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삶 다룬 소설 2권 동시출간 ‘미치거나 혹은 사랑하거나’
입력: 2006년 05월 03일 17:35:40: 2 : 0
클림트의 1908년 작 ‘물뱀2’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는 고흐처럼 비극적 삶을 살지도, 모네처럼 세기의 로맨스를 남기지도 않았지만 이들 못지 않게 오늘날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화가다.

관능적이고 화사하면서 동시에 우울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그의 신비한 화풍은 거부하기 힘든 매력을 발산한다. 그러나 정작 화가의 삶은 그리 존경받을 만한 것이 못되었다. 순진하고 가난한 시골처녀를 유혹해 신세를 망쳐 놓는가 하면 자기 아이를 낳은 뒤 궁핍하고 비참하게 살아가는 여인을 차갑게 외면했다. 오죽하면 ‘빈의 카사노바’로 불리며 14명의 사생아를 남겼을까. 그렇지만 클림트는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이자, 항상 죽음의 그림자를 의식한 두려움 많은 한 인간이기도 했다.

황금빛 ‘키스’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삶을 다각적으로 그린 두 권의 소설 ‘클림트’가 나란히 출간됐다.

◇갤리온의 ‘클림트’=웅진출판사 계열인 갤리온에서 나온 소설 ‘클림트’(원제 Klimt)는 독일의 지적 소설가 크리스티네 아이헬이 쓴 것으로 하반기 개봉할 영화 ‘클림트’의 원작이기도 하다. 함부르크 대학에서 철학과 문학, 음악학을 전공한 저자는 광기의 예술가 클림트를 세기 전환기의 퇴폐적이고 몽환적 풍취와 함께 한꺼번에 되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당대 최고의 화가로 인정받던 클림트는 파리의 한 저택에서 신비하고 관능적인 여인 클레오 레아의 유혹에 깊이 빠져든다. 그녀와 꿈 같은 정사를 치른 클림트는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레아의 제안을 받아들이는데, 정작 초상화를 완성하기도 전에 그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하릴없이 빈으로 돌아온 클림트는 파리에서의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다.

갤리온의 클림트
이후 클림트는 더욱 관능적인 미를 추구하는 그림에 몰두하게 되고 그 중심에는 늘 미지의 여인 클레오 레아가 자리하게 된다. 클림트를 충격과 혼돈으로 몰아넣은 ‘클레오 레아’의 진실은 무엇이며 그가 혼란에 빠질 때마다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검은 양복의 남자는 누구일까. 소설은 마치 환상소설을 보듯 기묘한 분위기로 흐르면서 무서운 빠르기로 절정에 오른다.

한편 영화 클림트는 칠레 출신 세계적 영화감독 라울 루이즈가 만들었다. 존 말코비치가 천재화가 클림트 역을 맡아 열연하며 국내에서는 월드컵 시즌을 피해 하반기 개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담의 ‘클림트’=미술사와 예술학을 전공한 미국 작가 엘리자베스 히키의 처녀작으로 원제는 ‘The Painted Kiss’다. 화가의 전 생애를 그의 마지막 연인이라 할 수 있는 에밀리 플뢰게의 눈과 입으로 써내려가는 형식을 취했다. 클림트의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사생활과 과도한 여성편력을 참아내면서 결국 화가의 마지막 여인이 되는 에밀리의 순수하고 애틋한 사랑이 주로 그려진다.

예담의 클림트
소설은 에밀리가 12살 어린 나이에 자신과 언니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기 위해 집에 온 화가 클림트와 첫 대면을 하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이후 클림트와 에밀리는 미술선생과 제자로, 화가와 모델로, 사업적 동반자로, 그리고 친구이자 연인으로 평생 끊길 듯 끊기지 않는 인연을 길게 이어간다.

소설은 특히 ‘키스’ ‘임신부의 누드’ ‘잠자는 소녀’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스케치’ 등 클림트 그림이 탄생하는 장면을 군데군데 재현해 놓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모델들을 벌거벗긴 채 혹사시키는 작업 스타일, 지칠 줄 모르는 창작열과 작가적 욕심 등이 담겨있다.

〈이상주기자 sj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