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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양심적 병역거부’ 논의 유감(有感) |
한동안 물밑에 잠복해 있던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또다시 공론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가 최근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병역 면제권을 인정하기 위한 관련 법률의 제정 등 필요한 제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2004년 4월19일 당시 제60차 유엔 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권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 한국을 포함한 각 회원국들에 대체복무제 도입 등을 촉구한 연장선이다. 양심의 이름을 빌려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는 행위는 적어도 대한민국 땅에서만큼은 사법적 판단에 마침표가 찍힌 사안이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유·무죄 논란이 한창 뜨겁던 2004년 7월15일 관련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를 확정지었다.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에 우선할 수 없고 헌법상 기본권 행사는 모든 기타 법질서에서 이탈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판결 요지다. 헌법재판소도 한달여만인 8월26일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 조항인 병역법 제88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병역법 제88조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은 국가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라며 대법원 판결에 힘을 실었다. 다만 대법원과 헌재 공히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에 대해 형벌 이외의 ‘대체 수단’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반대 및 소수의견을 내 사회적 공론화의 여지를 남겼다. 필요성 자체의 제기와 함께 유엔의 권고 등 국제사회의 시선도 고려한 측면이 다분히 엿보인다. 대법원과 헌재의 이같은 의견을 바탕으로 국가인권위윈회가 지난해 12월26일 국방부장관 등에게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찬반이 첨예한 대립각을 형성한 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사태 등의 굵직한 정치·사회적 이슈에 밀려 여론의 주목도가 연초 등에 비해 낮아진 상태에 불과하다. 그러다가 최근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의 권고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단 유엔뿐 아니라 각종 인권 관련 국제기구나 국내외 민간단체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병역제도를 타깃으로 삼아 문제 제기를 해온 것이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원하는 소수 계층의 권리 보호를 촉구하는 그들의 목소리에 인권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으로서 귀를 기울여야 할 충분한 타당성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을 간과한 채 그 권고나 문제 제기를 즉각 실현해야 할 지고선(至高善) 내지는 지구촌 공통의 보편적 정의로 추앙하고 포장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들은 ‘양심은 인간의 인격적 존재가치이며, 현행 법·질서와 충돌하는 소수의 양심도 보호될 가치가 있다’는 원칙론과 이상론에만 충실하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못할 대한민국 고유의 지정학적 상황과 역사적 배경 등 현실을 참작해주지는 않는다. 행여 초래될지 모를 병역제도의 붕괴, 그에 따른 국가적 혼란과 안보공백 등 ‘뒷일’을 책임져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권고가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의 당위성을 결정짓는 논거로 채택될 수는 없다. 헌법이 제39조 1항에서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의 주권 수호를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 모두 국토방위의 기본적인 의무를 져야 한다는 취지 아닌가. 병역제도는 이 국민개병(國民皆兵)의 의무 이행 방법과 형태 등을 구체화한 것이다. 따라서 소수의 예외를 인정하는 병역제도의 변경은 결국 국가 주권의 본질과 관련된 중대한 사안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와 대안의 모색을 위한 논의자체에 완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제기구나 민간단체의 권고에 강박관념을 가질 이유 역시 없다. 대한민국 주권의 영역을 파고드는 그들의 주장은 ‘가치판단의 절대적 기준’, ‘준수해야 할 의무사항’은 아니다. ‘참고할 보편적 도덕률’일 뿐이다. 기사 게재 일자 2006-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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