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사자는 힘들고 엄마 사자는 다리가 아프고 동생 사자는 곧 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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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평도 불이 났어요” (인천=연합뉴스) 배상희 기자 = 연평도 피난민이 머무는 인천시 중구 찜질방 ‘인스파월드’에 마련된 미술치료상담소에서 3일 연평도 아이들이 치료상담을 받았다. |
3일 연평도 피난민이 임시 거주 중인 인천시 중구의 찜질방 ‘인스파월드’ 한편에 설치된 미술치료상담소에서 손모(6)군이 자신이 그린 그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손군은 빈 도화지에 사과나무 한 그루와 사자 가족을 그린 뒤 ‘사자가 사과나무를 찾고 있어요’라고 제목을 붙였다.
한세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에서 나온 미술치료사 방유선(29.여)씨는 “처음에는 찜질방에서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북한이 포만 안 쏘면 집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면서 “아이가 사자 가족의 상태를 묘사하는 것이나 제목을 붙인 것을 보면 아이의 심리가 불안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전날 상담소에는 한 아동(6)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면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낯선 아저씨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꿈을 꾼다며 엄마와 함께 상담소를 찾아왔다.
미술치료사 최명실(52.여)씨가 이 아동에게 도화지를 내밀자 아이는 ‘바다’라면서 빨간 포위망을 그렸다.
이 아동은 ‘그날’ 이후 놀이방에도 가지 않고 잘 때도 엄마 손을 꼭 잡고 잔다.
이날 상담소를 찾은 또 다른 아이는 빈 도화지에 연평도에 있는 집과 자기 자신만을 그렸다.
이 아이는 또 찰흙으로 달팽이와 거북이 모양을 빚더니 “집을 가지고 다니는 달팽이와 거북이가 부럽다”라고 했다.
최씨는 “대부분의 아동이 피격 당시를 떠올리며 불안해 하고 있고 연평도에 있는 집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면서 “아이들의 꿈 이야기를 듣거나 그림을 보고나서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방치하면 성장 과정에서 증상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찜질방 임시 거주가 끝날 때까지 미술 치료를 통해 연평도 아이들의 심리 안정을 돕겠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