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론과 분배론

최근의 우리나라 경기침체를 해결하는 방안을 놓고 두 가지 의견이 맞서고 있다. 경제난의 원인은 내수 침체이므로 복지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분배론’과 복지증대가 경기를 더 어렵게 할 수 있으므로 성장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성장론’이 그것이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성장과 분배는 서로 엇갈리는 개념이기 때문에 동시 달성이 어렵다는 게 보편적 시각이다. 최근 <한겨레>(hani.co.kr) ‘왜냐면’에서 성장과 분배에 관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를 통해서 우리 현실에서 무엇을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가치를 정립해 보자.


예상논제
1. 성장론과 분배론의 한계는 무엇이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2. 우리나라 경기침체의 현상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3. 경제의 세계화와 우리나라의 경기침체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4.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서 성장과 분배 중 어느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논제해석

‘성장 우선론’에서는 먼저 성장이 되고 난 후에 분배 문제를 고려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을 한다. 분배를 일찍부터 강조하면, 사회 구성원의 성취동기가 떨어져서 결과적으로 경제 발전에 저해가 된다는 것이다. 성장 우선론에서는 성장이 계속되면 소득이 고소득 계층에서부터 저소득 계층까지 확산돼서 분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고 믿는다.

‘분배 우선론’에서는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오랜 기간 유지되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고른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경제성장을 해도 분배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결국 근로 의욕을 떨어뜨려서 경제적 효율성이 낮아진다고 믿는다. 분배 우선론에서는 ‘일단 성장이 되면 자연스럽게 분배가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성장 우선론)은 대책 없는 낙관론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두 의견에는 나름의 논리적 타당성이 있지만 한계도 있다. 성장 우선론의 경우 ‘과연 어느 시점부터 자연스런 분배가 이루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분배 우선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부자는 더 부자가 되려고 한다. 어느 정도 부자가 되었다고 해서 이익을 내놓지는 않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다. 이를 무시한 채 성장 우선 정책을 펴게 되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 커지고, 그것은 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분배 우선정책을 펼 경우에 초래될 경제 효율성 하락도 무시할 수는 없다. 사회주의 국가는 처음부터 분배 중심의 경제 정책을 폈지만 결국 낮은 경제 성장률을 극복하지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를 놓고 이렇게 성장 우선론과 분배 우선론이 맞서고 있다. 성장 우선책을 펴야 한다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경기를 살리려면 우선 임시방편으로라도 일자리를 마련하고, 내수를 살려야 한다. 저소득층 지원책으로는 내수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경기 부양책으로 성장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 증대와 이를 위한 세수 증대는 분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경제난 극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를 위한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분배 우선책을 펴야 한다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현실적으로 외국의 경제정책은 우리나라 정부의 통제 밖에 있기 때문에, 먼저 우리나라의 내수시장을 되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적극적 복지정책을 통한 부의 재분배를 통해서 서민들의 삶을 향상시켜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어느 의견이 더 적절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좀 더 장기적인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에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배경지식

△터널효과(Tunnel Effect)

허쉬만(Hirschman, A. O.)이 주장한 이론이다. 분배를 무시한 채 성장만 계속 추구하면 결국 효율성이 떨어져 성장에 저해가 됨을 비유한 것이다. 후진국에서 선진국에 이르는 과정을 2차선 일방 통행의 긴 터널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보자. 초기에는 두 차선 중에 어느 하나가 움직이면 다른 차선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자기가 있는 차선이 곧 움직이리라는 기대에 부풀게 된다. 그러나 계속 다른 차선만 움직이고 자기 차선의 정체가 계속되면 불만이 쌓이게 된다. 심지어 터널 앞에서 차량 소통을 규제하는 교통순경을 불신하게 된다. 그 결과 불만에 찬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무시하게 돼서 터널 속은 더욱 혼잡해지고, 정체가 심해지고 만다.

경제발전 초기에는 소득 불평등에 대한 허용정도가 높다가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점점 낮아진다. 이를 분배 개선으로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경제적 불안에서 비롯된 사회적, 정치적 불안으로 경제성장의 원동력마저 잃게 된다. 아무리 기다려도 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빈부의 격차가 심해진다면,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위법·탈법행위가 만연하게 된다. 이는 결국 국가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나혜영 / 서울 환일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