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마녀의 독서지도법]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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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마녀의 독서지도법]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황미용
'망태 할아버지는 정말 무서워. 말 안 듣는 아이를 잡아다 혼을 내준대. 우는 아이는 입을 꿰매 버리고 떼쓰는 아이는 새장 속에 가둬 버리고 밤 늦도록 안 자는 아이는 올빼미로 만들어 버린대. 으악!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서워.'

그림책의 첫 장을 펴면 이렇게 무시무시한 협박이 난무하면서 시작된다. 이렇게 걸핏하면 협박과 공포 모드로 찍 소리도 못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바로 우리 아이들 곁에서 밀착 감시를 하고 있다. 누구일까? 바로 바로 '엄마'이다. 아이의 그림책이지만 엄마인 내가 양심이 콕콕 찔리는 것은 왜일까?

이 책은 2007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작품이다. 국내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감각이 남다르다. 일명 고추장 소스로 만든 스파게티 같은 퓨전이라고 할까?

아이가 거짓말을 하거나, 빨리 밥을 먹지 않거나, 9시가 넘어서도 자지 않고 놀려고 하면 엄마는 혼을 낸다. 물론 한방이면 끝난다. '망태 할아버지한테 잡아가라고 한다'라고 말이다. 엄마가 혼을 낼 때마다 아이는 화가 난다. 하지만 아이는 망태 할아버지가 무서워 어쩔 수 없이 엄마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아 엄마한테 혼나던 날, 결국 '엄마 미워!'라고 너무 화가 나서 크게 소리치고 만 아이. 가만, 이게 무슨 소리지? 스르륵 스르륵. 설마 망태 할아버지가 잡으러 온 건 아니겠지? 숨이 멎을 것 같은 공포가 최고점을 찍는다. 어라,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 것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다.

놀라서 눈물이 찔끔 나는 순간 엄마는 아이를 꼭 안아준다. 그리고 '엄마 여기 있어. 이제, 괜찮아'라고 말한다. 엄마랑 아이가 화해를 하는 순간. 이제 더 이상 망태 할아버지가 무섭지 않다.

이 세상 모든 나쁜 아이들의 자세를 보면 줄도 엉망진창이고 몸의 움직임과 표정도 재미있고 신나기 그지없다. 그에 비해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들은 공장에서 지금 바로 나온 로봇처럼 반듯하고 군인처럼 무표정이다. 이 책에서는 선악의 이분법을 행동이나 표정, 선으로 나타내고 있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칼로 무 썰듯 대상을 갈라놓곤 한다.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면 왕따로 금을 그어버리고, 적이라 이름 붙여 전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잘못된 편견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야단치는 엄마는 크게 표현되다가 망태 할아버지에게 잡혀갈 때는 작게 그려졌다. 등장인물의 크기를 통해 힘(권력)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 착한 아이는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엄마 마음대로 세팅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절대 권력은 없다.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의 힘도 커진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것이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말길.

아이마다 다르지만 어느 순간 화해를 해야 할 시기도 온다. 내 생각이 100% 옳다고 생각할지라도 내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존중해줘야 한다. 아이가 원하는 사랑을 주는 것이다. 날을 잡아 맛있는 떡볶이라도 만들어 놓고 아이가 원하는 엄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대화를 뜻하는 것이지 일방 통행식 명령과 교장 선생님의 아침조례용 훈시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엄마 등 뒤에도 책에서처럼 동그라미 도장이 찍히겠지? 아마 착한 엄마가 되었다는 뜻이겠지. 내 등 뒤에는 아이가 어떤 도장을 찍어 놓았을까?

△자료=제목: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글 그림:박연철/ 출판사:시공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