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논술 실력 '부모 하기 나름'
◇초등학생의 논술 실력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자녀의 질문에 대해 충실히 대답해주는 등 부모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초등논술, 학원이 3이면 부모는 7이다.”

최근 초등논술 열풍이 불면서 학부모들이 겨울방학 동안 자녀에게 좋은 논술학원을 고르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모의 영향력이 큰 초등학생 특성상 학원보다는 부모의 습관과 여건 등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어떻게 하면 초등논술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부모에 따라 좌우되는 논술 실력=임지연(12·여)양은 7개월째 서울 강남의 한 논술학원에 다니고 있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논술 실력은 웬만한 중학생 뺨칠 정도다.

임양이 다니는 학원에서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친구를 사귀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논술 주제를 숙제로 낸 적이 있었다. 대부분 학생들이 “할 수 있다, 없다” 수준에 머무는 논술을 쓰는 경우가 많았지만, 임양은 “친구를 사귀는 것은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친구의 의미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인터넷에 비해 그만한 노력을 오프라인에서 한다면 진정한 친구를 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는 내용의 논술을 작성했다.

이처럼 임양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임양의 질문을 충실히 받아주는 집안 분위기 때문이다. 유난히 수줍음을 많이 타 학원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이 적지만 집에 오면 엄마에게 ‘이건 왜 그래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엄만 왜 생각이 달라요?’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곤 했다. 이때 임양의 부모는 친근하게 모든 대답을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임양의 논술 실력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기복 학림논술아카데미 연구원은 “논술학원에 처음 올 때는 실력이 모두 비슷하지만 3∼4개월이 지나면서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며 “그 차이는 학생 개인의 실력 차보다는 부모들이 환경을 얼마나 만들어주느냐에 따라 갈린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논술을 접한 뒤 질문이 많아지게 되는데, 이때 질문에 대해 충실히 대답하고 같이 답을 찾아나가면서 아이의 호기심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논술 성공의 지름길이다. 또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부모가 같은 책을 읽음으로써 부모도 같이 공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논술지도, 학년마다 달라야 한다=흔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논술 학습을 초등논술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이 1∼6학년에게 똑같이 지도해도 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초등학생은 학년마다 신체·정신 발달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중·고등학생보다 세분화해서 가르칠 필요가 있다.

1, 2학년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단계이므로 논리적인 글보다는 ‘생각’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

아무리 어린 학생이라도 자신만의 분명한 생각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생각을 정리된 글이나 말보다는 낱말이나 단위 문장 수준으로 나타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3, 4학년은 생각보다는 ‘주장과 근거’에 집중해야 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펼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책이나 신문, 잡지, 인터넷 등 다양한 읽을 거리를 부모와 함께 읽고 토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아이가 다른 의견에 대해 감정적인 반응보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좋다.

5, 6학년이 되면 논술이 ‘주장·근거·설명’으로 이뤄어진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이미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며 주장할 수 있는 단계이니만큼 주장을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방법을 지도한다. 일상생활이나 가벼운 사회문제에 대한 주장을 글로 표현하도록 하며, 글을 쓸 때도 여러 문단을 결합해 완성된 수준이 될 수 있도록 한다.

조풍연 기자 jay24@segye.com

〈도움말:서울시교육청, 초등논술교사모임〉

◆논술지도의 잘못된 고정 관념들

1. 논술 능력은 타고난다?

논술은 글솜씨가 필요한 글짓기와는 다르다. 생활을 하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사고능력을 갖추면 논술 능력도 커진다.

2. 논술은 형식이 중요하다?

형식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사고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초등학생에게는 우선 ‘생각의 주인’이 되도록 한 뒤, 사고의 내용을 논술 형식에 담을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3. 사고력이 있어도 표현력이 없으면 소용없다?

물론 글쓰기를 꺼리는 학생에게는 표현력 향상을 위한 지도가 필요하겠지만, 사고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교육적 가치가 있다.

4. 논술과 독서는 별도의 활동이다?

독서와 논술은 최대한 통합해 지도하는 것이 좋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논술 능력과 독서 능력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난다.

〈자료:서울시교육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