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개 초중고 석차가 쫙∼, 일제고사 성적 악용[발굴] 여주군과 교육정보업체들, 초중고 석차 공개 논란

12.08.08 10:38l최종 업데이트 12.08.08 10:38l
경기 여주군이 만든 홍보물 복사본. 학교 실명과 석차가 적혀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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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사설 교육정보업체가 일제고사(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활용해 전국 초중고의 석차를 매긴 자료를 홍보물 등으로 만들어 무더기로 뿌리고 있는 사실이 7일 확인됐다. 이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줄이겠다'는 교과부의 일제고사 시행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어서 교과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 승격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 여주군청(군수 김춘석)은 지난 7월 22일쯤 <'여주시 승격' 오해와 진실>(18페이지 분량)이란 제목의 홍보물 2만 부를 찍어 이 지역 대부분의 가구에 무작위로 돌렸다.

 

이 홍보물을 보면 일제고사 결과에 따라 이 지역 초중고의 경기도지역 순위와 전국 순위가 표는 물론 글귀로도 나와 있다.

 

이 홍보물은 "일제고사 결과 시 단위 지역에 비해 (여주군의) 경쟁력이 많이 뒤지고 있다"면서 "(경기도) 초등학교 1160개 중 여주읍에 소재한 ○○초가 478위, ○○초가 817위, ○○초가 902위, ○○초가 968위"라고 학교 실명을 거론하며 등수를 공개했다.

 

여주군 관계자는 "시로 승격할 경우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밝혔다. 이 자료를 만든 여주군청 한 팀장은 "지난해 <조선일보>가 자체 사이트에 올려놓은 자료를 활용해 이번 학교 석차를 매겼다"면서 "교과부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언론사의 믿을만한 자료라고 판단해 홍보물에 싣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주군, 시 승격 추진 홍보물에 학교 석차 공개

 

반면, 교과부의 한 중견관리는 "교과부는 학교별 석차를 갖고 있지도 않고 언론사에 준 바도 없다"면서 "1만3000개 학교마다 제각기 '보통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 3단계로 비율을 공개한 알리미 서비스 자료를 특정 언론사가 일괄 수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조선일보> 등은 지난해 12월 '보통이상' 비율을 바탕으로 순위를 매긴 학교 석차 자료를 만들어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여주지역 초중고학부모연대, 여주고 학교운영위원장, 오학초 학부모회장 등 6명의 학부모들은 지난 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 신청서를 냈다.

 

이들은 민원 신청서에서 "여주군이 초중고의 순위를 공개함으로 인해 우리 학부모와 학생들은 심한 모욕감을 느끼고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면서 "학교성적공개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무시한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비도덕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사설 교육정보업체들도 전국 초중고의 석차를 인터넷에 공개해 학생과 학부모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 청소년권장사이트로도 선정된 S업체는 '전국 초중고 순위'라는 항목을 따로 만들어 놓고 일제고사에 따른 16개 시도 초중고별 전체 석차는 물론, 시군별 초중고 석차까지 공개하고 있었다.

 

T학원의 정보공유 카페에서도 <조선일보>가 만든 일제고사 전국 초중고 석차를 공개하고 있었다.

 

s업체 사이트. 일제고사에 따른 석차가 공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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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차 악용에 교과부 책임론, "대책 마련할 것"

 

손충모 전교조 대변인은 "검증되지도 않은 일제고사 공개 정보를 가공해 전국 석차를 매긴 뒤 특정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반교육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고위관리도 "이 문제는 일제고사를 강행하고 학교별로 공개하도록 한 교과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과부는 일제고사 전국 학교 석차가 사설 업체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정치적 목적에 활용된 사실까지 드러나자 대책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교과부 중견관리는 "대부분의 학교가 '보통 이상' 비율이 80%인 상황에서 이를 바탕으로 학교별 순위로 악용한 것은 교과부가 의도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무척 잘못된 행동"이라면서 "학교별 (일제고사) 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을 포함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3일 "교육관련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특례법을 개정해 일제고사 결과는 공개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관련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