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려운 책도 이해하고 좋아하죠` [연합]

2009.09.16 23:32 입력

이란 작가 화리데 칼라트바리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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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생각하는 크레파스' 시리즈는 왕자와 공주가 나오는 동화와는 거리가 먼 철학적인 이야기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으로 어린이들과 부모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시리즈를 내놓은 이란 출판사 샤버비즈의 대표이자 동화 작가인 화리데 칼라트바리(61)씨가 15일 한국내 시리즈 100권 완간을 기념해 서울을 찾았다.

이번에 처음 방한한 칼라트바리 씨는 16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우리 책이 100권이나 나오고 어린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신나고 영광스럽다"며 국내 번역판에 큰 만족감을 보였다.

"어떨 때는 '내가 만든 것보다 한국에서 나온 책이 더 좋은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답니다. 그럴 때마다 '아냐, 그래도 내가 만든 게 최고이고 한국은 그다음이지'라고 애써 생각하죠. (웃음)"

샤버비즈 시리즈를 번역, 출간한 출판사 큰나의 최명애 대표는 2004년 우연히 접한 이 책들에 반해 우선 5권을 계약했다. 얼마 되지 않아 시리즈 전체가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인 볼로냐 아동도서전 라가치상을 받았다.

2006년 시리즈가 또 한 번 라가치상을 받자 국내 다른 출판사들이 샤버비즈에 비싼 값에 책을 수입하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칼라트바리 씨는 "한국의 내 친구는 아무도 봐주지 않을 때 우리 책을 선택했다"며 거절했다. 또 시리즈의 나머지 책들도 가격을 올리지 않고 큰나와 계약했다.

이에 대해 칼라트바리 씨는 "모든 출판인에게 책을 내는 일은 의리여야 한다"며 "책을 쓰고 내는 것은 사랑과 믿음에 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샤버비즈 그림책의 매력으로 무엇보다 "다른 책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꼽았다.

"우리 책에는 여러 개의 층이 있습니다. 아이는 처음 읽을 때 하나의 층을 깨닫고 두 번째, 세 번째 읽으면서 또 다른 층을 알아나가죠. 자라면서 아이들은 책에서 다른 것을 얻습니다. 우리 책이 다른 동화에 비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어려운 이야기도 잘 이해합니다. 오히려 '수를 세는 소년'처럼 철학적이고 어려운 책을 쉬운 책보다 더 좋아하더군요. 놀랍고 기쁜 일입니다."

수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고 회계사로도 일했던 칼라트바리 씨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이란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전문직을 선호한 집안 어른들은 그가 출판계로 뛰어들겠다고 하자 진노했다.

그는 굽히지 않고 1984년 직접 출판사를 차렸다. 그의 관심은 당시 이란 출판계에 거의 없었던 아동책에 있었고 그는 학교를 돌아다니며 어린이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연구했다. 여덟 살 때 썼던 첫 번째 이야기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할 정도로 문학에 대한 그의 애정은 깊다.

그는 '빨간 공', '나예요', '천국 가는 버스 지옥 가는 버스' 등 동화만 80여 권을 썼다. 밝고 귀여운 이야기뿐 아니라 '어둠의 귀신', '날아가 버린 용'처럼 공포와 슬픔에 관한 이야기도 썼다.

"여러 번 읽어 보세요. '어둠의 귀신'은 무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공포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것,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라 배신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이죠. 세상에는 기쁨과 행복뿐 아니라 슬픔과 두려움도 있습니다. 행복을 찾아나가는 일은 자신에게 달렸다는 것을 아이들에게도 알려줘야 합니다."

그의 책 가운데 '영리한 왕자', '세라자드' 등은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가 흠씬 묻어나면서도 창작자의 새로운 관점도 함께 녹아 있다.

"좋은 이야기는 국경, 나이, 성별을 뛰어넘어 다른 사람의 내면에까지 닿는 것입니다. 또 좋은 책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죠. 그 메시지는 시대를 거쳐도 살아남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이란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더라도 그대로 가져다 쓰지는 않고 지금의 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변형해 씁니다."

칼라트바리 씨는 단순히 책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좋은 자질을 가진 젊은 작가들이 실제 책으로 재능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매주 교육 시간을 마련했다. 작가들은 출판사와 함께 성장해 나갔고, 지금은 그의 출판사에서 공부하고 첫 책을 냈던 작가들이 독립해 저마다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가장 보람 있는 일 가운데 하나가 작가들을 양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입니다. 나는 아이들이 좋아요. 아이들이야말로 한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가장 중요한 존재죠. 우리의 이야기는 아이들을 키워나갑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