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효과? 학부모들이 속고 있다
교과부, 선행학습 금지법 추진… ‘빨리’보다 ‘제대로’가 최종 결과 좌우
관련이슈 : 오늘의 HOT 이슈 등록 2013.04.30 21:43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페이자 동시에 역동성의 근원이기도 한 현상 중에 하나가 바로 무작정 따라하기다. 남이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도 한느 현상. 집단에서 이탈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선택과 결정을 무조건적으로 집단의 대세에 따르게 만든다. 최근까지 부동산 투자가 그랬고 펀드열풍이 그랬으며 성형열풍이나 자녀교육 열풍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안 하면 나만 뒤쳐지는 것 같은 두려움. 남이 하면 무분별하게 유행이라는 명목으로 나도 하게 된다. 거기에 각 분야 전문가들은 유창한 설명으로 그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명한다. 일반인 입장 에서는 자기 판단의 근거가 미천할 경우 영락없이 집단의 대세에 따르는 것을 안심과 만족을 보장받는 지름길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가끔은 이런 식의 판단이 어느 정도의 결과를 가져다줄 때도 있다. 다만 그런 행운은 항상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특목고가 유행하기 전에도 특목고 입시 준비는 필연적으로 선행학습을 동반했다. 입시에서의 필요성 말고도 특목고 준비생의 학업 수준은 선행학습을 필요로 했다. 일반적 교과과정은 평균적인 학생들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특목고가 입시결과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내면서부터 발생했다.

▲ 이병훈 자기주도학습 전문가

특목고 진학이 상위권 대학 진학의 자동문으로 인식되면서 특목고 진학이 모든 학생에게 필수적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당연히 학부모들의 시선은 특모고 합격생들의 공부 방식에 집중됐고 그들의 공부 패턴 중에 가장 보편적이면서 가장 특수한 점이 바로 선행학습 이었다. 그러자 선행학습이 필요하지 않고 제철학습으로 공부하면 잘할 학생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선행을 시작한다. 발 빠른 사교육 업체들은 선행을 최고의 상품으로 제공하고 나중에는 학부모가 더 요구하는 상황에 이른다. 그야말로 집단적 선행 맹신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 학원 vs 에듀플렉스 성적변화 비율 비교
스키를 배울 때도 상급자 코스에서 굴러 떨어지며 배워야 빨리 배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초급자 코스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나중에 제대로 배우는 사람도 있다. 어찌 공부라고 누구나 선행을 해야 잘할 수 있겠는가. 어떤 학생은 선행을 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어떤 학생은 제철 학습을 해야 잘하는 학생도 있다.
문제는 아이를 보는 학부모의 시각이다. 내 아이는 내가 가장 사랑하지만 반대로 내가 가장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운게 부모 자식관계다. 우리
애가 선행을 하는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 판단이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니 일단 덮어놓고 대세에 따르는 게 학부모 입장에서 안심이 될 터이고 당연히 오피니언리더 학부모의 말을 따르는 수 밖에 없다. 유행처럼 번진 선행학습의 문제는 이렇게 발생한 것이다.


상·중·하위권을 막론하고 이해력이나 사고력의 차이를 무시하고 남보다 먼저, 빨리, 많이 배우면 앞서 나갈 것이라는 기대심리는 초·중 시절까지는 일견 효과적인 것처럼 보인다. 공부의 수준이 낮고 양이 적고 속도가 느리니까. 그러나 고등학교 공부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누가 빨리 했느냐 보다 누가 제대로 했느냐가 최종적인 결과를 좌우 한다. 물론 고등학교 공부의 양이 방대하고 진도가 빠르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마처럼 무조건 여러 번 공부해서 해결하려고 덤비지 말고 차근차근 제대로 공부해서 마구 여러번 공부하는 것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내려고 애써야 고등학교 공부는 내 것이 된다. 차근차근 제대로 공부하려면 당연히 자기 혼자서 고민하고 생각하고 이해하는 공부를 해야 가능하다.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한 이유다.

초·중 공부만 잘하고자 한다면 선행학습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장담컨대 최종적으로 대학을 가는 공부는 고등학교 공부이며 이때는 선행이 아니라 한번을 공부해도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마구 덤비듯 공부하니까 선행이 필요하다고 불안해 하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한번을 봐도 제대로 보는 공부를 한다면 그것은 고등학교 성적입시 결과뿐만 아니라 평생의 보물이 될 학습능력까지 가져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