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호랑이 그림 가득! 특별한 농촌 이야기

입력 : 2010.11.23 15:22

경기도 안성의 한적한 시골마을. 회관 앞에 자리 잡은 2m 정도의 커다란 몸집을 자랑하는 호랑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마을 담장에는 담배피는 호랑이가 있고, 한지붕 위에는 호랑이가 앞발을 들고 닭을 부르고 있다.

마을 곳곳에 숨어있던 작고 귀여운 호랑이들이 관람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곳은 집집마다 호랑이가 사는 '안성복거마을'이다.

안성복거마을 담장에 그려진 담배 피는 호랑이의 모습

이곳은 뒷산 모양이 호랑이가 엎드려 앉은 것처럼 보여 호동(虎洞) 혹은 복호리(伏虎里)라 부르다 마을의 풍요를 기원하는 바람을 더해 복거리(福巨里)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마을 입구부터 설치된 호랑이 조형물과 자연스럽게 그려진 벽화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차가운 시멘트벽에 그려진 호랑이는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듯 하다.


오솔길을 걸으며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골목 귀퉁이에는 호랑이 꼬리가 거울을 받치고 있는 차량용 반사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거울이 무거운 듯 꼬리가 꼬부랑하게 휘어있는 모습은 웃음이 절로 난다.

마을 입구에서 김홍섭(66.남)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는 "옛날에 이곳에 호랑이가 살아서 호랑이 마을이야. 그래서 동네 사람들 모두가 호랑이를 좋아해. 마을이 온통 호랑이 천지야"며 마을을 소개했다.

마을 곳곳 담벼락에는 주민이 직접 그림을 그려놓았다

마을회관으로 가는 길에는 마을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듯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나뭇가지에는 작은 새와 조롱박 조형물이 아기자기하게 매달려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것 같다.

벽에 그려진 그림을 따라 이동하니 2m 정도의 크기의 커다란 호랑이가 마을회관 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캔이나 고철 등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진 호랑이는 익살스러운 표정이 인상적이다.

마을회관 앞에 자리 잡은 호랑이는 재활용품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안내 책자를 따라 마을 안 쪽으로 이동했다. 길가에 설치된 호랑이 모양의 의자는 호랑이의 얼굴과 꼬리로 만들어졌다. 이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작은 배려를 해 놓은 것이다.

의자에 앉아서 바라본 마을은 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마을 곳곳에 솟아 있는 감나무에 홍시가 매달려 있고, 추수가 끝난 논에는 볏짚이 쌓여 있다.

마을 길가에 설치된 호랑이 모양의 의자는 호랑이의 얼굴과 꼬리로 만들어졌다

집 앞 마당에서 배추를 다듬던 정동규(75.여)할머니는 "네가 참 예쁘지?"며 인사를 건넨다.

할머니 옆에 앉아 마을을 꾸민 사람들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누구긴 누구야. 우리가 꾸민 거지. 집집마다 그려진 그림이고 뭐고 동네 사람들이 다 만든 거야. 우리 집 앞에 그림도 내가 그렸는데 뭘"이라 말하고 큰소리로 웃었다.

이어 "저기 집 앞에 있는 의자는 작가 선생들이 만들어 줬어. 근데 저 의자 모델도 나야. 구경했어?"라며 손가락으로 의자를 가르쳤다.

의자에 다가가 자세히 드려보니 의자 등받이에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진이 새겨져 있다. 의자를 구경하고 있으니 조명제(78.남)할아버지가"손자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할아버지, 할머니 사진이라고 여기서 놀고 사진도 많이 찍어갔어"라고 말했다.

조명제 할아버지와 정동규 할머니의 집 담벼락에는 직접 그린 그림이 있고, 그 앞에는 사진을 이용해 만든 의자가 있다.

마을 구경이 끝날 무렵 마을회관에서 마을 꾸미기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 대한미술공간 소나무 최예문 관장을 만났다.

최관장은 "이곳은 지난 2007년 행정안전부에서 시행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으로 선정됐다. 마을을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다 주민들과 함께 예전 호랑이가 살던 시대의 자연환경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호랑이를 기다리며…'라는 주제로 마을을 꾸미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을 바탕으로 마을을 꾸며, 옛 선조들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정서와 예술성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복거마을 안의 여러가지 작은 호랑이 조형물들

안성시 문화체육관광과 전연희 담당자는 "마을 전체가 하나의 미술 작품인'복거마을'은 주민과 예술가가 함께한 생활 현장 미술 공간이라 할 수 있다"며 "복거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플로랜드, 옹기 체험장, 창작스튜디오, 조령천 자연 예술공원 등에서 자연과 예술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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