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의·토론형 논술] 초등학생 ‘...데이’ 유행(조선2006.2.8)

[토의·토론형 논술] 초등학생 ‘...데이’ 유행

“내일도 또 무슨 ‘데이’라는 거냐?” 엄마의 목소리에 화가 잔뜩 묻어 있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준비한 선물만 포장을 하고 있었다. 이럴 땐 아무 소리도 안 하는 게 상책이다. 내가 무슨 대답을 해도 오히려 더 야단을 맞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데이가 그렇게 많니? 맨날 그게 무슨 쓸데없는 낭비야?” 큰언니까지 끼어들어 한 마디를 거들었다. “이 바보야, 그게 다 장사꾼들 속셈이야. 정신 좀 차려!” 어른들에게 어른들만의 문화가 있다. 그렇듯이 초등학생에게는 우리들끼리 통하는 세상이 있다. 어쩌다 한 번, 우리끼리 기념하는 날을 정해서 선물도 주고받고 약간의 소비도 하며 즐거워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쟁점] 1. 우정인가, 왕따인가? 2. 문화인가, 상술인가? 3. 경제 행위인가, 과소비인가? ■ 논술 예시문(찬성) 개인 생활이 극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이기는 하지만 사람은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여러 사람이 더불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초등학생들이 보다 나은 인간 관계를 맺는 수단으로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바로 ‘~데이’ 열풍입니다. 주어진 쟁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찬성 측 입장에서 주장을 합니다. 첫째, ‘데이’는 초등학생들이 친근감과 우정을 나누는 날입니다. 숙제 하기나 학원 순례 등으로 늘 시간이 부족하고, 친구와 보다는 컴퓨터와의 놀이가 더 익숙한 어린이들에게 ‘데이’는 조그마한 활력소입니다. 마음에 드는 친구에게 작은 선물과 함께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전할 수 있습니다. 생일날, 우리 반의 모든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선물도 전하고 싶은 친구에게 주어야 우정이 자라고 친근감이 커지는 것입니다. 둘째, ‘데이’는 이제 어린이들에게 하나의 문화입니다. 문화는 설사 그 기원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거기에서 의미와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이 가치 있는 방향으로 발전되도록 격려해야 할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즐거워하는 ‘데이’는 어린이들만의 멋진 문화로서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셋째, ‘데이’의 참여는 무리한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닐뿐더러 우리 나라의 경제 활동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어린이들은 이 날을 즐기면서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능력에 맞게 소비 생활을 하기에 결국 시장 경제에도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만일 ‘데이’ 때문에 충동 구매를 하거나 과소비를 한다면 그건 그 개인의 책임이지 결코 ‘데이’의 책임은 아닙니다. 이와 같은 근거로 초등학생의 ‘~데이’ 문화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에 찬성을 합니다. ■ 논술 예시문(반대) 요즈음 들어서 갑자기 많은 언론 매체들이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데이’ 열풍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유래도 불분명한 너무 많은 ‘데이’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도 상당한데, 그렇다고 어린이들이 또래에서 유행하는 이 날을 무조건 외면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부작용이 많다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초등학생의 ‘데이’ 열풍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를 합니다. 첫째, ‘데이’ 열풍은 어린이들 사이에 소외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친구들 사이에 유행하는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왕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인 사정이 어려운 친구들에게는 마음에 커다란 짐이 되기도 합니다. 둘째, ‘데이’는 일부 어른들의 상술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모든 ‘데이’는 거의 남녀가 특정한 음식을 먹거나 특정한 선물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업체에서 자신들 물품의 소비를 위해서 그 날을 만들어낸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친구들이 우정을 나누는데 그런 정해진 날이나 물품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셋째, ‘데이’의 참여는 충동구매와 과소비를 조장합니다. 남들이 하니까, 상대방이 서운할까 봐 참여하고, 선물의 품목도 아예 정해져 있어서 선물을 전하는 애틋한 마음이 아주 궁색해질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서 마음을 전하는 선물이 아니라 양으로 표현되다 보니까 충동구매나 과소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데이’ 열풍에 무조건 휩쓸릴 게 아니라, 그 의미도 다시 따져보면서 경제적인 사정과 자신과 상대방의 처지에 어울리는 선택을 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공동집필진 고성욱(서울동의초), 임광택(서울 인헌초), 김택신(서울 문정초)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