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자기 관리하는 엄마로… 아이 '롤모델' 되세요"

조선일보 | 최민지 맛있는공부 기자 |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2013.05.26 16:28

'수퍼 워킹맘' 4인을 만나다
초·중학생 46.8% "일하는 엄마 좋아"
부족한 시간, 물질로 보상해선 안 돼
'6초 포옹하기'등 질적 양육 집중해야

신사임당(1504~1551)은 요샛말로 '수퍼 워킹맘'이었다.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유학자 이이(1536~1584)를 낳고 길렀을 뿐 아니라 그 자신도 시와 그림에 능한 예술가였기 때문. 맛있는공부는 기업 중역을 맡으며 자녀까지 잘 키워낸 '현대판 신사임당' 4인을 만났다. 이들은 지난 8일 서울특별시여성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일하는 엄마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상당히 고무돼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중학생 2012명 중 '일하는 엄마가 좋다'는 응답자는 46.8%(943명)였다.

원칙1|미안하면 끌려간다, 당당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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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이미재 삼성전자 한국총괄 모바일영업팀 부장과 차재연 KT 자금담당·가치경영실 상무. /김승완 기자·백이현 객원기자
"친구들이 그러는데 엄마는 일 안 해도 되는 거래." 이미재(45) 삼성전자 한국총괄 모바일영업팀 부장은 10여년 전 당시 유치원생이던 딸이 한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는 올해 중 3 딸과 고 2 아들을 둔 워킹맘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아이는 '일하는 엄마'를 당연하게 여겼어요. 하지만 유치원에 들어간 후 엄마와 늘 붙어 다니는 또래를 접하며 직장 일이 엄마의 '의무'가 아니란 사실을 깨달은 거죠. 그간 섭섭했던 마음이 폭발한 거예요."

중 1 딸과 초등 6년생 아들을 둔 차재연(47) KT 자금담당·가치경영실 상무의 기상 시각은 오전 5시 30분이다. 6시면 아이들을 깨워 1시간가량 함께 영어 책을 읽거나 수학 문제를 푼다. 늘 최선을 다하는 그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차 상무에 따르면 '시간 부족'을 '물질적 보상'으로 때우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대신 양육의 질(質)을 높여보세요. '아이와 포옹할 땐 반드시 6초 이상 투자하기' '틈날 때마다 자녀 교육서 정독하기' 같은 원칙을 정하는 것도 좋아요."

가족이나 사회에 당당히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중요하다. 차재연 상무는 "우리나라 여성이 결혼 후 직장 생활을 계속하려면 반드시 다른 여성의 희생이 따른다"고 말했다. "전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도우미 아주머니 안 가리고 수시로 도움을 받았어요.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기도 했죠. 하지만 그건 자신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예요. 자녀의 성장기와 자신의 커리어 계발 시기는 겹치게 마련이니까요."

원칙2|힘든 건 한때… 포기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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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LG CNS 전략 IT 사업팀 부장과 김미경 한국베링거인겔하임 BD부 전무.

이승희(48) LG CNS 전략IT사업팀 부장에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입생 아들과 서울시립대 10학번 딸이 있다. 남매를 키우며 이씨는 두 차례 육아 휴직을 신청했다. "주변 워킹맘을 보면 아이 봐줄 사람이 마땅찮을 때나 자녀 생활에 문제가 있을 때 십중팔구 사표를 내더군요. 자녀가 상급 학교에 진학하는 시기도 마찬가지고요. 제 첫 번째 육아휴직 기간 역시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이었어요. 처음엔 사표를 냈는데 당시 상사가 만류하며 휴직을 권하셨죠. 돌이켜 생각하면 그때 일을 그만두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이미재 부장은 "육아 문제로 힘든 건 아이가 초등 저학년일 때까지"라고 말했다. "딸이 초등 4학년이 됐을 때 '엄마 일 관둘까?' 물어본 적이 있어요. 딸의 대답은 단호한 '노(No)'였죠. 실제로 그즈음부터 아이가 절 자랑스러워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김미경(52)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업개발부(BD) 전무는 각각 연세대 대학원과 서울시립대에 재학 중인 두 아들을 뒀다. 그에 따르면 워킹맘은 '자기 관리' 측면에서 자녀에게 더없는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오전 5시면 일어나 수영·테니스 등 새벽 운동을 꾸준히 해 왔어요. 종종 아이들도 대동했죠. 자녀에게 '자기 관리 잘해야 한다'고 잔소리하기 전 직접 롤모델이 돼주는 건 어떨까요?"

원칙3|학부모 인맥도 '노력하기 나름'

'학부모 모임'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 문제에선 네 사람의 의견이 엇갈렸다. 이미재 부장과 차재연 상무는 직장 동료나 학교 동창에게서 자녀 교육 정보를 주로 취했다. 반면, 이승희 부장은 적극적으로 학부모 모임에 뛰어든 경우다. "아들이 중 3 때 전교 회장에 당선되며 울며 겨자 먹기로 학부모회장이 됐어요. '기왕 하는 것 열심히 하자'는 생각에 없는 시간도 쪼개어가며 이리저리 뛰었죠. 학부모 모임은 워킹맘도 퇴근 후 참석할 수 있도록 평일 오후 9시 이후 혹은 주말에 잡았고, 저와 비슷한 처지의 워킹맘에겐 수시로 연락해 '자주 못 올 것 같으면 (한 번 올 때) 밥이라도 사라'며 참여를 유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