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하는 나의 첫 미술수업
아이디 : eboo0 이름 : 이부영 eboo0@eboo0.com (관련글 메일수신) 번호 : 34 조회 : 498
게시일 : 2002-03-05 06: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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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학년 9학급, 3학년 3학급(모두 24시간)의 미술수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수업시간이 좀 많죠? 작년보다 전담교사가 한 명 부족합니다. 서울에는 미발령 교사가 많이 남아있는데, 왜 교사를 확보하지 못하는 건지(안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어쨌든지간에 하기로 한거니까
3학년의 미술은 자유로운 표현활동과 다양한 표현에 대한 이해에,
6학년은 다양한 표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역사관, 세계관, 가치관 형성(으- 어렵다. 잘 될까?)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특히 6학년 아이들은 표현에 자신이 없고,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미술시간이 기다려지도록 해야하는데....

첫 수업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고 고민하던 중 6학년 수업은 영화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보여줄 영화는 대만영화 '로빙화'이구요,
이 수업에서 노리는 점은,
첫째, 잘 그린 그림과 좋은 그림에 대한 생각나누기
둘째, 인상깊었던 영화속 장면을 그려보게 해서 아이들의 표현모습 살펴보기
셋째, 미술이 갖는 의의---> 삶과 세계의 표현
마지막으로, 앞으로 진행할 수업의 방향 암시입니다.

<준비물>
색연필, A4용지

<아이들의 활동>
1.'잘 그린 그림'에 대한 생각 자유롭게 써 보고, 이야기 나누기
2. 영화 속 인상깊었던 한 장면 그리기
3. 평소 미술수업과 이번 수업에 대한 느낌 쓰고 이야기 나누기
*참고로, 저는 누구나 똑같은 모양의 틀을 주는 학습지를 평소에도 잘 사용하지 않습니
다. 대신 주어진 종이에 자유롭게 어울리게 그리고 쓰게 합니다. 이것도 미술활동이
라 생각하기에. 아이들의 부담을 적게 주려고 일부러 작은 종이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예상되는 문제점>
정해진 수업시간 때문에 영화를 온전히 다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영화는 흐름
이 중요한데. 중간중간을 빨리 돌리던지, 미리 60분짜리로 편집을 해서 보여줘야합니다.

<영화 '로빙화'의 내용>

영화가 시작되면 화면 가득 차밭과 노란 꽃이 보입니다.
그리고 귀여운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여러분이 보시는 꽃이 바로 로빙화! 한때 잠깐 피었다가 시들어버리죠. 농부들이 차나무 밑에 두면 거름이 되어서 차나무를 잘 자라게 만들죠. 죽어서도 좋은 향기를 전해주는 꽃 이에요."

홀아버지 밑에서도 티없이 자라는 아명이라는 소년은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아명의 소원은 강 건너 보이는 앞산의 풍경을 여러 색깔로 담아보는 것, 앞산은 아침이면 물안개가 피어올라 하얗게 빛나고 황혼녘이면 노을에 물들어 주홍빛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그저 바라볼 뿐, 아명은 종이와 크레파스를 살 돈이 없어 그려볼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명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미술 선생님 한 분이 새로 부임해 오십니다. 새로 오신 곽 선생님이란 분은 단번에 아명에게 천재적인 소질이 있음을 아시고 여러모로 용기를 북돋워주십니다. 미술시간, 아이들의 그림을 둘러보던 곽선생님은 아명에게 다가와 묻습니다.

"왜 태양이 파란색이지?"
"그래야 아버지가 쓰러지지 않아요!"

며칠 전 아명의 아버지는 차밭에서 일하시다 태양열 때문에 쓰러지신 적이 있기 때문에 아명은 빨간색 대신 푸른색으로 태양을 메꾸어버린 것입니다.
틀에 박힌 그림이 아니라 마음 속에서 우러나온 솔직한 표현과 상상력, 미적 감각을 잘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달을 먹는 개'라는 상상화 외에도 아버지의 차농사를 망치는 괘씸한 차벌레들의 모습을 과장해 그린 그림이나 팔려가는 돼지, 네발을 묶어놓고 멍멍이를 그리는 모습 등 주변사물과 느낌들을 천진난만하게 표현하는 아명의 모습은 절로 웃음을 안겨줍니다.

꼴찌에다 말썽꾸러기지만 그리고싶은 것을 자유자재로 그릴 수 있는 아명. 엄마를 대신하여 헌신적으로 동생을 돌보는 누나 아매, 그리고 인간적인 곽선생님의 등장으로 아명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듯하지만 곧 현실적인 이유로 빛을 잃게 됩니다. 전국 미술대회에 출전할 학교 대표로 이장아들인 임지홍이 뽑히자 고아명은 "부잣집 애들은 무엇이든 다 잘하는 것 같아요"라며 학교를 뛰쳐나와 곽선생님이 사주신 크레파스를 강에다 집어던집니다.

그러는 사이 아명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미처 피어나기도 전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납니다. 한편 이 일을 계기로 곽선생님은 학교를 그만두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불합리한 학교측 태도에 치를 떨며 아명의 그림을 챙겨들고 마을을 떠나던 날 곽선생님은 아명의 그림 한점을 세계 미술대회에 출품, 결국 대상을 받게 만듭니다. 예기치 않은 수상소식에 마을은 갑자기 천재소년 고아명의 찬사로 술렁이고 누나 아매는 속울음을 삼키며 동생 대신 연단 위에 올라가 소감을 말합니다.

"동생이 그린 그림을 모두 이상하게 여겼지만 전 참 예뻤어요. 지금은 모두 동생을 천재라 하지만 상을 받기 전 곽선생님께서만 인정해주셨습니다. 동생은 앞산 풍경을 큰 도화지 위에 많은 색깔로 그려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는데, 이젠 그의 그림을 볼 수 없 게 되었습니다."

무덤 앞에서 흐느끼며 그림을 태우는 아버지와 누나, 뒤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마을 사람들과 곽 선생님, 또 아명의 영혼인양 강가를 나는 하얀 새 한 마리, 그리고 물안개 위로 울려퍼지는 노래의 여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한 폭의 수채화같은 영화 <로빙화>. 아명의 엉뚱하고 개구진 행동 때문에 줄곧 웃음을 자아내는 대목이 있는가 하면 어두운 교육 현실 속에 가려져 있는 참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함께 나눌 이야기>
-아명과 아명의 누나, 아매는 그림그리는 일 외에도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어린이입니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 나오는 '로빙화'라는 노래는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는 곡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본 후 '로빙화'에는 어떤 전설이 담겨 있는지 정리해 보세요.

-고아명의 그림과 임지홍의 그림을 두고 선생님들간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그림은 근본적으로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이야기 해 보세요.

- '잘 그린 그림'이란 어떤 그림을 두고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참고◆
<그 밖의 미술관련 영화>
나의 빈센트
피카소
까미유 끌로델

<다큐멘터리>
마티스
김홍도의 그림은 국정자료였다.(KBS 역사스페셜)
3000년 전의 고래사냥 - 울주 암각화의 비밀(KBS 역사스페셜)
북녘땅 고구려 고분벽화 무엇을 그렸나?(KBS 역사스페셜)
무지개의 힘(KBS 환경스페셜 1999.5.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