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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눈] ‘평창비엔날레’에 대한 우려
25억 원짜리 비엔날레, 준비 기간 고작 2달
현재 개최되고 있는 국내 미술 관련 비엔날레는 모두 10여 개. 1995년 첫 문을 연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부산비엔날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경기도자비엔날레 등이다. 여기에 최근 강원도가 ‘평창비엔날레(제1회 강원국제미술전람회)’를 앞세워 그 대열에 합류했다.
<지구 하모니(Earth Harmony)>를 주제로 오는 7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와 동해 망상 앙바엑스포 전시관에서 진행되는 이번 비엔날레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문화올림픽으로서의 의미를 더하기 위하여”라는 취지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비엔날레 개최 확정 및 일정이 발표되자 준비기간, 예산, 정체성 부분 등을 두고 우려와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턱없이 부족한 준비기간은 행사의 원활함 및 질적 가치에 있어 심각한 염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강원도가 주최하고 강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평창비엔날레는 무리하게 추진된 감이 없지 않다. 비엔날레 예산이 확정된 게 지난 4월이고, 실무를 위한 추진위원회가 꾸려진 것이 5월이다. 기획을 총괄하는 전시감독도 이즈음 선정됐다. 그러나 7월 개막까지는 불과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급박하게 진행된 탓에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작은 갤러리 기획전도 아니고 명색이 국제전이자 비엔날레인데 어떻게 고작 두어 달 동안에 만반의 준비가 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판은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등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비엔날레와 비교할 경우 보다 명확해진다. 광주든 부산이든 이들 비엔날레는 행사가 끝나는 시점, 즉 2년 전부터 다음 행사준비에 돌입한다. 감독 선임 역시 대체로 1년 전부터 마무리 된다. 오는 9월 개막 예정인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만 해도 이미 지난해 12월 감독 선임을 마무리 지은 상태다. 따라서 평창비엔날레처럼 비엔날레라는 이름을 달고 두어 달 만에 국제전을 치르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설사 가능해도 그 질을 담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은 괜한 기우가 아니다.
‘아트상품’ 팔아 재정자립?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많다. 재정자립도 21.7%에 불과한 강원도가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출연한 예산은 15억 원으로, 국비 10억 원 포함 총 25억 원을 쏟아 부었다. 지난달 20일 강원도 내 25개 시민단체가 지자체 재정 악화를 우려하며 동계올림픽 시설마저 건립을 중단해 달라고 촉구한 상황에서 지출되는 혈세다. 그러자 비엔날레 측의 한 관계자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능하면 평창비엔날레가 재정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 방법으로 “전시장에서 아트상품을 판매하고 후원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올해 행사가 잘 진행되면 다른 비엔날레를 쫓아가는 게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허나 후원과 아트상품을 팔아 비엔날레 재정자립을 도모하고 수익을 일구겠다는 발언은 비현실적이다. 지난 3일 현재 금전적 지원과는 거의 무관한 공공기관과 지역 언론사, 지자체 위주로 후원이 이뤄진 현 상황이야 돈 좀 쓸 만한 기업들을 새롭게 추가하는 방법으로 만회될 수 있다손 쳐도 ‘아트상품’을 팔아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부분에선 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해마다 1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쓰는 전통의 광주비엔날레만 해도 지명도나 인기도 면에서 평창비엔날레와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아트상품 개별 수익이 전체 행사에 미치는 금전적 영향은 고사하고 해마다 비엔날레재단이 목표로 한 유료 관람객 30만 명에 수익 18억 원에 턱 없이 모자라기 일쑤다. 그런데 두 달 만에 부랴부랴 준비해 이제 처음 여는 평창비엔날레가, 그것도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비엔날레가 무슨 수로 수익을 낼 것이며 수십억 원의 재정자립을 창출할 수 있을까. 이에 일부에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밑 빠진 독에 물 붇는 꼴이 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공모전, 아트뱅크, 전국학생미술대회 등 혼재…정체성도 모호
