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읽꾼 송수진 -

제목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유은실 장편동화 / 권사우 그림
<창비>
8,000원


이책의 줄거리


엄마가 부른 ‘말광량이 삐삐’ 노래 때문에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린드그렌 선생님을 알게 되었죠. 하나하나 찾아 읽는 동화마다 너무 재미있지만, 빠듯한 용돈에 책 사기가 힘이 드네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책을 싸게 살까 궁리하다 알게 된 헌책방 언니는 우리나라에 있는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을 모조리 모으는 사람이지 뭐예요?
나는 언니와 함께 린드그렌 선생님의 멋진 동화 얘기, 엄마와 다툰
얘기, 학교와 친구들 얘기 같은 크고 작은 일들을 도란도란 나누어요.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들과 함께 내 마음이 얼마나 자랐는지, 좋은 책과 친구들이 나와 엄마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제 얘기 한번 들어
보실래요?

읽꾼이 먼저 읽었어요

“삐삐 삐삐 삐 삐 삐삐~ 삐삐를 부르는 환한 목소리~ 삐삐를 부르는 다정한 소리~ 삐삐를 부르는 산울림소리. 들쑥날쑥 오르락내리락
요리조리 팔닥팔닥 산장을 뒤흔드는 개구쟁이들~.”
두 갈래로 땋아 위로 삐친 빨간 머리, 유난히 큰 앞니 두 개, 장난스러운 얼굴 가득한 주근깨, 그리고 항상 짝짝이인 양말, 커다란 신발 .........

어릴 적 기억 저편에서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한 ‘말광량이 삐삐’가
너무 반가워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답니다.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을 혼내주고, 금화가 가득 든 보물상자를 들고 다니면서 갖고
싶은 건 모조리 다 살 수 있었던 꼬마 백만장자 삐삐에게 저도 한때는 쑤~욱 빠져 지냈을 때가 있었지요.
이 책을 지은 ‘유은실 작가’도 어릴 적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며 아마도 이 이야기를 쓰셨으리라 짐작이 가네요. TV영화를 통하여 보는 삐삐이야기보다 훨씬 더 많은 감동과 재미를 주는 책 ‘삐삐시리즈’의 원작자는 유명한 스웨덴의 아동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에요. 어쩌면 어릴 적 읽었던 린드그렌 책을 통해 성숙하게된 젊은 신인작가 자신의 자전적 동화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은 독특한 구성이 돋보이는 책이에요.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창작동화는 각 장의 제목을 모두 린드그렌의 작품에서 따왔지요.
저자는 린드그렌의 동화를 주인공 비읍이의 이야기 속에서 차분하게 녹여내고 있어요.
삐삐 동화책에 푹 빠져 저자인 린드그렌을 사모하게 된 열 살 소녀 비읍이......
비읍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ㄱ, ㄴ, ㄷ, ㄹ, ㅁ?까지밖에 몰랐던 아빠가'ㅂ'을 배운 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았던 경험을 떠올려 지어준 이름이지요.
비읍이는 아빠 없이 엄마와 함께 살아요. 치과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엄마는 빠듯한 집안 살림을 꾸려가느라 힘들게 생활하지요. 비읍이는 그런 엄마를 안타깝게 바라봅니다.
하지만 엄마를 통해 알게 된 린드그렌 작가와 그 작가의 작품을 공감하지 못하는 엄마가 못내 아쉽지요. 더구나 자전거를 사려던 돈으로 린드그렌의 책을 산 일, 헌 책방에서 만나게 된 '그러게 언니'와
얘기하다가 늦게 온 일, 돈을 아끼려고 헌 책방에서 책 산 일을
호되게 나무라자 가출하기도 해요. 하지만 비읍이는 린드그렌의 책들과 ‘그러게 언니’의 조언으로 엄마를 이해하게 되지요.
또 자기처럼 가난한 친구 ‘지혜’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성장해 갑니다.
비읍이의 책 읽기 과정은 독서가 주는 기쁨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어떻게 책을 접하게 되었는지, 책을 읽으며 어떤
마음이 되고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의 생각과 생활이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지 과정이 자세하고 차분하게
그려져 있어요. 독서가 한 사람의 마음과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린드그렌과 그의 작품들은 비읍이 삶의 선생님이 되어 준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린드그렌 작품에 대한 한 아이의 독서감상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린드그렌 선생님,
낭길리마에서도 어린이 책을 쓰고 계세요?
린드그렌 선생님,
낭길리마에서도 어린이 책을 쓰고 계세요?
우리 아빠는 하늘나라에 있는데 거기서 가까웠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에 사는 이비읍 아빠를 찾아서 선생님 얘기를 많이 들려 주세요. 그렇다고 얘기에 빠져서 하늘에 뚫린 구멍으로 저를 내려다보는 걸 게을리 하면 안 된다는 말도 전해 주세요. 제가 이름에 불만이 많다는 것도요.
린드그렌 선생님,
저는 ‘인간에 대한 진정한 예의’가 있는 어른이 되어서, 선생님 책을 열심히
우리말로 옯기는 일을 할 거예요. 그러다가 흔들의자에 앉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할머니가 될 거고요. 코끼리처럼 살이 쭈글쭈글해지다가 아흔 여섯 살이 되면 아빠가 있는 하늘나라로 가고 싶어요. 그 때는 선생님한테 가는 길에 비행기표값이 많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이제 ‘스웨덴에 가서 선생님을 직접 만날 수 있다고 믿는 구슬’을 깨뜨렸으니
편지도 그만 쓸게요. 편지를 쓰지 않고 슬픔을 이기기로 결심했답니다.
선생님,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모든 것이 그저 아름답고 아무 근심 걱정 없는 낭길리마에서 안녕히 계세요.

