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꿈인데 꼭 외고 가야 할까요”
한겨레
» 송수빈양은 멘토들을 통해 목표를 구체화하는 법, 목표와 진학과의 연계성을 찾는 법, 외향적 성격에 맞게 공부하는 법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사진은(왼쪽부터) 유성룡(이투스 입시정보실장)씨, 이지은(<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학습법> 저자)씨, 송수빈양, 고정민(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씨.
중학생, 3인의 멘토를 만나다 / 경기 대평중3 송수빈양

고교 선택이 대입에 큰 영향을 주면서 고교 입시철이 오면 고3만큼 중3도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관건은 단순히 선택지를 알아볼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선택지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한겨레교육과 중학생 전문 온라인 교육 사이트 1318클래스(www.1318class.com)가 공동기획하는 ‘3인의 멘토를 만나다’의 두번째 주인공 송수빈(경기 대평중)양 역시 선택을 앞둔 중3이다. 곧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송양의 고민은 뭘까? 지난 6월8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투스 회의실에서 멘토 3인(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 이지은 <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학습법> 저자, 고정민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과 송양이 만났다.

# 변호사 되고 싶어요

외향적 성격·적성과 잘맞아
책 통한 간접경험하면 도움





책임감이 강하고 어른스럽다. 사회성이 높다. 과목별 성적 상하곡선이 심하다. 다행히 학년이 올라가면서 상승하는 중이다. 영어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이며 휴대폰과 엠피3 등의 유혹을 참지 못한다. 교과우수상을 비롯해 글짓기상 등 교내 수상 실적이 많다. 글쓰기와 말하기를 좋아하며 장래희망으로 변호사, 정치가, 작가 등을 꿈꾼다. 학교생활기록부와 아버지 송호현씨의 설명을 바탕으로 정리한 송양의 기본적인 진로, 적성, 학업 정보다.

“변호사를 꿈꾸는데 구체적인 정보나 되는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대다수 중학생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진로 설정을 못 하고 있지만 송양은 일찍부터 장래희망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직업흥미검사에서도 법조계와 관련 있는 진취형과 사회형 등이 높게 나왔다. 고정민씨는 “제도가 변화하면서 미래 목표나 판단이 당겨져야 하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중3쯤 되면 수빈이처럼 장래희망이 뚜렷한 건 바람직하다”고 했다. “다만, 수빈이가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대체로 이런 친구들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마음이 약하거든. 근데 변호사는 단호하고,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성격이어야 해. 잘 맞겠어?” 고씨가 묻자 송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게 피해주는 친구에 대해선 잘 넘어가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친구에 대해선 잘 넘어가지 않는 편이거든요.” 고씨가 이런 질문을 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변호사, 의사, 교사 등의 직업이 학생들이 으레 선망하고, 오해도 많은 직업들이기 때문이다. 고씨는 “그런 점에서 수빈양처럼 적성에 어느 정도 맞는 뚜렷한 장래희망이 있다면 그 직종 사람들의 성격, 가치관, 지식, 능력 등을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논픽션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충분히 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시 3관왕인 고승덕 변호사의 책 등을 읽어보면 좋지.” 이 대목에선 이지은씨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법관을 꿈꿨었거든. 변호사가 되는 방법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변호사로 사는 삶이 어떤 걸까 예측하기 어려워서 수필집을 읽었었어. 어떤 점에서 그 일이 회의가 드는지, 어떤 점이 매력인지 등을 알 수 있었던 거 같다.” 고씨는 “대안으로 유사직업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고 충고했다. “변호사도 종류가 다양하거든. 그리고 지금은 변호사만 보이겠지만 사실 사회에 나와 보면 변호사가 아니어도 법 관련 분야에 노무사, 변리사 등 다양한 직업이 있어.”

