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성장 보고서·필기 노트… 자녀 헐뜯는 말 금지, 객관적 자료 준비를!

  • 글·사진=안아름 맛있는공부 기자 sebin1215@chosun.com
  • 입력 : 2012.06.07 03:12

    진로진학 상담 전 학부모가 갖춰야 할 기본기

    수시 전형이 확대되고 입학사정관 전형이 도입되는 등 대학 입시가 복잡해지면서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한 '최적의 조합'을 궁리하는 학부모가 적지않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입시 컨설팅 시장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컨설팅도 '뭘 좀 알아야' 받을 수 있다. "우리 애가 어느 대학에 갈 수 있을까요?"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진로진학 담당 교사나 컨설턴트를 찾아와 다짜고짜 이렇게 묻는 학부모는 제대로 된 상담 결과를 받아들기 힘들다는 얘기다. '자녀 진로진학 상담 전 학부모가 갖춰야 할 기본기'를 전문가 3인에게 물었다.

    (왼쪽부터)김종우 서울 성수고 진로진학상담교사·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이사, 박재원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대표.

    ◆ 상담교사 앞에선 100% 솔직하라 - 김종우 서울 성수고 진로진학상담교사

    여전히 학부모의 상당수는 자녀에 대한 피상적 정보만 갖고 상담교사를 찾아온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제는 '자녀와의 크고 작은 갈등'이다. 그런데 정작 자녀의 성적이나 학교 생활, (이성 교제를 포함한) 교우 관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부모는 많지 않아 상담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기가 무척 어렵다.

    상담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부모 외에 형제 자매가 함께 방문하는 게 좋다. 뭐니 뭐니 해도 해당 학생에 대한 객관적 정보와 시각을 갖춘 사람은 늘 함께 생활하는 형제 자매이기 때문이다. 진로진학 상담은 학습법과 성적뿐 아니라 전반적 인생 계획까지 전망하는 자리이므로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임하는 게 중요하다.

    상담교사는 학생의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상담교사를 만나는 부모는 자녀의 성장 환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때 성장 환경은 병력·친구관계·가족관계·취미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상담 전 자녀의 성장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상담교사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보고서는 자녀의 성적 하락 이유, 문제 발생 요인, 관심 분야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근거 자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덧붙여 아버지의 상담 참여도 효과 면에서 추천할 만하다.

    ◆ 자녀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기본 -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이사

    엄밀하게 말하면 '진로상담'과 '진학상담'은 서로 다른 개념이므로 따로 진행해야 한다. 순서로 따지자면 진로상담은 진학상담 이전에 이뤄지는 게 맞다.

    자녀의 진학상담을 요청해 오는 학부모 중엔 자녀의 정확한 성적조차 모르는 이가 상당히 많다. 등급 정도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단적인 예로 똑같은 3등급이라도 상위 12%부터 23%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상위 12% 학생은 서울권 대학 진학을 노릴 수 있지만 23% 학생은 불가능하다.

    진학상담의 목표는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의 잘못된 공부 습관을 바로잡고 지원 가능한 대학을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자녀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진학상담의 구체적 방향은 △취약점 진단 △현재 위치 판단 △학업·진학 계획 작성 등으로 이뤄진다. 상담 교사나 업체별로 요구 사항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성적표와 학교생활기록부, (실제로 풀어본)시험지 등이다. 자녀가 평소 사용했던 노트나 공부방 사진 등을 준비해가면 자녀의 학습 성향이나 잘못된 습관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진로상담은 자녀가 중학교 2·3학년 때 진행하는 게 가장 좋다. 다만 상담 목적이 자녀의 현 상황 파악인지, 당면한 문제 해결인지는 미리 결정해야 한다. 특히 상담자 앞에서 자녀를 헐뜯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자칫 상담자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줘 그릇된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와 부모의 진학 목표가 서로 다를 땐 반드시 전문 상담자의 조언을 구해야 한다. 간혹 자녀에게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기 위한 수단으로 진로진학 상담을 악용하는 부모도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상담의 진정한 목적은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진학 목표를 설정하는 데 있으므로 상담을 요청할 땐 부모 자신의 욕심이나 바람은 잠시 접어두고 전문가 의견에 따르는 게 중요하다.

    ◆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 - 박재원 비상교육공부연구소 대표

    상담 도중 만나는 학부모 중 일부는 자녀의 진로 선택을 '(결과가 명확하고 한 번 결정되면 바뀔 수 없는) 혈액형 검사'처럼 여긴다. 진로상담을 받기 전 학부모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진로의 기본 개념부터 '공부'하는 것이다. 진로란 각자 타고난 적성이나 후천적 경험을 통해 개발한 흥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그에 맞는 직업을 탐색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이때 유의할 점은 교우관계나 여행, 독서 같은 직·간접 경험이 진로의 구체적 방향을 얼마든지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진로상담 시 가장 중요한 건 '100% 자녀 입장을 고려해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아이가 ○○란 직업을 갖겠다는 의식은 강한데 정작 공부를 멀리해 안타깝다"는 부모를 자주 만난다. 하지만 진로의식은 학습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동기요인이다. 특히 입학사정관은 사정 작업 시 지원 서류와 개별 학생을 끊임없이 대조하면서 진로의식이 강한 학생을 가려내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진로의식이 없는 지원자는 해당 진로에 대한 진정성이 없어 쉽게 포기하고 지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로의식이 강하고 공부에 다소 소홀한 자녀보다 진로의식 자체가 없는 자녀를 더 걱정해야 한다.

    자녀의 진로상담에 임하는 부모 대부분이 다중지능검사와 같은 진로적성검사를 실시한 후 결과지를 들고 상담실을 찾는다. 이때 중요한 건 검사지 결과의 객관적 해석이다. 검사 결과지는 일종의 '여행지도'다. 지도를 보며 여행지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도움을 얻듯 진로적성검사 결과지를 바탕으로 진로 선택에 유용한 정보를 탐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로 탐색은 고교 이전에 마치는 게 좋다. 최적기는 초등 4학년부터 중 3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