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지능 검사로 푸는 자녀 진로

[중앙일보] 입력 2012.04.11 04:26

정치가 되고 싶은 중3 민우, 검사 결과와 일치해 공부 탄력

 
서울 재현중 3학년에 재학 중인 공민우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반장을 해왔다. 지금은 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리더십을 기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군은 “정치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며 “내게 꿈을 이룰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이 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진로교육상담소인 케듀맵 연구소의 백은영 소장은 공군의 진로 탐색을 위해 다중지능 검사를 실시했다.

글=김슬기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백은영 케듀맵 연구소 소장이 공민우(서울 재현중 3)군에게 다중지능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자녀가 좋아하는 활동과 관심분야 엮어줘야

검사 결과 공군은 대인지능·언어지능·대내지능이 높게 나왔다. 대인지능은 공감을 잘하고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능력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반장을 맡아온 공군의 활동이력과 일치했다. 백 소장은 공군이 대인지능을 높이기 위해 “봉사활동을 더 확대할 것”을 권했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능력을 기르는 데 봉사활동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군의 부모에겐 “현재 공군이 학교에서 즐겨 하는 독서토론이나 학생회 활동이 모두 공군의 강점으로 파악된 지능과 연결돼 있어 다른 것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며 여유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는 “다중지능은 학과 공부처럼 모든 지능을 다 완벽하게 갖출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잘하는 것, 흥미를 갖는 것을 더 많이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학생은 공군처럼 세 개 이상의 강점 지능을 나타낸다. 이 지능들이 골고루 융합되면서 길러지도록 하려면 강점 지능과 관련된 활동을 다양하게 해볼 것을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대교 교육연구소 홍혜선 연구원은 “학생 본인이 좋아하는 활동과 관심이 있어 하는 분야가 조화되도록 엮어주면 융합교육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매일 30분 이상 대화, 다중지능 발견에 도움

다중지능 검사는 자녀의 진로 전략을 세우는 데 유용하다. 자녀의 다중지능을 발견해 계발해 주는 것만으로 진로 선택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 교수는 “자녀의 일상을 세심히 관찰하고 매일 30분 이상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다중지능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녀의 평소 언행·행동·성적·소지품 등을 보며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유심히 관찰해 기록해 볼 것”을 제안했다.

백 소장은 “유년기 자녀를 관찰할 때 무엇을 갖고 노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다루느냐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인형놀이를 할 때 친구와 짝을 지어 인형놀이 하기를 좋아하는 자녀는 대인지능이 높을 수 있다. 반면에 혼자서 인형에 말을 걸며 대화하는 유형이라면 감정을 잘 다스리는 대내지능이 강할 수 있다. 청소년기 자녀에겐 영화나 연극을 보여주면서 어느 부분에 흥미를 느끼는지를 관찰하는 방법이 있다. 주인공의 대화 내용에 관심을 두면 언어지능이 높은 편이다. 반면에 줄거리나 전개 구성에 초점을 맞추면 논리수학지능과 연관이 있다. 영상미를 중요하게 여기면 공간지능이 높고, 배경음악을 중시하면 음악지능이 높다.

대화는 자녀의 특기적성을 찾는 좋은 방법이다. 자녀에게 여덟 가지 다중지능을 설명해 준 뒤 자녀의 생각을 묻는 것이다. ‘제일 잘하는 것이 뭐니(능력)’ ‘친구랑 노는 건 재미있니 아니면 혼자 하는 일이 더 좋니(대인지능 파악)’라고 질문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부모부터 진로지도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녀가 음악지능이 높으면 음악회를 함께 다니며 공연을 보거나, 미술지능이 높으면 전문가의 지도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백 소장은 “부모는 ‘무엇을 도와줄까’라는 질문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중지능=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가 1983년 주창한 이론으로 인간의 지능이 언어·음악·논리수학·공간·신체운동·음악·대인관계·자기이해·자연탐구 등 8개 지능과, 1/2개 종교적 실존지능으로 이뤄져 있다고 주장했다. 각각의 지능 조합에 따라 다양한 재능이 발현되므로 지능검사(IQ Test)만으론 인간의 재능을 판단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신나는 공부]‘다중지능’을 아십니까

기사입력 2009-10-27 03:00:00 기사수정 2009-10-27 03:00:00

“이럴수가, 수학 ‘꽝’ 우리 아들 수학에 가장 재능있다니…!!”

《“우리 아이는 투자한 것에 비하면 성적이 너무 안 나와요. 이것저것 시켜보지만 무엇이 진짜 아이의 길인지 모르겠어요.”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많은 학부모의 하소연이다.
자녀가 좋아하는 것이 잘 할 수 있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고, 아이가 하고 싶은 것과 부모가 생각하는 진로가 다를 때도 많다.
자녀를 가장 잘 아는 건 부모라지만 판단의 잣대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이럴 땐 아이의 ‘다중지능’에 주목해보자. 미국 하버드대 교육심리학과 하워드 가드너 박사가 주창한 다중지능은 지적능력을 평가하는 지능지수(IQ)에 정서능력, 창의력, 적성을 포함해 구축한 일종의 종합지능이론. 인간의 다양한 능력을 △언어 △논리수학 △음악 △공간 △신체운동 △인간친화 △자기성찰 △자연친화 등 8가지 지능으로 나눈다. 검사를 통해 객관적인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다중지능 검사를 통해 부모도 아이도 몰랐던 놀라운 결과가 기다릴 수도 있다. 약점에 가려졌던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고입, 대입을 앞둔 학생이라면 자신의 강점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뚜렷한 목표를 두고 이뤄지는 일관적인 활동은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내 아이의 강점지능은 무엇일까. 평범한 내 아이가 비범한 성취를 하도록 다중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 내가 아는 우리 아이, 100% 정답일까?