» 송수빈양의 프로필
# 외고 가고 싶은데…

입학사정관제 준비하려면
자기 꿈과 연관지어 생각을

“경기외고에 가고 싶은데 쉽지 않겠죠?” 송양은 목표로 설정해둔 학교가 뚜렷했지만 성적이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유성룡 실장은 “성적이 높진 않지만 1학년 때와 비교할 때 고학년으로 갈수록 성적이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번 중간고사 성적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3학년으로 갈수록 성적이 향상됐다면 그게 입학사정관 눈에는 좋게 보일 수 있거든. 목표 의식이 뚜렷해지면서 노력한 거라는 흔적으로도 볼 수 있고. 아마 선생님이 지원해보라고 하는 이유도 그런 가능성 때문일 거야.” 오히려 문제는 송양이 자신의 목표와 관계없이 외고 진학을 꿈꾸고 있고, 외고에서 실시하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데 있었다. 송양은 외고 진학을 꿈꾸는 이유를 “아는 언니가 경기외고에 가서 자랑하는 걸 보고 가고 싶어졌다”고 했다. 유 실장은 “자신의 꿈과 연관 지어 외고에 가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했다. 미래 목표와 진학하려는 학교와의 연관성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송양의 학생부는 핵심 없이 여러 가지 수상 실적만 나열하고 있었다. 유 실장은 “국, 영, 수 등 주요과목의 수상 실적이나 학교 밖 수상 실적 외에 개근상, 교과우수상 등은 의미가 없다”며 “모든 걸 다 보여주기보단 자신의 진로에 맞춰 취할 것만 취해서 개연성 있는 자료를 보여주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 영어성적 안올라요

문장을 통째 외우는게 좋아
책상위 휴대폰·MP3 치워야

“아무리 공부해도 영어 성적이 오르지 않아요.” 예습, 복습 철저히 잘하고, 수업 시간에 잘 듣고, 본문을 다 외울 정도로 공부하고, 유사 문제도 풀어보는데 성적이 안 나온다? 문제는 학교 정기고사가 송양이 취약한 문법 위주로 출제되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문법은 사실상 답이 없다”며 “문장 위주로 외우는 게 그나마 가장 건강한 학습법”이라고 했다. 오히려 고질적인 문제는 학습 습관에 있었다. “공부하려고 앉았는데 허리가 아픈 거예요. 10분만 일어났다가 해야지, 하면서 왔다갔다 하다 보면 잠들죠. 그러다 할머니가 텔레비전 보고 계시면 같이 봐야지 하고 곁에 가서 텔레비전 봐요. 가장 큰 문제는 휴대폰과 엠피3이죠. 음악 들으면서 공부하면 집중 진짜 어려워요. 휴대폰은 엄마한테 맡겨놓는데 그사이에 전화나 문자가 오지 않았을까 싶어서 계속 왔다갔다 하죠.(웃음)” 송양은 특유의 입담으로 평소 자신이 생각해온 문제점을 술술 털어놨다. “책상 정리가 어떻게 되어 있니?” 이씨가 물었다. 송양은 “컴퓨터, 전자사전 충전기, 피엠피 등이 올려져 있는 가운데 둘러싸여 공부한다”며 “노트 필기나 메모 등은 꼼꼼하게 잘하는데 책상정리는 잘 안 한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1학년 때 받아온 학교 안내문이 나오더라구요.(웃음)” 이씨의 해법은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시동을 걸어보라”는 것이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하지 말고 공부 전에 음악 두 곡 정도를 정말 집중해서 들어. 그리고 주변은 다 치워 놓고, 휴대폰은 무음으로 설정해서 서랍 안에 넣어 둬. 멀리 있으면 오히려 확인하러 가고 싶으니까. 확인하러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보다는 무음으로 해 둔 채 옆에 두고 20~30분에 한 번씩 확인하는 게 좋을 거야.”

2시간가량 송양의 이야기를 들은 이씨는 “수빈이처럼 말하기를 좋아하고, 잘하는 외향형 학생이라면 책상 앞에 인형을 앉혀놓고 인형에게 설명하며 공부를 하거나 자신의 말을 녹음하며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녹음중이라는 것 때문에 긴장을 하게 되고, 의식적으로 논리정연해지고, 단어 하나라도 체계적이고 신중하게 쓰게 될 거야. 성적이 부진한 영어 같은 건 외워서 말로 다시 해봐. 아마 녹음하는 데 재미를 붙이면 휴대폰이 끼어들 여지가 없을 거야.”

이날 송양은 “상담을 통해서 내가 대체 왜 공부를 하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고, 말이 많다는 내 특성이 학습에 방해요소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말을 하면서도 공부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 같아 신기하고 좋다”고 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