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 독서지도법] 고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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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 독서지도법] 고릴라
황 미 용
황미용씨는 현재 교육 사이트 아삭(www.asak.co.kr) 운영자이자 맘스쿨 창의력 논술강사. 저서로는 '깔깔마녀는 일기 마법사' '깔깔마녀는 독서마법사' '빙고 놀토 초등 - 체험학습' 등이 있다.

이젠 아이가 훌쩍 커버렸다. 둥지에서 떠나가려고 날갯짓 하는 새가 되었다. 잘 자라주어서 참 고마운데 이젠 해줄 게 없어 서운하다.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아빠는 언제나 피곤하기만 하다. 숨 돌릴 틈 없는 바쁜 회사 업무, 위 아래 샌드위치로 시달리는 스트레스, 승진 준비, 자기계발, 인맥 관리, 늦은 밤까지 술자리로 파김치가 된다. 그래서 아이들한테 소홀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빠가 예쁜 우리 아이 볼 비벼주고, 겉으로는 싫다고 땡깡 부려도 꼭 안아주고, 엄마의 쏟아지는 잔소리에 슬쩍 아이 데리고 슈퍼로 피신도 좀 시키고, 일요일 아침만이라도 이불 속에서 한바탕 간지럼 전쟁놀이 한판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는 아빠와 함께 하고픈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게 한다.

고릴라를 좋아하는 한나. 하지만 진짜 고릴라를 본 적이 없다. 아빠랑 고릴라를 보러 동물원에 가는 게 소원이다. 하지만 아빠는 언제나 바쁘다. 아침부터 밤까지. 한나 생일 전날. 한나가 꼭 가지고 싶은 선물이 있다. 바로 고릴라이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그냥 고릴라 인형이다. 그날 밤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고릴라와 하고픈 일도 다 해본다. 드디어 아침에 아빠는 동물원에 가자고 한다. 한나는 아빠와 행복한 나들이를 시작한다.

꿈속에서 한나는 고릴라와 동물원도 가고, 영화도 보고, 춤도 추고, 맛있는 것도 먹는다. 아이 방에 있는 인형을 가지고 함께 놀아보자. 테디 베어든 강아지 인형이든 상관없다.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이라면 오케이! 인형의 이름을 불러주며 이야기를 나눠보자. 우리 아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함께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아빠랑 무얼 하며 놀고 싶은지를 말해보면서 상상놀이를 해보자. 인형놀이만으로도 가고 싶은 곳, 가지고 싶은 것을 얻은 것마냥 행복해질 것이다.

한나 침대의 철제 프레임은 마치 감옥의 창살 같다. 또 동물원에 갇힌 고릴라들도 한없이 슬퍼 보인다. 가장 따뜻하고 편안한 침대가 딱딱한 감옥처럼 보이듯 우리 아이에게 집도 그런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스케치북에 매직으로 큰 창살처럼 빗금을 쳐보자. 우리 아이 마음속에 감옥처럼 숨 막히게 하는 것들을 그려보자. 다 그려 놓고 나면 후련해지리라.

'집에 갈래?' 고릴라가 물었다. 한나가 고개를 꾸벅했지만 고릴라는 잔디밭에서 한나와 춤을 춰주었다. 한나는 너무너무 행복했다.

남편에게 말하지 않아도 내 맘을 알아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도 그런 마음이리라.

그래도 힌트를 준다면 더 좋을 것 같다. '행복 커닝 페이퍼'를 만들어보자.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말이다. 예쁜 색깔의 쪽지에 '나는 이럴 때 행복해요'라고 써보자. 그 다음은 집안 구석구석 꼭꼭 숨겨 두는 거다. 물론 그 쪽지 안에는 행복해지는 순간들을 구체적으로 써야겠지. 예를 들면 '아빠가 수염을 깎고 내 볼에 뽀뽀해 줄 때 행복해요.', '우리 아들이 엄마 칫솔에 치약 짜 놓을 때 행복해요.', '형아가 게임할 때 일부러 져줄 때야. 나도 다 알거든.'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한바탕 집안이 폭탄 맞은 꼴이 될지언정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엄청난 유산이 아니다. 어린 시절 엄마 아빠랑 함께한 행복한 추억 조각보들과 긍정적 생각, 자신을 사랑하는 것, 성실과 배려와 감사하는 마음이 아닐까? 이제부터라도 아이들에게 아빠와의 추억을 많이 만들게 해주자. 아빠는 돈 버는 기계가 아니다. 아빠는 생활비 통장도 신용카드도 아니다. 아이들에게 아빠의 자리를 만들어주자.

△자료=책제목:고릴라 /글 그림:앤서니 브라운 /출판사:비룡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