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마녀의 독서지도법] 돼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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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용
겨울방학이다. 겨울이라 하루 종일 아이들 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깔깔거리는 소리도 잠시, 조금 있다 보면 우당탕 싸운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한 번씩 휘젓고 가 버리면 금세 집안은 엉망진창이다. 아무리 청소를 깔끔하게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폭격 맞은 꼴이 된다. 방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개학할 날이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 방학이 되면 '이 책이 필독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만 부르짖는 남편과 아이들 곁에 가서 엄마가 읽혀서라도 보게 해야 할 책일 듯하다.

'아주 중요한' 회사에 출근하는 남편과 '아주 중요한'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은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피곳 부인만을 찾는다. 그렇게 썰물처럼 빠져버리고 나면 피곳 부인은 설거지와 침대정리와 바닥청소를 한다. 피곳 부인의 뒷모습과 옆모습, 고개 숙인 모습에서는 집안일의 고단함이 묻어나온다. 저녁 풍경도 별로 달라질 게 없다. 저녁을 먹자마자 설거지와 빨래와 다림질, 먹을 것을 더 만들고 있는 동안 아이들과 남편은 거실 소파에서 편안하게 텔레비전을 본다. 어느 날 '너희들은 돼지야'라는 종이 한 장만 남기고 피곳 부인은 사라진다.

피곳 부인이 사라진 집은 금세 돼지우리처럼 변해버린다. 엄마의 빈자리가 그렇게 큰 줄 그제서야 깨닫게 된다. 나에게만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집안일을 모두 아내와 엄마에게만 전가시키지는 않았을까'라고 가족 모두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이 책을 보면서 함께 성역할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언제나 '찾아 먹는 재미'가 있다. 제목처럼 책 곳곳에 돼지들이 숨어있다. 아이랑 숨은 그림을 찾아보자. 손잡이 콘센트 벽지 꽃병 액자 달 시계 수도꼭지 냄비 전화기 전등 벽난로 연필 나무 나이테 등 여러 곳에 꼭꼭 숨어있다.

엄마가 집안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도 말해보자.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말이다. 엄마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우리들(아이)은 무엇을 했는지를 생각해보자.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이젠 달라진다. 집안일을 도울 방법과 엄마에 대한 고마움을 팝업북으로 만들어보자. 팝업북은 제일 간단한 기본 책 접기로 코와 입만 오리고 자신의 얼굴을 그려준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돼지처럼 변한다는 마법 한 줄도 써보면서 말이다. 가지고 논 레고 장난감을 정리해 놓지 않거나 씻고 나온 화장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고 책꽂이에서 책을 어지럽게 만들어버렸을 때 벌칙을 준다. 벌칙은 바로 꿀꿀이가 되는 것. '꿀꿀꿀 꿀꿀꿀'소리를 내면서 정리해놓기. 어지럽게 한 것은 기억 못하고 오로지 엄마 잔소리쯤으로 기억하는 아이들은 꿀꿀꿀 소리 내면 정리하는 것도 하나의 게임이고 놀이로 느껴질 것이다.

우리 집은 다 학생이다. 엄마와 아빠는 일하면서 공부하고, 하늘이도 공부한다. 하늘이가 특별히 자신이 학생이라고 유세를 부릴 것이 없다. 수능이 본격적으로 와 닿는 예비 고1이지만 여전히 집안일을 돕는다. 청소기도 돌리고, 밥도 하고, 음식쓰레기도 버린다. 엄마가 일할 때 커피서비스도 해준다. 아주 특별한 날은 하늘이가 직접 만든 만찬에 초대도 받는다. 아이들을 상전 대접하는 대한민국 땅에서 나는 아주 행복한 엄마임에 틀림없다. 가족은 함께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끝없이 반복되는 집안일도 말이다. 먼 훗날 아이에게 집안일만 하는 엄마의 등만을 기억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출처/책이름 : 돼지책/작가 : 앤서니 브라운/출판사 : 웅진닷컴

깔깔마녀 황미용씨는 현재 교육 사이트 아삭(www.asak.co.kr) 운영자이자 맘스쿨 창의력 논술강사. 저서로는 '깔깔마녀는 일기 마법사' '깔깔마녀는 독서마법사' '빙고 놀토 초등 - 체험학습' 등이 있다.

부산일보 | 21면 | 입력시간: 2009-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