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09월 03일(月)
“북디자인에 책의 생명력 담았죠”
亞 대표 북디자이너 뤼징런 칭화대 교수
“북디자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책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종이책의 매력을 구현하는 북아트입니다.”

8월30일 제19회 베이징(北京)국제도서전(8월29일~9월2일)이 열리고 있는 베이징중국국제전람중심 신관에서 만난 뤼징런(呂敬人·65) 칭화(淸華)대 교수. 중국 출판계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북디자이너로 꼽히는 뤼 교수는 “책의 생명력은 북디자인을 통해 예술적인 면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북디자인은 과거에는 포장의 개념이었어요.겉 표지를 예쁘게 꾸미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지요. 하지만 이젠 포장뿐만 아니라 텍스트를 디자인하는 개념으로 바뀌었습니다. 종이를 쓰다듬을 때의 느낌, 종이의 냄새, 책장을 넘기는 소리, 보는 즐거움 등 촉각·후각·청각·시각적요소와 함께 품격까지도 고려합니다.”

1947년 상하이(上海)에서 태어난 그는 문화혁명(문혁) 때 하방(下放)운동에 따라 농촌으로 내려갔고, 그 과정에서 겪은 혹독한 노동은 그의 탁월한 예술적 재능을 싹틔웠다. 문혁이 끝난 뒤인 1970년대 후반, 북디자인에 뛰어든 그는 2008년부터 칭화대에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북디자이너의 역할을 소설이 영화로 표현되는 것과 같은 과정으로 설명했다. “소설은 시나리오로 각색돼 영화로 표현됩니다. 마찬가지로 책이 북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편집되면 같은 내용이라도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효과는 전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문자 대신 그림을 넣고, 내용과 주제에 맞는 종이를 선정해 보기 좋은 모양으로 만들면 독자들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동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는 책의 내용, 즉 콘텐츠에 따라 디자인을 달리한다. 무거운 철학책은 되도록 부가적인 ‘포장’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 예술, 지리, 역사 등의 서적은 시각적인 요소를 많이 넣어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그가 바라보는 한국 북디자인의 수준은 어떨까. “콘텐츠나 주제 선정 면에서 한국의 북디자인 수준은 중국보다 뛰어납니다. 특히 그림책 수준은 중국보다 훨씬 수준이 높아요. 한국의 북디자이너와 편집인들이 아동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베이징 =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