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차처럼 달리던 코뿔소가 절벽을 벗어나면 어떻게 될까. 만화 영화에는 코뿔소가 그 사실을 알 때까지는 그대로 달려간다. 그러다가 자신이 허공에 떠있다는 사실을 알면 그제야 비로소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는 자연법칙에 어긋나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요즘 만화 영화가 세밀하게 신경을 써서 물체나 동물의 운동을 나타낸다.


때문에 생동감 있는 영상을 즐길 수 있다. 만화 영화 ‘라이언 킹’을 제작할 때 단지 상상력에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에서 촬영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만화뿐 만 아니라 영화를 촬영할 때도 자연법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만 자연스럽고 생명력있는 화면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용가리’와 같이 괴수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 사람이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괴물이 모형 건물 사이를 다니거나 건물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면 어딘지 어색해보인다. 이것은 영화를 촬영할 때, 낙하 법칙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만일 63빌딩이 무너진다면 그 파편이 땅에 떨어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그런데 모형을 쓰면 큰 건물이 무너지는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이 장면을 보면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작은 모형을 썼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영화 감독이 돼서 괴수 영화를 찍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몇가지 상상을 해보았다.

모형을 써서 낙하 장면을 찍을 경우, 우선 낙하 시간을 고려해 촬영해야 할 것이다. 만일 높이가 2백50m인 63빌딩에서 괴수가 떨어지는 장면을 1백배로 축소한 2.5m 모형으로 찍는다면 낙하시간에서 차이가 날 것이다.

물체가 떨어질 때, 시간 t 동안에 낙하하는 거리 s의 관계가 s≒5t2(½gt2) 이므로 t = √(s/5) 이다. 그러므로 63빌딩에서의 낙하시간은 약 7초다. 반면 2.5m 높이의 모형에서 낙하시간은 약 0.7초로 1/10로 줄어든다. 따라서 모형을 써서도 실감나게 보이기 위해서는 낙하 시간이 10배로 늘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촬영할 때, 빠른 속도로 필름을 돌려 촬영을 하고는 다시 재생할 때는 정상 속도로 하면 실감나는 영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평소에 초당 36프레임의 사진을 찍는다면 초당 3백60프레임으로 찍으면 된다. 이 필름을 재생할 때는 다시 초당 36프레임으로 느리게 하면 시간이 10배 늘어나서 정말 높은 빌딩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다음으로 내가 영화감독이라면 거대 괴수의 걸음걸이 장면을 계산한 결과를 고려해 찍을 것이다. 만약 거대 괴수 대신 작은 동물이 대역으로 등장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거대한 괴수는 작은 동물이나 사람처럼 빨리 걷지 않는다. 동물의 걸음걸이 속도는 대체로 다리가 길수록 빠르지 않다. 이는 다리의 움직임이 진자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진자의 주기 T는 진자 길이의 제곱근에 비례한다

(T = 2π√(l/g))

따라서 걸음걸이의 주기는 다리 길이의 제곱근에 비례한다. 이를 초당 걸음수(진동수)로 바꿔 생각하면 f = 1/(2π)√(l/g) 로 다리 길이에 반비례한다. 그런데 보폭은 다리에 비례한다. 따라서 동물이 이동하는 속도는 초당 걸음수와 다리 길이에 비례할 것이다. 그러면 동물의 속도 v는 v∝√(1/l)×l = √l, 즉 다리 길이의 제곱근에 비례한다. 만일 사람보다 1백배 큰 괴수의 걸음걸이를 찍는다면, 괴수로 분장한 사람이 걷는 모습을 촬영속도를 √100 =10배 빨리 해서 찍으면 된다. 즉 평소에 초당 36프레임의 사진을 찍는다면 이번에도 초당 3백60프레임의 사진을 찍으면 된다. 여기에 덧붙여 흙먼지는 발바닥 위로 조금만 올라오도록 하는 것도 자연스런 동작을 위해 잊지 말고 고려해야 할 점이다.

공룡끼리 싸우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서 코모도나 도마뱀과 같은 현존 파충류를 분장시켜 싸우게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역시 그대로 촬영해 재생한다면 어쩐지 어색하게 보일 것이다. 공룡이라면 몸무게가 상당해서 움직임이 둔할 텐데 너무나 재빨리 움직이게 보이는 것이 문제가 될 터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고속 촬영을 한 후 정상 속도로 재생해야 한다.

내가 영화 감독이 되면 이 모든 것을 면밀히 따져서 자연 법칙에 충실한 영상을 제작할 것이다. 특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반드시 물리학자를 고문으로 모셔서 장면마다 조언을 구할 것이다.

<논술의 KEY>
만화 영화나 모형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과학적 문제점을 찾아낸 점에서 탐구성과 독창성이 엿보인다.

자신이 직접 영화감독이 된다는 상상력을 발휘함으로써 발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글로 잘 엮었다.

가정을 통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실질적인 계산으로 문제해결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과학적 문제해결능력과 논리성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