“우리 아이는 수학을 가장 싫어해요. 운동을 좋아해서 축구선수가 되고 싶대요.”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어머니 성모 씨(41)는 아들 박모 군(13)에 대해 이렇게 단언했다. 평소 박 군은 수학 숙제와 학습지가 밀릴 때가 많았고, 수학성적도 늘 중간에서 맴돌았다. 박 군은 가장 싫어하는 과목, 제일 못하는 과목으로 모두 수학을 꼽았다.

박 군의 다중지능검사결과는 뜻밖이었다. 8가지 지능영역 중 ‘논리수학지능’이 가장 높았다. ‘신체운동지능’과 ‘공간지능’이 뒤를 이었다.

김영선 대교 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박 군은 논리수학 부분에 잠재력이 있지만 부모가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공부한 결과 흥미와 성취도가 모두 낮은 상태”라면서 “수학 학습방법을 점검해 박 군의 수학적 재능을 살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씨는 아들의 수학학원, 학습지 등이 지나칠 정도가 아니었는지 돌아봤다. “너는 왜 만날 축구만 하니? 수학공부 좀 해”라는 잔소리를 줄였다. 일주일에 4권씩 공부했던 학습지는 3권으로 줄였다. 김 연구원은 박 군에게 다양한 진로를 제안했다. 강점지능으로 나타난 논리수학, 신체, 언어지능을 살려 경기력, 타율 등을 분석하고 해설하는 ‘스포츠 해설가’를 추천하자 축구선수밖에 몰랐던 박 군에게 새로운 도전 대상이 생겼다.

○ 김연아, 박태환의 남다른 성취 비결은?

다중지능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8가지 지능을 타고 난다. 사람마다 각 지능의 발달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평균보다 높으면 강점지능, 낮으면 약점지능으로 본다. 강점지능을 찾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약점을 적절히 강화시키는 것이 다중지능이론의 목표.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녀의 강점을 일찍 파악해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면서 “자녀가 유독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 빠른 시간에 해내는 것을 유심히 살피라”고 조언했다.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 수영선수 박태환의 다중지능을 분석한 문 교수는 두 선수의 부모가 가진 교육방식을 높이 평가했다. 검사 결과 두 선수 모두 신체운동지능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놀랄 만큼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두 선수의 비범한 성취가 가능한 건 자녀의 강점을 발견하고 오랜 시간 집중적으로 지원했던 부모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 제너럴리스트? 스페셜리스트? 아이의 강점을 찾아라

국어·영어·수학만 잘하면 최고로 치던 시대는 지났다. 점차 확대될 입학사정관제에서 중요하게 평가하는 대목은 지원자가 미래의 목표와 꿈을 위해 얼마나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워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활동했느냐다. 잘 할 수 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객관적인 지표로 알면 미래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효과적이다.

강점지능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키면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할 수 있다.

다중지능검사 결과 신체운동, 논리수학지능이 매우 높았던 김현수(가명·15) 군은 자신의 강점과 평소 흥미를 고려해 군대에서 전략과 전술을 담당하는 ‘지휘관’의 꿈을 갖게 됐다. 목표를 갖게 되자 대학, 전공 등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다중지능을 조화롭게 결합한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 8가지 지능은 따로따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협력한다. 언어, 인간친화, 자기성찰지능을 비롯해 전 지능이 고르게 나타난 박주영(가명·14) 양은 ‘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늘 사람들과 만나 취재하고 글을 써야 하는 신문기자는 그의 다양한 지능을 조화롭게 살릴 수 있는 선택이다. 박 양은 책을 많이 읽고 학교 공부를 성실히 하면서 청소년 기자단에서 활동할 계획을 세웠다.

○ 아이와 부모 모두 달라질 수 있다

아이의 다중지능을 파악하면 자녀와 부모와의 관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자녀의 약점을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인정하면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시켜도 결과가 좋지 않아 혼만 내던 부모의 태도도 바뀔 수 있다.

문 교수는 “자녀의 약점지능을 알게 되면 무조건 혼내고 다그치기보다는 시간을 더 준다거나 쉽게 접근하는 등 교육방식을 바꿀 수 있다”면서 “자녀를 학원에 맡겨놓고 부모로서 지원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학부모가 직접 다중지능검사를 받고 변화가 생긴 사례도 있다. 초등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 씨(35·여)는 검사를 통해 자신이 자연친화지능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알았다. 실제로 김 씨는 물고기, 새 등을 끔찍이 싫어했다. 문제는 김 씨의 이런 성향이 자녀교육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 김 씨는 “나도 모르게 수족관이나 동물원에 아이를 데려가지 않았고, 과학이나 자연과 관련된 책을 거의 사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약점지능을 알게 된 김 씨는 의도적으로 딸이 자연을 접할 수 있도록 체험활동의 기회를 늘렸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다중지능 관련 검사를 받고 싶다면 서울대 도덕심리연구실이 개발하고 한국교육평가센터(clinic.edupia.com)가 제작한 MI적성진로진단검사(유아∼고등학생)를 활용할 수 있다. ㈜대교 교육연구소 진로상담센터에서도 전문 상담원이 다중지능검사와 적성진로검사를 함께 실시한다.

▲ 도움말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전 교육부 장관·‘지력혁명’ 저자)
※ 다중지능이론을 국내에 최초로 소개한 문 교수는 관련 연구의 성과를 국내 교육현장에 적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