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학부모·교사들이 뽑은 어린이책 베스트 50
‘지식+흥미’ 결합 소설들 상위에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 내 딸에게 이런 책을 사주고 싶다 : 내게 세상은 읽고 또 읽어…
어린이책 전문가와 학부모·교사 등이 지난 6개월 사이에 출간된 어린이책 중에서 베스트 1위로 꼽은 책은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사계절)로 나타났다.

문화일보와 아동전문지 ‘동화읽는 가족’ 이 동화작가·평론가·출판편집자·출판기자 등 어린이책 관련 74명이 추천한 책을 공동 집계한 결과, 2위와 3위는 각각 ‘밤티마을 봄이네 집’ (푸른책들)과 ‘우리 가족입니다’ (보림)가 차지했다. 상위권에 올라온 책들을 보면, 13세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식, 교훈과 흥미를 결합시킨 소설이 많았다.

또 변화하는 가족형태를 보여주면서 가족 구성원 간의 애정을 새롭게 조명한 책들과 더불어 한국적 정서와 색채를 담은 그림책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들 상위권 책은 유명출판사, 중견작가의 작품이 대다수를 차지, 어린이책 전문가들도 일반인들처럼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베스트 리스트 집계 결과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그동안 외면받아온 동시집이 상위권에 다수 포진했다는 것이다.


◆ 베스트 1 ~ 3위의 매력 = ‘바르톨로메는… ’ 는 오스트리아 작가 라헐 판 코에이가 17세기 스페인을 배경으로 쓴 작품. 300여쪽의 두툼한 분량에 본문에 그림을 한 장도 넣지 않았으나 읽은 사람마다 흥미진진했다고 평하는 책이다.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상상력을 접목한 이른바 ‘팩션(Faction)’ 형식으로 꼽추 난쟁이인 주인공이 화가의 길을 걷기까지의 역정을 묘사했다. 스페인의 화가, 작가 등이 실명으로 등장하며 예술 지식을 전해주는 것도 이 작품의 묘미다. 장애인 주인공이 주변의 편견을 딛고 성취를 이루는 과정에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동참하도록 만든다.

2위를 차지한 ‘밤티 마을 … ’ 은 연작시리즈의 완간편. 11년 전에 처음 나온 ‘큰돌이네 집’ 과 ‘영미네 집’ 에 이은 동화작품이다. 새 엄마를 맞은 아이들이 그 엄마가 낳은 아이를 미워하지만, 결국은 가족의 따뜻한 품에서 화해하는 과정을 그렸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다수의 작품이 실린 중견작가 이금이씨의 역량이 돋보이는 책이다.

‘우리 가족… ’ 은 5~8세 대상의 창작그림책이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부모를 보며 아이들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고단한 일상을 사는 우리 이웃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 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어떤 책을 왜 추천했나 = 10위권에 올라온 책들 중에 1, 6, 7, 8위의 작품이 초등 고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다. 베스트 리스트를 집계한 ‘동화읽는 가족’ 의 편집자 서진원씨는 “지식, 교훈을 흥미와 잘 결합시킨 청소년물이 상위권에 많이 올라왔다” 며 “이는 논술의 중요성이 대두한 교육현장의 상황과 더불어 10대 청소년들이 교과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양물을 읽기를 바라는 어린이책 전문가들의 소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고 풀이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족 형태를 보여주면서 가족 구성원들의 애정을 다룬 책들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2, 3, 5위의 작품이 재혼, 치매, 입양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다. 당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국적 정서를 우리 고유의 색채 감각으로 담아낸 그림 책도 눈에 띈다. 2, 3위의 책들과 더불어 10위를 차지한 ‘설빔’ 이 대표적이다.

이번 베스트 리스트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동시그림책이 부상했다는 것. 5, 13위의 작품이 동시에 어울리는 그림을 함께 넣어 만든 작품이다. 35위를 차지한 ‘거인들이 사는 나라’ 도 그림은 없지만 동시를 묶은 책이다. 어린이책 전문가들이 이제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외국처럼 동시를 통해 정서를 함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상위권을 차지한 책들이 대부분 지명도 높은 출판사 작품이었다. 이는 탄탄한 기획력을 가진 이들 출판사에서 완성도 높은 책을 펴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나 다양한 작품이 나와야 한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 “어린이를 행복하게 하는 책이 양서” = 책 추천에 참여한 한상수 어린이도서관연구소장은 “어린이책은 교훈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아이들이 책 읽기의 행복감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게 좋다” 고 말했다. 동시를 쓰며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신형건 ‘동화읽는 가족’ 발행인은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책을 추천한다” 며 “기존 추천도서 목록에 빠졌으나 아이들에게 새롭고 다양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에 특별히 애정이 있다” 고 강조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어떻게 선정했나

전문가 100명에게 2차에 걸쳐 설문지를 보내 2005년 10월 이후에 출간한 어린이책, 즉 최근 6개월내에 나온 책을 대상으로 1명당 5권씩의 책을 추천받아 우선 순위별로 각 5~1점씩 합산. 4월 25일 현재까지 설문에 응답한 74명의 추천 점수를 집계한 것임.
기사 게재 일자 200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