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은 무조건 반대" vs. "어느 정도는 필요

입력 : 2010.11.05 16:17

서울 '체벌 금지' 일주일째…어린이들 반응은?
반대_다른 방법으로 지도를
찬성_기준 있다면 허용해야
"봉사활동 등 대체벌 마련을"

지난 1일부터 서울 지역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학생 체벌이 전면(全面·모든 부분) 금지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각급 학교들이 체벌 금지 규정을 담은 새 생활규정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사는 학생에게 매는 물론, 운동장 돌기나 쪼그려 뛰기 같은 체벌도 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시행 첫날부터 적지 않은 교사들이 “학생 지도가 어려워졌다”고 토로(吐露·마음에 있는 것을 드러내어 말함)해왔다. 체벌 금지에 따른 부작용 사례도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정작 체벌 대상인 어린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체벌 전면금지 일주일째, 수도권 지역 초등학교를 돌며 어린이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사랑의 매” vs “모욕적 폭력”
체벌 금지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교육이 목적이라면 적당한 체벌은 찬성한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체벌은 무조건 반대”라고 외치는 학생도 있었다.


김시진 군(경기 과천초 6)은 “체벌이 금지된 지 며칠 안 돼 친구를 때리는 선생님을 봤다”며 “벌을 세우거나 청소를 시키는 등 체벌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석열 군(서울 혜화초 6)도 “물리적 폭력 외에 친구들 앞에서 창피나 모욕을 주는 것 또한 체벌”이라며 “상담을 통해 우리가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은주 양(서울 삼성초 3)의 생각은 좀 달랐다. 최 양은 “체벌은 선생님의 따뜻한 충고”라며 “내가 미워서 때리는 게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으며, ‘사랑의 매’와 ‘폭력’의 기준만 명확하다면 어느 정도 체벌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진 양(서울 효제초 2)의 생각도 최 양과 비슷했다. “선생님에게 버릇없이 굴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땐 반성할 기회를 가져야 하잖아요. 체벌이 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효과적 ‘대체벌’ 마련이 중요
체벌 금지가 시행되고 있긴 하지만 효과적 대안이 없다 보니 사실상 학교는 혼란에 빠졌다. 학부모 호출이나 교사 상담 등의 대체 수단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지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사대부설초등학교는 ‘체벌 없는 학교’로 유명하다. 이 학교는 체벌 금지 방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체벌 대신 ‘대체벌’로 학생들을 지도해오고 있다. 교칙을 잘 지킨 학생에겐 칭찬표를 주고 어긴 학생에겐 봉사 활동에 참여시키거나 자기행동이행 계획서를 쓰게 한다. 또 교사가 평소 학생들의 생활을 관찰해 학부모와 수시로 상담한다.


홍은자 서울사대부설초 선생님은 “학생을 유심히 살피고 학부모와 끊임없이 소통하면 문제 상황이 생겨도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며 “문제 학생을 무작정 체벌로 통제하기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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