모호한 정체성도 중요한 지목 대상이다. 표면적으로 평창비엔날레를 대표하는 한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실험적인 작업을 보여주는데 중점을 뒀다.”며 “신진작가를 조명해 과감한 기획을 하고 작품을 구입해 블루칩 작가로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인터뷰에선 “일반 관람객이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했다.”며 앞서 발언과 다른 방향성을 내비췄다. 문제는 이런 국내 작가소개전이 비엔날레의 특성도 아닐뿐더러 실험성과 대중성 간 관계도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 비엔날레의 본질을 규정짓진 못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실험성과 대중성은 그렇게 친한 편이 못된다. 실험성의 근간은 이전과 전혀 다른 변화적 결과물에 있고, 대중성은 이전부터 익숙한 것에 방점을 둔다. 따라서 상업성의 텃밭인 대중성과 반상업적 전위의 계열인 실험성이 양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구나 비엔날레라면 적어도 현대미술의 최근 동향과 전위적 흐름을 알리고 그 속에서 시대성을 고찰함과 동시에 예술담론을 이끄는 축이어야 하는데, 해당 비엔날레는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관객 친화적이란 개념을 내세워 대중독재시대에 걸맞은 ‘취향’의 반영을 합리화 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선 구호만 그럴싸하지 방향성조차 뚜렷하게 설정하지 못한 채 모순성만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형국이라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정체성의 흐리터분함은 작가 참여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일단 이번 평창비엔날레는 참여 작가 공모전(주최 측에 따르면 공모전 입상자는 전원 비엔날레 초대 작가로 초빙되고 도록에도 게재된다며 31명의 1차 선정자를 지난 3일 발표했다.)과 작품을 구입하는 아트뱅크, 대학생들까지 참여하는 작가전이 뒤섞여 있어 뚜렷한 목적이나 성격이 뭔지 헤아리기 힘들다. 그렇다고 강원도만의 특색 있는 전시와 차별화된 기획 프로그램들이 쉽게 읽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넓은 대지에 알록달록한 원형 설치물을 얹혀 놓곤 대지미술이라거나, 다소 생뚱맞게도 비엔날레에선 보기 힘든 ‘전국학생미술실기대회’를 부대행사로 개최하겠다는 게 그나마 차이(?)라면 차이다.
국내 작가 작품비 줄 수 없어 외국 스타작가 초청 못한다?
평창비엔날레에선 다른 국내외 비엔날레와는 달리 외국 스타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없다.(굳이 스타 작가는 아니더라도 국제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만큼 국내 작가와 외국 작가의 비율이 비등해야지만 지난 3일 현재 공식홈페이지를 보면 호주 출신 작가 2명만이 사진도 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국내 레지던시 출신의 작가와 몇몇의 외국 작가들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지만 그 수는 미미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매우 흥미롭다. 국외 유명작가를 초청하면 국내작가에게는 작품제작비를 지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허나 이에 대해 일부에선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즉, 국외 유명작가를 초청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것’을 가리기 위해 국내작가에게 지급할 작품제작비 운운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준비 과정을 보면 이러한 의구심이 이상한 건 아니다. 지난 5월에야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예술 감독을 선임한 뒤 작가 섭외에 나섰다면 개막까지 불과 한두 달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을 터, 그땐 이미 국외 유명 작가를 섭외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단계였던 게 맞는 탓이다.(실제로 외국의 유명 작가들은 한두 달 전에 연락해선 오지도 않을뿐더러, 전시 개막을 코앞에 두고 그런 부탁을 하면 매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소위 베스트 작가를 ‘모시려면’ 최소한 1~2년 전부터 섭외해야 하고 그것마저 여러 조건을 대는 등 까다롭기 일쑤다. 이는 국외 작가 초대전을 꾸려본 이들에겐 상식이다.)
준비 안 된 비엔날레…예산 낭비 우려
주최 측이 밝힌 흥행 전략과 예상 관람객 수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평창비엔날레는 여름 성수기인 7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이에 비엔날레 측은 여름휴가로 강원도를 찾는 관광객을 비엔날레 관람객으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망상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이 최소 300만 명인데, 이중 절반만 전시관에 와도 150만 명이고, 알펜시아 리조트 관람객이 약 50만 명 정도 확보되면 최대 200만 명까지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그리고 있다.
그러자 한편에선 비엔날레를 통해 관객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피서객을 이용해 ‘관객을 채우려는 발상’이라며, 비엔날레가 열리는 시기와 피서객이 동해안 등으로 몰리는 시기가 겹쳐 숙박 등 지역경제 기여효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알펜시아리조트의 경우 이 기간에는 비엔날레가 아니더라도 객실 예약률이 100%에 가깝기 때문이다.
