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몽중경 畵夢中景

이수철展 / LEESOOCHUL / 李樹喆 / photography 2011_0622 ▶ 2011_0705

이수철_화몽중경_Over the Dream-2_잉크젯 피그먼트 프린트_140×175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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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62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월~토_10:30am~06:30pm / 일_12:00pm~06:30pm

갤러리그림손GALLERY GRIMSON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Tel. +82.2.733.1045~6www.grimson.co.kr

화몽중경 (畵夢中景 - 꿈 속의 풍경을 그리다) ●우리는 프랑스 철학자 바슐라르의 '몽상'이 죽은 사물인 흙더미를 '현자의 돌'로 바꾸어주는, 즉 중세의 연금술적 마법을 이 세계에 실현하고자 한 것을 목격한 바 있다. 그는 '시적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시적 이미지'야 말로 의미 없이 퇴색해버린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마침내 우리에게 제시한 해답은 '몽상'이고, '꿈'이었다. 즉 노을 아래 펼쳐진 평범한 전경은 '몽상'을 통해 "나무에 꽃피는 불꽃"이 되고, 방안의 램프는 "한 송이 장미"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더 풍요로운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수철의 '꿈'과 '몽상'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듯하다.

이수철_화몽중경_Over the Dream-1_잉크젯 피그먼트 프린트_120×120cm_2011

우리 인생의 3분의 1은 수면의 시간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중에서 많은 부분을 꿈을 꾸며 보낸다. 하지만 대부분의 꿈은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다. 애써 기억하려하지 않는 우리의 의지 탓일 수도 있고, 기억의 회로 장치가 제 기능을 못하거나 차단된 탓일 수도 있다. 아니면 현실로 돌아오기엔 너무 멀리 가버린 초현실적 장면들이 우리 생을 지나치게 무력한 것으로 만들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신의 염려 탓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예술가들은 이렇듯 우리 기억에서 온전히 재생되지 못하는 '꿈'을 탐색하고, 투사하고자 노력해 왔다. 바슐라르가 그러했던 것처럼, '꿈'과 '몽상'이야 말로 우리 생의 숨겨진 의미를 재발견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장치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수철_화몽중경_20 And Life-2_잉크젯 피그먼트 프린트_120×150cm_2011

작가 이수철의 생각도 이와 같다. 그는 그와 인연의 끈을 버리고 보이지 않는 저 세계로 영영 사라지려 하는 '꿈'들을 붙잡았으며, 그것들을 하나의 장면으로 압축시켜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꿈에 리얼리티를 더하기 위해 필드용 4"x5"카메라를 사용하였으며, 가능한 디지털작업을 최소한으로 하여, 몽환적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다. 그의 작품은 몽환적일수록 사실적이다. 이 모순적인 말이 그에게서는 통용될 수 있는 것은 이수철의 작품 속에 담겨 있는 모든 이야기와 사건 그리고 인물들이 꿈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로 그는 꿈에서 본 장면들을 그대로 살리고자 했으며, 이렇게 채택된 뉘앙스와 무드는 몽환적이게 된 것이다.

이수철_화몽중경_New Boy-2_잉크젯 피그먼트 프린트_120×150cm_2010

우리는 그의 작품 앞에서 동화적 상상력 또한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작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나 샤를 페로가 정리한 『신데렐라』에서 모티프를 차용했음을 고백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장면들은 차용되었을 뿐 철저히 작가에 의해 재구성되었으며, 재해석되었다. 하늘과 여인으로 대변되는 '꿈(여기에서의 꿈은 미래에 대한 의지를 내포한다.)'은 '내'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찾아오는 방식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수철은 인간이 점차 불행의 늪으로 빠져드는 근본적 원인이 언제나 보다 나은 '꿈'을 좇으며 살아가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꿈에서 벗어나 거리를 둘수록 '꿈'이 우리를 향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이는 모든 사물이치에 적용되는 원리이기도 하다.

이수철_화몽중경_The Last Lady-1_잉크젯 피그먼트 프린트_150×120cm_2010

이수철의 모티프 차용은 샌디 스코글런드의 작업으로도 향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스코글런드의 『The Wedding』에서 차용한 붉은 옷을 입은 여성과 남성은 새하얀 공간과 해변가에 배치됨으로써 또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이는 위대한 사진작가 스코글런드의 몽상적 상상력에 대한 오마주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이수철의 붉은 옷을 입은 여성과 남성이 만들어내는 사건은 그것과 다소 다르다. 여기에서도 우리는 역시 꿈으로 대변되는 것에 대한 관조와 응시 그리고 거리 두기에 대한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수철_화몽중경_The Last Lady-2_잉크젯 피그먼트 프린트_140×175cm_2010

프로이트는 의식의 억압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간 중 하나로 '꿈'을 설정한 바 있다. 고로 그는 인간의 여러 형태의 꿈을 집착하듯 파헤치며, 무의식의 세계를 발견하고자 했다. 물론 그것과 다른 형태이기는 하지만 이수철의 꿈의 이미지에 대한 연구 또한 매우 심도 깊고, 그러하기에 애잔하다. '꿈'은 알수록 희망적이지만, 또 알수록 절망적이기도 한 야누스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실체가 없으며, 기억과 몽상 속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절망보다 희망을 찾을 가능성이 더 높으며, 새로운 생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계기를 찾을 때가 더 많다. 그리고 그것이 이 세계에 재현되고 실현된다는 것은 바슐라르가 말한 것처럼 우리 생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이수철의 사진 속에서 우리의 퍽퍽한 생을 버텨내게 하는 긍정적 의미의 프로작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김지혜

이수철_화몽중경_신데렐라 나를 찾아 나서다-1_잉크젯 피그먼트 프린트_175×140cm_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