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전 아동 학습스트레스로 언어장애.신체마비까지
[매일경제 2003-07-29 16:06:01]
경기도 분당에 사는 최모 양(7)은 학습 스트레스로 신체 장애증상이 나타난 경우.

최양은 4살때부터 일주일에 무려 8개 학원을 전전해야 했다. 유치원영어, 피아노, 속셈, 수영, 태권도, 체조교실, 과학탐구, 창의력 교실 등등...

아침 9시부터 시작해 오후 3시가 넘어야 끝나는 '끔찍한' 일과를 최양은 견딜수 없었고 결국 1년 뒤인 5살때 얼굴 얼굴근육과 팔.다리가 굳어버리는 '스트레스성 마비'증상을 보였다.

최양의 어머니(36)는 "아이에게 좀더 많을 것을 가려쳐주고 싶었고 사실 하루종일 아이들 돌봐야하는 부담도 덜고 싶었다"며 "지금도 가끔씩 얼굴마비 증상을 보이는 아이를 보면 너무 후회스럽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교육을 시키는 많은 부모들은 "어려서부터 질 높고 다양한 교육을 받아야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학습에 대한 중압감은 최 양처럼 거의 '학대' 수준에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히려 경쟁사회에서 도태되는 지름길로 내몰리는 것이다.

28일 이화여대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주최로 '조기교육 열풍 이대로 좋은가'란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도 교육.의학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조기교육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나섰다.

서울의대 서유현 교수는 "뇌발달 단계로 볼때 언어.수리 능력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6세 이후에 언어와 수리 교육을 시키는 것이 적당하고 이때도 학습량이 절대로 많아서는 안된다"며 "창의력과 사고력이 발달하는 6세 미만 시기에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면 과잉학습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얻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부 공포증에 걸려 진짜 공부할 나이에 지진아가 된다는 얘기다.

중앙대 이원영(유아교육학) 교수도 "한국의 유아들은 '강제학습노동'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소리치고 있다"며 "유아들은 성장발달에 알맞은 놀이중심의 교육을 통해 창의적이고 전인적인 인간으로 성장해야 오히려 경쟁력을 가질 수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영어조기교육이 효과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동덕여대 우남희(아동학) 교수는 "만4세아 10명과 7세아 13명에게 주 2회씩 8차례 실험교육을 한 뒤 발음, 기억능력, 응용능력 등 학습효과를 분석한 결과7세아의 효과가 월등했다"며 "7세아는 학습내용에 대한 이해와 흥미가 높아 교육이 제대로 됐으나 4세아는 통제가 안돼 교육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이어 "영유아 대상의 영어 교육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심리적, 발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무분별한 영유아 영어교육을 정부차원에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