2002년 2월 8일
이 세상에서 선생님을 꼭 만나고 싶었던
이비읍 올림

엄마 읽새님께

이 책을 쓴 유은실 작가 또한 비읍이나 그러게 언니처럼 린드그렌의 작품 세계에 매료된 사람이라고 해요. 실제로 린드그렌 작가를 만나고, 헌 책방에서 린드그렌 작품을 40여 권이나 사 모았다고 하네요. 유은실 작가의 모습이 비읍이와 그러게 언니의 모습에 투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 일을 생각하며 책을 읽으면 느낌이 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린드그렌의 작품에 매료되어 있는 사람이어서 인지 린드그렌 작품 세계에 깔려 있는 깊은 슬픔이 글에서도 느껴지고 있어요..
책을 다 읽고 나니, 비읍이가 린드그렌의 작품 한 편 한 편을 읽으며 느끼는 마음들은 다른 아이들도 조금씩 느끼고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독서와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데 좋을 꺼리를 보태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책 한 권을 꼼꼼히 읽고, 느끼고, 차츰 세계로 눈을 넓히고, 마음을 키우는 아이의 모습을 다른 아이들도 따뜻한 눈으로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도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그 작가에게 책을 읽고 나서 편지로 써서 보내면 어떨까요? 주인공 비읍이처럼 말이에요.^^

=> 이어서 읽는 책

『미오, 나의 미오』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 일론 비클란트 그림 / 김서정 옮김
<우리교육> 2002년 07월
『삐삐는 어른이 되기 싫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 롤프 레티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사> / 2000년 11월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 롤프 레티시 그림 / 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2000년 10월

『꼬마 백만 장자 삐삐』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 롤프 레티시 그림 / 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사> 2000년 10월
『엄지소년 닐스』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 김라합 옮김
<창작과비평사> 2000년 08월
『산적의 딸 로냐』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이진영 옮김
<시공주니어> 2000년 02월
『에밀은 사고뭉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 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1999년 06월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 강일우 옮김
<창작과비평사> 1999년 04월
『사자왕 형제의 모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 김경희 옮김
<창작과비평사> 1990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