이를 악물고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그리고 어려웠던 학창시절 선생님들께 받았던 사랑과 은혜를 제자들에게 돌려주려 노력하고 있다. 그의 열정적인 노력은 이제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이 시대의 참된 선생님들 덕분에 대한민국은 좀 더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함문식 기자 / info@ahaeconomy.com > 2011-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