더구나 ‘피서객’을 ‘관객’으로 유도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비엔날레 자체에 관한 질적 담보가 없다면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둬도 발길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임을 너무 모르고 하는 계산”이라는 시각이 많다. 해마다 수백만 명이 다녀간다는 해운대를 지척에 둔 부산비엔날레가 어째서 유료관람객이 15만 명 정도를 웃도는지만 생각해도 전시의 질과 서비스의 결합이 명확하게 제시되어야함을 증명하는데, 마치 인구 15억 명에 달하는 중국에서 볼펜 한 자루만 팔아도 15억 개를 팔 수 있다는 식의 단순한 도식을 그리고 있어 과연 200만 명이라는 숫자가 실현가능한 것인지 의아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비엔날레 측은 ‘예산부족’과 ‘시간부족’을 인정할 뿐 재고의 여지는 엿보이지 않고 있다.(참고로 지난해 부산비엔날레 총 관람객은 28만여 명이었으며, 광주비엔날레 본전시를 찾은 관람객은 46만 여 명에 머물렀다.)
차별화된 비엔날레를 만들기 위해 광주 및 부산비엔날레와 비교까지 했다는 평창비엔날레. 필자는 이름만 비엔날레일 뿐 일반 기획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양태를 나타내고 있는 이 25억 원짜리 비엔날레가 누구의 머리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것인지 알지 못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쓰일 예산도 부족해 시민들이 재정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마당에 꼭 해야만 하는 것인지 그 이유 역시 알지 못한다. 중요한 건 비엔날레 형식을 띠든 아니든 과정을 따져보면 전형적인 탁상행정을 의심케 한다는 사실이요,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뭔가 하나 그럴싸하게 만들어내려는 급조된 포퓰리즘(populism) 행사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화올림픽’도 좋지만 이런 헐렁한 거 구상할 시간에 답보상태에 있는 도립미술관 건립에 공을 들이거나 다가오는 동계올림픽에 더욱 신경 쓰라는 주문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현재 개최되고 있는 국내 미술 관련 비엔날레는 모두 10여 개. 1995년 첫 문을 연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부산비엔날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경기도자비엔날레 등이다. 여기에 최근 강원도가 ‘평창비엔날레(제1회 강원국제미술전람회)’를 앞세워 그 대열에 합류했다.
<지구 하모니(Earth Harmony)>를 주제로 오는 7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와 동해 망상 앙바엑스포 전시관에서 진행되는 이번 비엔날레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문화올림픽으로서의 의미를 더하기 위하여”라는 취지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비엔날레 개최 확정 및 일정이 발표되자 준비기간, 예산, 정체성 부분 등을 두고 우려와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턱없이 부족한 준비기간은 행사의 원활함 및 질적 가치에 있어 심각한 염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강원도가 주최하고 강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평창비엔날레는 무리하게 추진된 감이 없지 않다. 비엔날레 예산이 확정된 게 지난 4월이고, 실무를 위한 추진위원회가 꾸려진 것이 5월이다. 기획을 총괄하는 전시감독도 이즈음 선정됐다. 그러나 7월 개막까지는 불과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급박하게 진행된 탓에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작은 갤러리 기획전도 아니고 명색이 국제전이자 비엔날레인데 어떻게 고작 두어 달 동안에 만반의 준비가 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판은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등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비엔날레와 비교할 경우 보다 명확해진다. 광주든 부산이든 이들 비엔날레는 행사가 끝나는 시점, 즉 2년 전부터 다음 행사준비에 돌입한다. 감독 선임 역시 대체로 1년 전부터 마무리 된다. 오는 9월 개막 예정인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만 해도 이미 지난해 12월 감독 선임을 마무리 지은 상태다. 따라서 평창비엔날레처럼 비엔날레라는 이름을 달고 두어 달 만에 국제전을 치르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설사 가능해도 그 질을 담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은 괜한 기우가 아니다.
