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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나는 내 방을 방문한 앵무새에게 다짜고짜 말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앵무새는 요구를 따르는 대신 슬픈 표정만 지어 보였다. 도무지 말도 안 되는 걸 끊임없이 자신에게 요구한다는 눈빛으로 어디서 그 말을 배운 건지 ‘싫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다음 날, 청소를 하던 주인 아주머니가 복도에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앵무새가 주인집 거실에서 기르던 새라는 사실을 알았다. 도대체 어딜 간 거야. 이 망할 놈의 앵무새. 뜨끔했지만 자수하지 않았다. 대신 마당에 나가 앵무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안주인은 앵무새를 기른 지 6개월이 되었다고 했다. 코가 자주 막히는 동물이어서 코를 뚫어주려고 잠시 새장 밖으로 꺼낸 것인데 날지 못할 거라 생각한 앵무새가 그만 집을 떠난 것이라고 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앵무새는 욕실 커튼 너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나를 향해 인사라도 하듯 연신 고개를 숙였다, 폈다를 반복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것은 앵무새가 새장을 빠져나오려고 몇 백 년 동안에 걸쳐 수도 없이 시도했던 행동들이 굳어져버린, 아무 의미 없는 습관이었다. 나는 앵무새와 목욕을 할 참이었다. 하지만 목욕을 하기로 맘 먹은 것이 만 이틀 만에 앵무새와 헤어진 이유가 되었다. 같이 목욕을 하자고 물을 끼얹은 것뿐인데 나는 앵무새의 반사적인 공격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얼굴이 급소라는 판단을 했는지 눈두덩이를 공격해왔다. 나는 공격을 피하는 대신 바닷가로 난 창문을 활짝 열었다. 열린 창문 사이로 그를 날려보낸 뒤 소리 나게 창문을 닫았다. 나는 단지 내가 아닌 내 외로움이 앵무새와 목욕을 하자는 것뿐이었다. 앵무새와 헤어지고 난 후에야 나는 그의 온몸이 초록으로 뒤덮여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보고 싶어하지 않아도 되었다. 앵무새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는 앵무새의 발에 주인은 쇠사슬을 채워놓았다. 딱한 노릇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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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나는 앵무새에게 멀리로 나는 법을 가르치지 않고 말하는 법을 배울 것을 종용했다. 내가 뭘 모르는 것 같아 앵무새에게, 세상에 미안했다. 사실 난 많은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 그 모르고 산 것은, 모른 채로 남에게 종용되어진다. 세상이 이렇게밖에 매끈하지 못한 것도 다 모르면서 그 방식을 고집하는 억지 때문인지 모른다. 왜 앵무새는 말을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것일까. 그렇게 앵무새와 헤어졌다. 슬퍼할 줄만 알던. 무성영화 속에 머무르고자 했던. 날아갔으나 멀리 날지 못했던. 우리의 삶은 가끔 새장 안에 갇힌 새에 비유되곤 한다. 갇힌 채로 물과 곡식 낱알을 번갈아 쪼아가며 갈증과 허기를 채우는 새와 우리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비교는, 우리에게 그만큼 세상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간절함은 내장을 파고드는 간절함인가. 나는 봄이 오면 초록을 앓는다. 초록을 보러 재래시장을 어슬렁거리며, 새벽 기찻길에 나서기도 하며, 그 어떤 간절함으로 방랑을 떠올린다. 특히 이 무렵의 방랑은 앵무새처럼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는, 이유 없이 참담하고 슬픈 것이다. 눈부신 초록으로의 방랑, 내 안에 회로처럼 엉켜 있는 밀림으로의 방랑. 그 간절함마저 없다면 나는 살고 있지 않은 게 된다. 앵무새와 헤어진 후, 몇 년의 세월이 흐른 여행길에서 어깨 위에 초록 앵무새를 올려놓고 엽서를 파는 할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의하면 앵무새와 함께 산 지 6년이 지났는데 앵무새가 자신처럼 죽을 때가 다 되었다고 했다. 늙으면 늙을수록 자신도 앵무새에게 기대고 앵무새도 자신에게 기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그것을 밀착이라고 이해했다. 밀착하지 않으면 허전하며, 밀착하지 않으면 어깨 밑 낭떠러지로 떨어져 절명하고 마는 두 생명의 관계 앞에서 초록과 이별해야 하는 황혼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되었다.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 이 우화 같은 이야기는 더 그렇다. 한 사람은 친구에게 장담한다. 너는 곧 새를 키우게 될 거라고. 그 말을 들은 친구는 콧방귀를 뀐다. 그러자 제안한 사람은 친구에게 값비싼 새장을 선물한다. 친구의 집에 방문한 사람들은 덩그렇게 걸어놓은 빈 새장을 보고 이구동성 기르던 새가 죽었냐고 물어왔다. 새를 키운 적이 없었던 친구는 사람들이 물어올 때마다 그 사정을 설명하는 일이 힘에 부치자 끝내 새를 사게 된다. 결국 그 사람의 장담대로 새를 키우게 된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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