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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춘자는 누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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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llery|2006/10/08 (일) 08: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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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보내는 몽상적 시선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나 1981년 신라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였다. 1991년부터 부산,서울 등지에서 11회의 개인전과 15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어린 시절 체험한 개인적이고도 내밀한 숲에 대한 추억을 부드러운 몽상과 환상적인 색채로 그려내었다. 자연의 원시성과 순결성,모든 것을 포용하고 감싸주는 생명의 힘을 섬세한 터치와 꼼꼼한 구성으로 더 없이 매력적인 숲을 연출해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자라는 땅'(1996~2000년) 연작과 '자라나는 땅'(2001~2002년) 연작이 있다. 봄 # 김춘자 '휘파람' 연초록 봄바람은 물기 오른 땅의 숨소리… 봄이 왔습니다. 봄 처녀와 봄 총각,봄 아줌마와 봄 아저씨의 가슴에도 봄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매화가 하얗게 빨갛게 피어나니 개나리가 담장에서 뾰쪽뾰쪽 노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그것들은 누구의 편지일까요. 누구에게 보내고 싶은 시일까요. 봄의 편지와 시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봄 속에 발을,마음을 빠뜨려 봅니다.
'봄비를 맞으면서 충무로 걸어갈 때/ 쇼윈도우 그라스에 빗물이 흘렀다~','이슬비 내리는 길을 걸으며/ 봄비에 젖어서 길을 걸으면/ 빗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 요 비가 오면 추억 속에 잠겨요~'. 이렇게 축축한 유행가로 울렁거리는 속을 다스리겠다는 발상이 애초부터 무리였다. 어느새 물기가 목울대까지 차오르고 마는 걸 보면. 사람을 봄 타는 사람과 가을 타는 사람으로 나누어 본다면 나는 전자다. 봄에 나서 그럴 거라고 짐작해 본다. 하물며 이름에 봄 춘(春)자가 들어가는 그녀는 오죽할까. 김춘자(金春子)라는 이름을 가만히 불러 보면 입안에 봄 풀물이 가득 고이는 것 같다. 줄곧 자신이 직접 체험한 자연을 그려온 그녀가 봄 날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사람 없는 숲 그늘에서 슬피 번진 풀들과 노랑제비꽃,꽃다지,금낭화들과 뻐꾸기,청호반새,휘파람새와 제비나비,붉은점나비,불개미,말벌,호리꽃등에,비단꽃뱀. 등등의 온갖 동식물들을 만났을 게다. '갈 봄 여름 없이' 씨앗으로 싹트고 꽃으로 절정을 맞고 죽음으로 소멸하는 숲 속의 낮과 밤. 그 내밀한 시간 속에 있는 생명체들. 그것들을 화폭에 옮기는 그 여자의 작업을 생각하면 마음이 설렌다. 그녀가 화폭에 옮긴 숲은 초현실적이다. 그림 속의 꽃들은 식물도감에선 볼 수 없는 익명이고 곤충이나 동물도 변형이다. 그것들이 화가의 상상력을 거쳐 너무나 매력적이고 몽환적인 숲 속의 교향악이 된다. 그녀는 '생명이 고유하고 자신만만하며 노골적이고 거침없으며 무엇이든 가능하고 화려하고 무한하여 시작과 끝이 없다'고 말한다. 그녀의 그림이 도시 문명에 찌들어 원초적 생명력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생명의 힘과 정열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이 그림 '휘파람'(캔버스에 유채,90.9×72.7cm,1994년)은 봄날의 애잔한 우수가 느껴진다. 겨울을 이겨내고 마침내 생명을 키운 풀과 꽃들의 잔치가 무르익는 봄 들판에서 젊은 날을 추억하는 그림이다. 그 여자,감성적이고 섬세한 손끝으로 땅의 숨소리를 듣는다. 사람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모든 생명의 근원은 흙이다. 그것은 식물이나 인간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 흙에서 난 여자의 머리칼에서도 풀이 쑥쑥 자라고 꽃이 막무가내로 피어난다. 이런 상상력이 억지스럽지 않고 편안하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이 화관처럼 꽃으로 피어나는데,눈을 깊숙이 감은 여자의 얼굴은 어떤 슬픔을 감추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자의식으로 가득하다. 봄이,또 꽃이 아름다운 건 짧기 때문이다. 이토록 위태롭고 날카로운 봄의 허무와 불안 앞에서 그녀도 나처럼 속수무책으로 무력한 것일까. 고개를 옆으로 꺾은 그 여자,봄이 키워낸 한 마리 순한 휘파람새가 된다. 토끼풀꽃이 하얗게 핀 봄의 정적 속에서 고즈넉한 얼굴 가득 외로움과 아련한 그리움을 안고 허공에다 휘파람을 분다. 휘파람은 눈부신 봄 햇살과 함께 꽃들을 싣고 그리운 누군가에게로 자꾸만 실려간다. '제가 보고 싶을 땐 두 눈을 꼭 감고/ 나지막이 소리 내어 휘파람을 부세요/ 외롭다고 느끼실 땐 두 눈을 꼭 감고/ 나지막이 소리 내어 휘파람을 부세요~'. 이장희의 오래된 노래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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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시간: 2006. 03.16. 1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