‘아트상품’ 팔아 재정자립?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많다. 재정자립도 21.7%에 불과한 강원도가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출연한 예산은 15억 원으로, 국비 10억 원 포함 총 25억 원을 쏟아 부었다. 지난달 20일 강원도 내 25개 시민단체가 지자체 재정 악화를 우려하며 동계올림픽 시설마저 건립을 중단해 달라고 촉구한 상황에서 지출되는 혈세다. 그러자 비엔날레 측의 한 관계자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능하면 평창비엔날레가 재정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 방법으로 “전시장에서 아트상품을 판매하고 후원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올해 행사가 잘 진행되면 다른 비엔날레를 쫓아가는 게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허나 후원과 아트상품을 팔아 비엔날레 재정자립을 도모하고 수익을 일구겠다는 발언은 비현실적이다. 지난 3일 현재 금전적 지원과는 거의 무관한 공공기관과 지역 언론사, 지자체 위주로 후원이 이뤄진 현 상황이야 돈 좀 쓸 만한 기업들을 새롭게 추가하는 방법으로 만회될 수 있다손 쳐도 ‘아트상품’을 팔아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부분에선 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해마다 1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쓰는 전통의 광주비엔날레만 해도 지명도나 인기도 면에서 평창비엔날레와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아트상품 개별 수익이 전체 행사에 미치는 금전적 영향은 고사하고 해마다 비엔날레재단이 목표로 한 유료 관람객 30만 명에 수익 18억 원에 턱 없이 모자라기 일쑤다. 그런데 두 달 만에 부랴부랴 준비해 이제 처음 여는 평창비엔날레가, 그것도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비엔날레가 무슨 수로 수익을 낼 것이며 수십억 원의 재정자립을 창출할 수 있을까. 이에 일부에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밑 빠진 독에 물 붇는 꼴이 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공모전, 아트뱅크, 전국학생미술대회 등 혼재…정체성도 모호
모호한 정체성도 중요한 지목 대상이다. 표면적으로 평창비엔날레를 대표하는 한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실험적인 작업을 보여주는데 중점을 뒀다.”며 “신진작가를 조명해 과감한 기획을 하고 작품을 구입해 블루칩 작가로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인터뷰에선 “일반 관람객이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했다.”며 앞서 발언과 다른 방향성을 내비췄다. 문제는 이런 국내 작가소개전이 비엔날레의 특성도 아닐뿐더러 실험성과 대중성 간 관계도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 비엔날레의 본질을 규정짓진 못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실험성과 대중성은 그렇게 친한 편이 못된다. 실험성의 근간은 이전과 전혀 다른 변화적 결과물에 있고, 대중성은 이전부터 익숙한 것에 방점을 둔다. 따라서 상업성의 텃밭인 대중성과 반상업적 전위의 계열인 실험성이 양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구나 비엔날레라면 적어도 현대미술의 최근 동향과 전위적 흐름을 알리고 그 속에서 시대성을 고찰함과 동시에 예술담론을 이끄는 축이어야 하는데, 해당 비엔날레는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관객 친화적이란 개념을 내세워 대중독재시대에 걸맞은 ‘취향’의 반영을 합리화 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선 구호만 그럴싸하지 방향성조차 뚜렷하게 설정하지 못한 채 모순성만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형국이라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정체성의 흐리터분함은 작가 참여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일단 이번 평창비엔날레는 참여 작가 공모전(주최 측에 따르면 공모전 입상자는 전원 비엔날레 초대 작가로 초빙되고 도록에도 게재된다며 31명의 1차 선정자를 지난 3일 발표했다.)과 작품을 구입하는 아트뱅크, 대학생들까지 참여하는 작가전이 뒤섞여 있어 뚜렷한 목적이나 성격이 뭔지 헤아리기 힘들다. 그렇다고 강원도만의 특색 있는 전시와 차별화된 기획 프로그램들이 쉽게 읽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넓은 대지에 알록달록한 원형 설치물을 얹혀 놓곤 대지미술이라거나, 다소 생뚱맞게도 비엔날레에선 보기 힘든 ‘전국학생미술실기대회’를 부대행사로 개최하겠다는 게 그나마 차이(?)라면 차이다.
국내 작가 작품비 줄 수 없어 외국 스타작가 초청 못한다?
평창비엔날레에선 다른 국내외 비엔날레와는 달리 외국 스타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없다.(굳이 스타 작가는 아니더라도 국제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만큼 국내 작가와 외국 작가의 비율이 비등해야지만 지난 3일 현재 공식홈페이지를 보면 호주 출신 작가 2명만이 사진도 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국내 레지던시 출신의 작가와 몇몇의 외국 작가들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지만 그 수는 미미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매우 흥미롭다. 국외 유명작가를 초청하면 국내작가에게는 작품제작비를 지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허나 이에 대해 일부에선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즉, 국외 유명작가를 초청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것’을 가리기 위해 국내작가에게 지급할 작품제작비 운운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준비 과정을 보면 이러한 의구심이 이상한 건 아니다. 지난 5월에야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예술 감독을 선임한 뒤 작가 섭외에 나섰다면 개막까지 불과 한두 달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을 터, 그땐 이미 국외 유명 작가를 섭외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단계였던 게 맞는 탓이다.(실제로 외국의 유명 작가들은 한두 달 전에 연락해선 오지도 않을뿐더러, 전시 개막을 코앞에 두고 그런 부탁을 하면 매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소위 베스트 작가를 ‘모시려면’ 최소한 1~2년 전부터 섭외해야 하고 그것마저 여러 조건을 대는 등 까다롭기 일쑤다. 이는 국외 작가 초대전을 꾸려본 이들에겐 상식이다.)
준비 안 된 비엔날레…예산 낭비 우려
주최 측이 밝힌 흥행 전략과 예상 관람객 수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평창비엔날레는 여름 성수기인 7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이에 비엔날레 측은 여름휴가로 강원도를 찾는 관광객을 비엔날레 관람객으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망상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이 최소 300만 명인데, 이중 절반만 전시관에 와도 150만 명이고, 알펜시아 리조트 관람객이 약 50만 명 정도 확보되면 최대 200만 명까지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그리고 있다.
그러자 한편에선 비엔날레를 통해 관객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피서객을 이용해 ‘관객을 채우려는 발상’이라며, 비엔날레가 열리는 시기와 피서객이 동해안 등으로 몰리는 시기가 겹쳐 숙박 등 지역경제 기여효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알펜시아리조트의 경우 이 기간에는 비엔날레가 아니더라도 객실 예약률이 100%에 가깝기 때문이다.
더구나 ‘피서객’을 ‘관객’으로 유도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비엔날레 자체에 관한 질적 담보가 없다면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둬도 발길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임을 너무 모르고 하는 계산”이라는 시각이 많다. 해마다 수백만 명이 다녀간다는 해운대를 지척에 둔 부산비엔날레가 어째서 유료관람객이 15만 명 정도를 웃도는지만 생각해도 전시의 질과 서비스의 결합이 명확하게 제시되어야함을 증명하는데, 마치 인구 15억 명에 달하는 중국에서 볼펜 한 자루만 팔아도 15억 개를 팔 수 있다는 식의 단순한 도식을 그리고 있어 과연 200만 명이라는 숫자가 실현가능한 것인지 의아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비엔날레 측은 ‘예산부족’과 ‘시간부족’을 인정할 뿐 재고의 여지는 엿보이지 않고 있다.(참고로 지난해 부산비엔날레 총 관람객은 28만여 명이었으며, 광주비엔날레 본전시를 찾은 관람객은 46만 여 명에 머물렀다.)
차별화된 비엔날레를 만들기 위해 광주 및 부산비엔날레와 비교까지 했다는 평창비엔날레. 필자는 이름만 비엔날레일 뿐 일반 기획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양태를 나타내고 있는 이 25억 원짜리 비엔날레가 누구의 머리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것인지 알지 못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쓰일 예산도 부족해 시민들이 재정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마당에 꼭 해야만 하는 것인지 그 이유 역시 알지 못한다. 중요한 건 비엔날레 형식을 띠든 아니든 과정을 따져보면 전형적인 탁상행정을 의심케 한다는 사실이요,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뭔가 하나 그럴싸하게 만들어내려는 급조된 포퓰리즘(populism) 행사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화올림픽’도 좋지만 이런 헐렁한 거 구상할 시간에 답보상태에 있는 도립미술관 건립에 공을 들이거나 다가오는 동계올림픽에 더욱 신경 쓰라는 주문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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